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은 비과세 ‘찐배당주’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4. 6. 1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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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메리츠…크레버스·일진홀딩스도
배당 기대치가 과거보다 부쩍 높아진 가운데, 비과세 배당주에 관심 갖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지난 3월 주주총회 이후 기말배당 이슈는 진작 지나갔지만 최근 증시에서 배당에 대한 관심은 연중 내내 뜨겁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본격화로 배당 규모, 횟수 등을 늘리는 상장사가 늘고 있어서다. 배당 기대치가 과거보다 부쩍 높아진 가운데, 비과세 배당주에 관심 갖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배당소득세는 세후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비과세 혜택을 최대한 누려 배당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상법에 따르면, 자본총계 가운데 이익준비금은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쌓아둔 것으로, 이를 재원으로 한 배당은 과세를 피할 방법이 없다. 자본준비금 감액배당(이익잉여금 전입)은 개인 주주의 경우 한도 없이 비과세가 가능하다. 감액배당은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 합이 자본금 1.5배를 초과할 경우, 초과 범위 내에서 주총 결의를 거쳐 일정 수준 감소시킨 후 이를 재원으로 배당을 지급하는 전략을 뜻한다. 자본준비금은 자본 거래로 쌓인 잉여금을 재원으로 한 것이므로, 이를 재원으로 한 배당은 납입자본 반환으로 본다. 이 때문에 개인 주주는 배당소득세가 부과되지 않고 종합소득세 산정 기준이 되는 배당소득에서도 제외된다.

배당주 비중이 높은 투자자를 중심으로 비과세 배당주가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종합소득세 이슈다. 배당소득에는 15.4% 세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다른 이자소득과 합산해 연간 2000만원이 넘을 경우 누진과세인 종합소득세가 적용된다. 이때 최고 44% 세율로 과세된다. 감액배당은 종합소득세 산정 기준이 되는 배당소득에서도 제외된다. 배당주 비중이 높은 투자자라면 비과세 배당을 늘리는 게 속 편한 선택지다. 둘째, 건강보험료다. 만약 2000만원 넘는 이자, 배당 등으로 종합소득세 대상이 되면 재산 보유 상황과 관계없이 국민건강보험에서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된다. 이 경우,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므로 보유 자산(주택·자동차 등)에 대해서도 건강보험료를 물어야 한다. 가처분소득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감액배당을 영리하게 활용해온 곳은 메리츠금융지주다. 메리츠그룹은 감액배당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대주주 조정호 회장과 개인 주주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영리한 전략을 펴왔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22 사업연도 결산배당부터 자본준비금을 감액한 금액을 재원으로 배당한다. 지난해 12월 31일이 배당기준일로 주당배당금은 2360원이다. 앞으로 비과세 배당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이 메리츠금융지주 장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메리츠금융지주 비과세 잉여금은 2조4678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2023년 배당으로 4483억원을 배당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배당에 자사주 매입·소각까지 고려하면 주주환원율이 51%에 달해 대표적인 주주 친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올 1분기 자사주 4000억원어치를 소각한 데 이어 5000억원 규모 추가 매입을 발표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자사주 매입·소각에 따른 기계적인 적정 주가는 올해 말 기준 11만9000원, 내년 말 12만7000원”이라며 “현 주가에서는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적극 매수를 권했다.

크레버스는 반기배당을 받을 수 있는 비과세 배당주다. 크레버스는 2022년 합병을 통해 발생한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950억원 규모)으로 전환한 뒤 지난해부터 비과세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반기배당을 시행해 연 2회 현금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연간 기준 시가배당률은 12% 수준이다. 지난해 6월 중간배당으로 1주당 1000원의 현금배당을 지급했고, 12월에는 결산배당으로 1주당 1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크레버스는 청담러닝 시절을 합쳐 18년 연속 배당을 지급해왔다.

저출생 심화로 교육 산업 성장 우려가 크지만 크레버스는 고급화 전략으로 실적 방어에 나선다. 크레버스는 영어·수학·코딩에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한다. 크레버스는 ‘CMS 영재교육센터’ ‘CMS 영재관’ ‘씨큐브코딩’ 등 프리미엄 수학·코딩 사고력 브랜드를 갖췄다. 2023년도 기준 영재학교 합격자 전체의 40%가 크레버스에서 배출됐다.

실적도 준수하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3% 증가한 233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과 유사한 252억원을 기록했다. 점포 수 증가로 고정비가 늘었지만 손익 통제력을 확보한 덕분에 전년과 비슷한 규모 영업이익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약 3배(218%) 증가한 153억원을 기록했다. 이병화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크레버스는 지난해부터 비과세 배당을 실시하고 있어 배당과세 부담이 높은 국내 증시에서 매력적”이라며 “비과세 배당은 향후 몇 년간 유지되고 배당 성향과 배당수익률은 교육 업종 내 가장 높아 주주환원에 집중하는 투자자에게는 업종 내 최고 선택지”라고 추천했다.

감액배당 종소세 제외

세후 수익률 극대화 기대

이외에도 연말 결산배당으로 비과세배당을 실시하는 상장사가 몇 있다.

하나투어도 비과세 배당을 실시 중이다. 하나투어는 해외여행 증가로 실적 개선에 성공한 덕분에 배당을 큰 폭 늘렸다. 지난해 11월 임시 주총에선 자본준비금 14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중간배당을 포함한 시가배당률은 약 8%다.

에너지용 강관 전문기업 넥스틸은 지난해 12월 임시 주총 결의를 통해 자본준비금에서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한 572억원의 일부인 182억원을 배당 재원으로 쓰기로 했다. 비과세 대상 배당금은 주당 700원이다. 시가배당률은 8% 수준. 이익잉여금 규모에 비춰 시장에서는 대략 3년간 비과세 배당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일진홀딩스도 비과세 배당을 실시 중이다. 주당배당금은 150원으로 시가배당률 3~4%다. 일진홀딩스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장남 허정석 부회장이 이끈다. 주력사는 일진전기. 최근 전력난 우려로 신재생에너지가 각광받으면서 글로벌 전력망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덕분에 중전기(변압기·차단기), 전선 사업을 벌이는 일진전기도 호실적 기대를 높인다. 특히 중전기 부문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025년 이후 미주 지역에서 생산능력을 웃도는 초과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AI 산업 고도화와 전기차 보급에 따른 전력난 우려로 전력망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송배전 설비 교체 시기가 맞물린 점도 호재다.

또 다른 비과세 배당주는 인화정공이다. 인화정공은 지난해 11월 임시 주총을 열고 약 403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주당배당금 2250원으로 시가배당률 19% 수준이다. 인화정공은 제조업을 주업으로 하는 회사로 선박엔진 부품과 자동차 부품, 금속성형기계, 금속구조재 등을 생산한다.

이들 비과세 배당주에 투자할 땐 몇 가지 유의점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무엇보다 이익잉여금 재원을 눈여겨봐야 한다. 잉여금 재원 소진 땐 비과세 배당이 지속되기 힘들다. 배당 목적 투자라도 업황을 꼭 챙겨야 한다. 단기적으로 이익잉여금 재원이 소진되더라도 업황 호황 땐 활발한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자본준비금 감액배당이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 현금흐름이 두둑한 상장사라면 이익잉여금 재원을 더 늘릴 수도 있다. 투자 회사 주요 경영진과 대주주의 주주환원 의지를 살피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4호 (2024.06.19~2024.06.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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