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날개 꺾였나…교촌의 딜레마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4. 6. 1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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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절대 강자에서 어느덧 3위까지

과거 10년 가까이 치킨업계 매출 1위를 지켜온 교촌치킨(이하 교촌)이 이제는 3위까지 추락했다. 2022년 bhc에 1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지난해에는 BBQ에까지 크게 밀렸다. 1년마다 순위가 한 계단씩 떨어졌다.

절대 매출액을 비교하면 위기는 더 두드러진다. 지난해 기준 치킨 3사 매출은 bhc 5356억원, BBQ 4731억원, 교촌 4259억원이다. 교촌은 전년 대비 700억원 넘게 매출이 급락한 데 반해 같은 기간 경쟁사 매출은 크게 늘었다. 2022년 100억원 미만 근소한 차이로 1위를 내줬었는데 지난해에는 bhc와 1100억원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매출 부진은 올 초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교촌 올해 1분기 매출은 11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줄었다.

업계에서는 교촌 부진 원인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는 평가를 내린다. 위기 요인을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진단이다. 교촌이 직면한 3가지 딜레마는 무엇일까.

교촌치킨 대만 1호점이 있는 대만 신베이시의 반차오구는 행정시설과 주요 기업들이 밀접해 있어 다양한 연령층이 모이는 곳이다. (교촌치킨 제공)
1. ‘가격 인상’ 딜레마

소비자 이탈 vs 본사 수익 악화

첫째는 가격 인상 딜레마다. 지난해 4월 가격 인상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잠시 당시로 돌아가보자. 그야말로 선택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가격을 올리자니 소비자 이탈이 우려되고, 그대로 두자니 본사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처지였다. 교촌은 치킨 3사 중에서도 수익 구조가 열악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2022년 기준 교촌의 원가비율은 82.7%에 달했지만 bhc·BBQ는 모두 62.3% 수준에 불과했다. 같은 물량 원부자재를 납품했다고 가정하면 교촌 본사가 얻는 마진이 타사 대비 2배 이상 적었다는 얘기다.

견디다 못한 교촌은 가맹점에 납품하는 닭고기(원육)와 소스·치킨무 등 주요 원부자재 가격을 올렸다. 그리고 연이어 대표 메뉴 가격을 최대 3000원까지 올리는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한번에 메뉴 3000원 인상은 치킨업계에서 이례적일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다급했다는 방증일 테다.

가격 인상은 두 가지 결과를 불러왔다. 첫째 매출 급감이다. 원부자재 가격 인상폭을 웃돌 정도로 가맹점 납품이 줄었다는 얘기다. 반면 수익성은 좋아졌다. 원부자재 가격을 올린 결과 영업이익이 88억원에서 248억원까지 커졌다.

영업이익은 높아졌지만 득실을 따져보면 ‘실’이 더 많았다. 매출이 너무 큰 폭으로 감소한 데다 ‘교촌이 매번 치킨 가격 인상을 주도한다’는 이미지도 더 굳어졌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물가 인상과 비슷한 3% 내외로 가격을 인상했어야 하는데, 그 이상으로 많이 올린 것이 소비자 여론을 악화시켰다. 판매 감소로 점주 수익도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2. ‘점주 최우선’ 딜레마

기존 점주 살피느라 점포 확장 X

교촌의 최대 경쟁력으로 꼽혔던 ‘점주 최우선 정책’도 요즘에는 본사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교촌은 점주 사이에서 평가가 좋은 브랜드로 유명하다. 실제 지난해 가격 인상 직후 소비자 여론이 최악일 당시에도 점주 사이에서는 “점주 수익을 위한 본사 결정을 이해한다” 등 옹호 의견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구조적인 한계에 봉착한 모습이다. 더 이상 늘리기 어려운 ‘점포 수’가 대표적이다. 기존 점주 영업권을 신경 쓰다 보니 공격적인 점포 확장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점포를 늘리지 못하는 건 본사 입장에서는 납품처를 늘리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물류비 절감도 어려워진다.

