힘들때 웃는 게 에이스… 109구 투혼으로 7승 거둔 원태인
돌아온 에이스 원태인이 삼성 라이온즈를 4연패 위기에서 구했다. 고비가 많았지만 잘 버티면서 시즌 7승을 따냈다.
삼성은 1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13-2로 이겼다. 선발로 나선 원태인은 6이닝 5피안타 3사사구 2실점(1자책점)하고 시즌 7승(3패)을 거뒀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3.04에서 2.93으로 낮췄다. 다승은 공동 2위, 평균자책점은 단독 2위다.
원태인은 이날 경기 전까지 13경기에서 6승 3패를 거뒀다. 26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했지만 7승(7패)에 머물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승운이 따랐다. 하지만 3·4월(6경기 4승 1패 평균자책점 2.10)에 비해 5·6월(7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3.86) 성적이 떨어졌다. 지난 7일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엔 어깨 근육에 불편함을 느껴 휴식을 가졌다.
오래간만에 마운드에 선 원태인은 1회 선두타자 최지훈에게 안타를 내주며 출발했다. 그러나 추신수를 삼진으로 잡고, 포수 강민호가 2루 도루를 잡아내는 도움까지 받았다. 4회 1사까지는 9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펼쳤다. 그러나 4회 추신수에게 볼넷, 최정에게 안타를 내준 뒤 한유섬에게 2루타를 맞아 선제점을 내줬다. 그래도 박성한을 땅볼로 처리해 추가실점을 막았다.
5회엔 하위 타선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2루를 내줬으나 9번 박지환의 번트 타구를 잘 처리해 1사 2·3루를 만들었다. 이어 최지훈과 추신수를 땅볼로 처리해 실점을 막았다. 1-1 동점이던 6회에는 2사 1·2루에서 1루수 이창용의 실책이 나와 한 점을 줬지만 추가실점은 끝내 막아냈다. 투구수는 올 시즌 최다 타이인 109개. 이후 삼성 타선이 홈런 4개를 터트리면서 승리까지 따냈다.
삼성은 3연패에서 벗어나고, SSG전 열세(3승 7패)도 조금이나마 덜었다. 원태인은 경기 뒤 "작년 후반기부터 SSG만 만나면 안 좋았다. 공교롭게도 5연승-4연패-5연승-4연패였는데 오늘 4연패를 막고 싶었다. 복귀전이기도 했다. 정말 잘 던지고 싶었는데 결과가 나서 좋았다"고 했다.
쉬는 동안에는 휴식을 많이 취했다. 원태인은 "지난 다섯 경기 정도 등판에서 힘이 부치는 게 느껴졌다. 어깨도 안 좋아서 감독님이 휴식을 준 만큼 쉬려고 했다. 공은 많이 던지지 않고, 웨이트트레이닝은 했다. 전반기 끝날 때까지 로테이션에서 빠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회복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위는 나쁘지 않았는데 오래간만의 경기라 제구가 조금 흔들렸다. 하지만 쉬는 동안 내려놓고, 야구를 재밌게 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웃으면서만 할 수는 없겠지만, 밝게 하려고 했다. 그랬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인지 썩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도 잘 됐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도중에는 ABS가 작동하지 않아 심판이 스트라이크-볼을 판정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원태인은 "투구 중에는 몰랐다. 다시 작동하는 줄 알았다. 존이 조금 다르다고 느꼈는데, 잘 넘어간 것 같다"고 했다. 6회에 대해선 "실책이 있었지만, 막으면 이길 것 같아 집중했다. 생각처럼 야수들이 역전해줘서 이 악물고 버틴 보람이 있었다. 빨리 쳐줬으면 좋겠지만, 내려간 뒤 역전해서 좋았다"고 웃었다.
원태인은 올스타 투표에서 드림 올스타 선발투수 부문 팬투표 1위, 선수 투표 공동 1위에 올라 최종 베스트 12에 이름을 올렸다. 2021년에 이어 두 번째. 그는 "처음 뽑혔을 때는 코로나19 때문에 열리지 않았다. 베스트12로 한 번 가고 싶었는데, 팬 여러분이 투표해주셔서 감사하다"며 "팬 투표도 좋은데 선수들에게 인정받는 게 선수로서는 기분좋다"고 했다.
원태인은 김광현, 양현종, 류현진 등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국내투수 중 다승과 평균자책점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15승은 해본 적이 없어 욕심이 난다. 14승이 최다인데,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으라는 말도 있으니까…"라면서도 "오늘 경기처럼 승은 알 수 없다. 그래도 많이 쌓고 싶다. 최근에 퀄리티스타트가 적었는데 후반기엔 집중하려고 한다"고 했다.
'2점대 평균자책점과 15승 중 무엇을 고르겠느냐'는 질문엔 "2점대 평균자책점이다. 15승을 하면 팀도 이겨서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평균자책점이 더 중요하다. 물론 둘 다 하면 좋다"면서도 "욕심은 없다. 1점대에서 3점대가 순식간에 될 수도 있다. 계속 좋은 피칭을 이어가고 싶다"고 미소지었다.
인터뷰 말미 원태인은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 그는 "내가 없는 동안 이호성과 이승민이 고생했다. 어떻게 보면 저랑 백정현 선배가 빠진 사이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정말 힘든데 내색없이 던졌다"며 "너무 고맙다. 몇 번 쉴 타이밍도 있었는데 내가 먼저 빠져서 미안했다. 둘이 던져줘서 지난주 LG 트윈스전 스윕도 있었다. 결과가 최근엔 안 좋았지만 고생했다. (이)승현도 순위권 싸움을 하다보니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 버텨서 장하다"고 말했다.
대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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