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맨션, 68층 재건축 기대했는데…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재건축 대장주 한강맨션이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조합이 제출한 68층 초고층 재건축 계획안을 서울시가 퇴짜 놓으면서 향후 재건축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이목이 쏠린다.
68층 초고층 재건축 사실상 무산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한강맨션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68층 높이 계획을 조절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안을 전달했다. 당초 35층으로 정비계획을 짰던 이 단지는 서울시의 높이 제한 완화 방침에 따라 최고 층수를 68층으로 높이는 계획 변경을 추진해왔다. 변경안을 확정하기에 앞서 지난 5월 2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받은 결과 사실상 불가 방침을 통보받았다는 의미다.
도시계획위원회 위원들이 한강맨션의 지리적 여건을 고려했을 때 ‘68층은 지나치게 높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68층 높이가 서울 대표 경관인 남산 조망을 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여의도 등 다른 지역 초고층 추진 단지와 다르게 한강맨션은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이 이뤄지지 않은 ‘3종일반주거지역’이라는 점도 한계 요인으로 지적됐다.
1971년 준공된 한강맨션은 입지 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 재건축 단지다. 강북 부촌으로 자리매김한 동부이촌동 정중앙에 위치했다. 한강변에 인접해 남향 한강 조망권을 갖춘 데다 남산 조망도 가능하다.
지하철 4호선·경의중앙선 이촌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인 초역세권 단지다. 강변북로 인근에 위치해 강남, 여의도 등 서울 중심 지역 접근성도 좋다.
개발 호재도 풍부하다. 서울시가 추진해온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안이 확정되면서 한강맨션에 대형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다. 인근 용산역에는 아이파크몰, 이마트, CGV 등 각종 쇼핑·문화시설이 들어섰다.
교통 호재도 적잖다. 신사역에서 분당, 광교신도시를 잇는 신분당선 연장선이 용산역까지 이어지는 데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 B노선도 용산 일대를 지난다.
워낙 입지가 좋다 보니 한강맨션 재건축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돼왔다. 2017년 조합이 설립됐고 2년 만인 2019년 재건축 계획이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2021년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통과해 2022년 1월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그해 11월에는 관리처분계획인가도 받아냈다.
당초 조합은 660가구(23개동, 5층)를 1450가구(15개동, 최고 35층)로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35층 룰’을 폐지하면서 발 빠르게 층수를 68층으로 높이는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해왔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단지가 아니었음에도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부동산업계 관심이 뜨거웠다.
하지만 68층 초고층 재건축이 결국 무산되면서 자칫 사업성이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강맨션은 서울 강남권 저층 단지 못지않게 대지지분이 많다. 5층짜리 저층 단지라 용적률이 101%에 불과하다.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은 126.06㎡(38.2평)에 달한다.
이 중 전용 101㎡의 대지지분은 74.58㎡(22.6평) 수준. 무상지분율 즉 가구당 대지지분에 무상으로 덧붙여주는 비율이 150%라고 가정한다면 재건축 후 받을 수 있는 면적이 약 112㎡(34평) 수준. 추가 부담금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수억원의 이익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조합이 계산한 예상 분담금 자료에 따르면 기존 전용 88㎡ 조합원이 비슷한 84㎡ 주택을 배정받을 경우 3억4255만원을 돌려받는다. 더 큰 97㎡가 배정되더라도 1억3304만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127㎡를 받으려면 4억1426만원, 184㎡는 11억6603만원을 더 내야 한다. 기존 121㎡ 조합원이 재건축 후 127㎡를 배정받아도 2억826만원을 돌려받는다.
사업성은 좋지만 변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다. 조합은 68층 재건축이 현실화될 경우 재건축 초과이익부담금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해왔다. 한강맨션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통보받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부담금은 가구당 평균 7억7000만원 수준이었다. 국내 재건축 단지 중 역대 최고 금액이었는데 68층 재건축이 현실화될 경우 사업성을 높여 조합원 부담을 줄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야심 차게 추진해온 68층 재건축이 무산되면서 가구당 부담금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변수는 또 있다.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으로 재건축 분담금이 얼마나 늘어날지도 관건이다. 2022년 시공사 선정 당시 최고 35층 기준으로 책정했던 공사비(3.3㎡당 615만원)가 어떤 식으로 조절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초고층 재건축에 나서거나 시공사의 혁신 설계안을 적용할 경우 공사비가 대폭 인상될 수밖에 없다.
정비업계에서는 조합이 최고 층수를 50층 수준으로 낮춰 다시 도전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인근 서빙고 신동아아파트도 49층 재건축을 추진한다. 물론 고층 재건축을 포기하고 이전 계획대로 최고 35층 높이, 1450가구 규모로 방향을 되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건축비 부담을 감안하면 오히려 기존 계획인 35층으로 재건축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자잿값 인상 여파로 한강맨션 공사비가 평당 1000만원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68층 재건축이 무산된 데 따른 일반분양 물량 감소, 공사비 증가액을 따져봐야 구체적인 사업성이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용 101㎡ 40억 아래서 횡보할까
초고층 재건축 무산으로 한강맨션 매매가 상승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강맨션 전용 101㎡는 지난 4월 38억2940만원에 실거래됐다. 올 3월 매매가(37억9940만원)보다는 소폭 오른 금액이지만 지난해 10월 실거래가(39억8000만원)와 비교하면 1억원 넘게 떨어진 금액이다. 이 평형은 2019년 이후 20억원대에 실거래가가 형성되다 2022년 5월 40억원으로 최고가를 찍었지만 이후 상승세가 주춤한 상태다.
이촌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한강맨션 68층 재건축이 무산되면서 실망 매물이 나와 매매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뚜렷한 호재가 나오지 않는 한 40억원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한강맨션의 68층 재건축이 무산되면서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는 다른 단지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층수 기준을 폐지하면서 압구정, 여의도, 성수 등 주요 단지가 초고층 랜드마크 경쟁에 나섰다. 영등포구 여의도에서는 시범아파트가 65층, 한양아파트는 56층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는 아크로서울포레스트(49층)보다 높은 77층 높이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강남구 압구정 3구역도 70층 건립 여부를 검토 중이다.
“가뜩이나 공사비 인상으로 초고층 재건축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라 다른 초고층 재건축 추진 단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종상향이 이뤄지지 않았거나 남산 경관축을 가릴 가능성 높은 곳은 심의 과정에서 서울시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 진단이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4호 (2024.06.19~2024.06.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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