교촌과 경쟁사 점포 수 격차는 크다. 치킨 3사는 아직 공식적으로 지난해 점포 수를 공개하진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교촌 국내 매장 수는 1377개 정도다. 2200여개로 추산되는 bhc·BBQ와 비교하면 어느덧 차이가 900개 가까이 난다.

격차는 점점 더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BBQ 점포는 2020년 1785개에서 2022년 2111개로, bhc는 1629개에서 1997개로 저마다 350개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교촌(1273개 → 1368개)은 100개도 채 늘리지 못했다. 교촌 관계자는 “가맹점주 영업권 보호를 위해 점포 수를 무리하게 늘리지 않았다. 외형 성장보다는 내적·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출점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 ‘신상품’ 딜레마

과거도 지금도 허니·레드콤보뿐

이렇다 할 신상품이 없다는 점도 교촌 입장에선 딜레마다. 교촌 메뉴 구성은 단순하다. 닭 부위나 순살 여부를 고를 수는 있지만 맛 자체는 간장·레드·허니, 3가지가 사실상 전부다. 2022년 ‘블랙시크릿’ 맛을 새로 선보이기는 했지만 매출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기존 시그니처 메뉴 인기가 워낙 탄탄했던 과거에는 이게 장점으로 작용했다. 점주 입장에서는 조리가 간편했고 본사는 신상품 개발에 큰 비용을 들일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르다. 가격 인상 등 이유로 소비자가 대거 이탈한 가운데, 새로 유입을 이끌 신상품이 전무하다. 신상품이 없다 보니 브랜드 전체에 활기도 떨어졌다는 평이다.

반면 경쟁사는 신상품을 끊임없이 쏟아내왔다. BBQ는 3월 ‘바사칸 윙’, 6월 ‘땡초숯불양념치킨’ 등 올해만 벌써 2개째 신메뉴를 선보였다. bhc 역시 지난해 한 달 만에 50만개 판매에 성공한 ‘마법클’에 이어 올해 신메뉴 ‘쏘마치’를 내놓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경쟁 상대는 치킨 브랜드뿐 아니다. ‘교촌 맛과 흡사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대박이 난 CJ제일제당 ‘소바바치킨’ 등 냉동치킨 인기도 치솟는 중이다.

한 치킨업계 관계자는 “BBQ나 bhc 등은 비록 초단기 트렌드라고 할지라도 재빨리 신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교촌에는 그런 게 없다”며 “그렇다고 이제 와서 신상품 개발 투자를 대폭 늘리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딜레마 깨부술 방안은

지역본부 없애고 글로벌 확장

당장 딜레마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교촌은 아예 방향을 다르게 한 접근으로 위기를 타개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키워드는 ‘물류’, 그리고 ‘글로벌’이다.

먼저 ‘물류 효율화’다. 기존 ‘지사’ 구조를 ‘본부’ 중심으로 개편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그간 교촌은 원·부자재를 가맹지역본부(지사)를 통해 가맹점주에게 납품해왔다. 본사가 지사에 먼저 납품하면, 지사가 다시 가맹점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지사가 본사 수익을 나눠 갖는 것 아니냐’는 등 효율 관점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교촌은 최근 이런 유통 구조를 1단계로 축소하고 기존 지사 역할을 본사에서 통합 관리하기로 했다. 현재 교촌 전국 23개 지사 중 현재 직영 전환이 완료된 곳은 8개 본부다. 올해 안에 나머지도 모두 직영 체제로 바꿀 계획이다.

글로벌 영토 확장에도 힘을 쓴다. 교촌은 현재 미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7개국에서 매장 70여곳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화권에 역량을 모으는 중이다. 지난해 8월 대만 신베이시 1호점을 시작으로 올해 4월 4호점까지 개점하며 매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른 K-푸드 열풍이 뜨거운 요즘이 교촌을 비롯한 국내 브랜드가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기 더없이 좋은 시기”라며 교촌의 글로벌 영토 확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4호 (2024.06.19~2024.06.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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