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본 한의사, 암 발견 못했지만…法 "적법한 의료행위"
의협 반발 "수많은 피해자 생겨날 것"
의료기기 사용 두고 의협·한의협 '줄다리기'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합법하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지자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지난 18일 대법원 제2부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관련 재상고심 선고에서 '상고 이유 부적격'으로 상고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검찰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한의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파기환송심 결과에 불복해 지난해 10월 재상고한 것에 따른 최종 판결이다.
앞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던 A 원장은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환자 B씨에게 초음파로 68회에 걸쳐 신체 내부를 촬영했지만, 자궁내막암을 진단하지 못했다. 또 초음파 진단기기로 환자를 진료했다는 이유로 의료법 제27조 1항 위반으로 기소됐다.
이에 2016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판결에서는 A씨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것은 면허 외 의료행위라는 판단에 따라 의료법 위반죄를 적용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같은 해 12월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2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했으며, 3심 재판부인 대법원은 A씨의 의료행위가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을 하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사건을 재심리하도록 파기환송 했다. 이때 파기환송 된 사건을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내렸으나, 검사가 재상고했다. 이번에 대법원이 상고기각 결정을 내려 최종적으로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합법하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은 한의사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이 면허 범위 이외 의료행위인지를 판단하려면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한의사가 진단 보조 수단으로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통상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한의사가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게 한의학적 의료행위 원리에 따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하다는 게 명백한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판단 기준'을 고려해 사회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즉각 성명문을 내 반발했다. 19일 의협은 "대법원의 판단으로 인해 앞으로 면허 범위를 벗어난 한의사들의 의료행위가 범람하게 될 것이고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이 상황을 초래한 원인 제공자는 단연코 대법원이 될 것"이라고 질책했다.
의협은 "의료법에서 면허 행위를 구분한 목적은 오로지 국민건강 보호를 위한 것"이라며 "의료법에서 정한 한의사의 행위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대법원은 초음파 진단기기가 방사선을 방출하지 않고 기술적으로 안전하다는 이유만으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보건위생상 치명적인 위해가 있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의협 측은 전문성과 숙련도를 갖추지 못한 자가 초음파 진단 기기를 사용했을 때 오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이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쳐 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것이 자명한 대법원의 잘못된 판단을 강력 규탄한다"며 "앞으로 더 많은 피해가 양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 두고 한의협·의협 갈등 심화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와 의협은 오랜 기간 의료기기 사용으로 인한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 4월 윤성찬 제45대 한의협 신임 회장은 취임사에서 한의사의 자유로운 진단기기 사용과 일차 의료 역할 확대를 주장했다.
당시 윤 회장은 "한의학이야말로 앞으로 더욱 강화되어야 할 일차 의료에 가장 적합한 의학"이라며 "진단기기의 자유로운 사용과 제도적 개선을 통해 일차 의료에서의 한의학이 정립된다면 전 세계에 K-MEDI를 널리 알릴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언급했다.
의협과 대학병원, 일부 개원의가 집단 휴진을 예고한 13일에도 한의협은 의사 휴진 일에 맞춰 야간 진료를 권고하며 정부의 제도 정비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의협은 "양의계가 향후 휴진 등 집단행동을 할 경우를 대비해 정부가 한의원이 일차 의료에서 보다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감기, 급체 같은 다빈도 질환 등 일차 진료를 포함해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시에는 효율적인 연계와 처치도 진행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의료법 제27조 1항을 보면,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통상적으로 엑스레이(X-ray)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장치(MRI)는 '진단용방사선발생장치 안전관리규칙'과 '특수의료장비 설치·운영 규칙' 등에 따라 한의사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다만 초음파 진단기기의 경우는 방사선이 방출되지 않는 등 특수의료장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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