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만의 푸틴 방북, 외신도 주목…"편의상 결혼" "외로운 브로맨스"

박형수 2024. 6. 19.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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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자, 주요 외신들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두 정상의 만남을 두고 '외로운 브로맨스(the lonely bromance)' '편의상의 결혼(marriage of convenience)'이라고 평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북한 지도자 김정은(앞줄 오른쪽)이 2024년 6월 19일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9일 미국 CNBC 방송은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자신에게 강력한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자국민과 세계 앞에 자랑스럽게 보여줬다"고 전했다. 이어 양국이 상호 이익되는 전략적 거래를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정상간 만남은 김 위원장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훨씬 도움이 된 이벤트였다고 전했다.

매체는 북한에 대해 "세계 지정학적 무대에서 고립되고 핵무기 프로그램과 미사일 시험으로 인해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으며, 서방으로부터 '천민' '불량' 국가로 불린다"고 소개했다. 이번 푸틴의 방북 영상이 세계에 방영되면서 극심한 빈곤과 식량·연료 부족에 시달리는 쓰라린 실상 대신, 북한의 수도 평양 거리가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으로 세계에 소개됐다고도 지적했다.

민간 정보기관인 스트랫포의 응용지정학센터의 로저 베이커 전무이사는 "러시아는 북한이 서방의 제재를 우회해 국제적으로 새로운 경제 활동 흐름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면서 "북한에게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의 고립이 확실히 놀라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깊고 견고한 관계'를 강조하는 것과 달리, 사실상 푸틴은 지난 24년간 북한에 무관심했다는 사실도 짚었다. 그러다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되면서 북한이 러시아의 주요 무기 공급처로 떠올랐고 이로 인해 '중요한 파트너'로 격상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4년 6월 19일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글로벌 컨설팅 업체 테네오의 제임스 브래디 부사장과 빅터 차 선임고문에 따르면 푸틴의 이번 방북 핵심 목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지속적인 무기와 군수품 공급에 대한 약속이라고 전했다. 현재 러시아와 북한은 무기 거래를 부인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군에 대해 "그동안 낙후된 기술과 구식 무기로 오랫동안 조롱을 받아왔다"면서 "푸틴이 24년만에 평양을 방문함으로써 북한의 구식 탄약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 중 하나라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전했다.

CNN은 이번 정상회담은 북·러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연 것이라고 평했다. 매체는 "(정상회담은) 불법 무기 개발로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김 위원장에게 큰 힘"이라며 러시아가 북한에 강력한 군사 기술을 이전할 것이란 전망은 한국과 미국 모두의 우려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할 군사 지원에 주목했다. AP는 "북한의 군사 프로그램에는 잠재적으로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이 포함돼 있으나, 이를 발전시키려면 외부 기술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며 "러시아가 우주로켓과 군사 정찰위성 관련 기술로 북한을 지원하고 있다는 징후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북한이 무기를 테스트하면 한미일이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연합 군사 훈련을 펼치는 것이 사이클로 자리 잡고 있다며, 한반도 긴장이 수년 만에 최고조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남한은 대북 선전 방송을, 북한은 오물 풍선을 보내는 등 '냉전식 심리전'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의 도이체벨레(DW)는 "세계에서 배척받고 있는 북·러 두 나라는 관계 강화에 나섰다"며 "전문가들은 일부 협정, 특히 무기, 첨단 미사일 및 위성 기술 이전 등에 관련한 협정이 비밀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그간 북러는 군사 기술 및 위성 기술 이전에 대한 협력을 부인해왔다.

19일 평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북한 지도자 김정은(왼쪽)이 아우루스 차량을 운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가디언은 북한이 중국보다 러시아에 밀착하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은 북한 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원조 제공국이자 외교 동맹국"이라면서도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보여주듯, 고립된 국가 북한은 안보 및 경제에서 러시아에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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