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공포에…주목받는 원금 보장 ELB
연초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가 벌어지며, 이를 대신할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높다. 위험에 대한 투자자 경계심이 커지며 비교적 안정적이라 평가받는 상품에 뭉칫돈이 몰린다. ELS와 구조가 비슷하면서도 원금 보장이 가능한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가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ELS보다 수익·리스크 낮아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5월까지 국내 ELB 발행액은 7조243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0년 평균 발행액(4조8775억원)보다 약 50% 많은 금액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69% 늘었다. 1~5월 ELB가 ELS 발행액을 웃돈 건 올해가 처음이다. 올해 1~5월 ELS는 6조5930억원 발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ELB는 특정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약속한 수익을 제공하는 파생상품이다. 여기까지는 ELS와 비슷하다. ELS와 가장 큰 차이점은 ELB는 원금을 보장하는 원금 지급형 상품이라는 점이다. 즉, ELS보다 위험성은 낮으면서도 약정 조건에 따라 예금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ELB 수익률은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연 환산 4~7% 수준이며, 많게는 10% 이상을 기록하는 상품도 있다.
상품 유형은 크게 하이파이브형과 레인지형으로 구분된다. 하이파이브형은 조기상환 평가일 또는 만기일에 기초자산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원리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조건을 충족할 경우 원금에 이자를 지급하지만,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원금만 돌려받는다. 일반 ELS와 비슷하게 만기는 3년이며 6개월마다 한 번씩, 총 5회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진다.
최근 NH투자증권이 판매한 ‘NH투자증권(ELB)2502’가 하이파이브형 상품에 해당한다. 기아 주가와 코스피200지수가 발행 당시보다 3% 이상 오른 상태에서 조기상환 평가일 또는 만기일을 맞으면 연 7%의 이자를 지급한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원금만 돌려준다.
반면 레인지형은 기초자산값이 상품 유지 기간 어떤 범위에 있었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지수를 기초로 할 때 전체 투자 기간 중 최초 기준 가격 대비 80~120% 사이에 머무른 일수만큼 계산해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면 원금만 돌려받은 채 이자는 지급받지 못할 수 있다. 만기는 보통 1년에서 1년 6개월 사이다.
최근 판매한 KB증권의 ‘KB able ELB 제121호’가 레인지형 상품 중 하나다. 하락에 베팅하는 이 상품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발행 시점과 비교해 만기 시 -15~0% 범위에 있으면 하락률만큼 이자를 지급한다. 발행 당시보다 S&P500지수
가 10% 하락했다면, 10%의 이자를 지급하는 식이다. 단, 상품 유지 기간 S&P500지수가 한 번이라도 15% 이상 하락한 적 있다면 8%의 이자만 지급하며, 하락률이 15%를 초과한 적 없고 만기 때 지수가 발행 당시보다 상승했다면 원금만 돌려준다.
최근 시장 트렌드는 주가지수보다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 초부터 지난 5월 말까지 발행된 ELB 중 종목형 비중이 약 70%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또, 발행사가 수익 구조나 수익률, 기간 등 다양한 조건으로 상품을 선보이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만기가 1년 미만으로 짧고, 수익률에 초점을 맞춘 단순한 구조도 등장했다.
‘KB able ELB 제121호’처럼 시장 방향에 베팅하는 상품도 속속 나오고 있다. 기대수익에 비중을 둔 투자자라면 하락·상승형 등 다양한 방향성에 투자하는 상품도 고려할 만하다.
기존 ELB의 단점을 보완한 상품도 대거 나타나고 있다. ELB 수익은 기초자산 상승분에 연동해 지급하기 때문에 기존 상품은 기초자산 하락 시 만기에 원급만 지급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원금에 일부 이자를 확정 지급하는 상품이 등장했다. 예를 들어 추가 기대수익률을 낮춘 대신 101% 보장형, 103% 보장형 등 투자 기간 최소한의 기본 금리를 제공하는 형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ELS 시장 규모가 ELB보다 압도적으로 컸기 때문에 ELB는 일부 구조로 정형화됐다”면서도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구조와 기초자산을 이용한 상품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ELB의 기대수익률 또한 과거보다 높아진 상황”이라며 “특히 원금은 보장되면서도 지수형 ELS 수익률과 유사한 수준을 제공하는 저위험 중수익 상품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신용도 높은 발행사 선택해야
ELB는 ELS보다 위험성이 적지만, 수익도 낮다는 점이 투자자 입장에서 단점으로 꼽힌다. ELS가 시중금리의 2배 이상 수익도 가능한 구조라면, ELB는 상품의 예상 만기가 다소 길고 기대수익률도 높지 않은 편이다.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에게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은행 예금처럼 투자자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발행사가 파산할 경우, 투자한 원금을 보장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에 전문가들은 신용도가 높은 발행사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LB는 투자자보호법에 따라 투자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라며 “발행사가 파산할 경우 원금의 일부 또는 전액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투자자는 신용등급이 높은 발행사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도상환이 어렵다는 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중도상환을 신청할 경우 수수료가 발생해 원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중도상환을 신청하면 원금을 돌려받기까지 2~3영업일이 걸린다는 점도 기억하자. 투자 전 상품 구조와 자금의 사용 시기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변동성이 큰 해외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도 시장에 여럿이기 때문에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1년 뒤 테슬라 주가가 발행 당시 주가와 비교해 0~45% 수준이면 상승률만큼의 수익을 지급하고, 그렇지 않으면 원금만 돌려주는 식이다.
이처럼 최근 들어 구조가 다양한 상품이 최근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투자 목적과 가용 자금에 따라 개인에게 적합한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LB는 높은 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변동성을 줄이면서 돌려받을 수 있는 수익금이 일정하게 정해진 상품이다. 원금 보장을 우선시하는 등 투자 성향이 보수적이면서 은행 예금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최근 다양한 구조를 지닌 상품이 늘고 있다.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ELB가 발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투자자는 상품 안내 자료를 꼼꼼히 확인하고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상품에만 투자해야 한다. 투자 목표와 기간을 명확히 한 뒤 투자하기를 당부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 조언이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4호 (2024.06.19~2024.06.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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