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20년 인연 기자 질문에 만감 교차…더 단단해질 것"
부친과 채무 문제로 갈등을 겪다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된 박세리 박세리희망재단 이사장이 19일 "더 단단하게 나아갈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박 이사장은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수 시절부터 20년 넘도록 저를 알고 지내오신 기자님의 질문에 잠깐 말을 이어 가지 못했다"며 "그 순간 만감이 교차했고 과거부터 현재 놓인 상황까지 많은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금껏 내가 해야만 했고, 지켜야 한다고 믿었던 소중했던 것들, 그간 나의 생각과 노력들, 그 모든 게 저의 착각이었을 수 있다는, 어쩌면 그 또한 저의 욕심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제라도 깨달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더 단단하게 나아갈 수 있는 계기로 삼아 저의 또 다른 도전과 꿈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저를 걱정해 주시는 모든 분을 위해 다시 한번 용기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전날 부친 박준철씨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고소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박씨의 채무 문제, 부녀 갈등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전날 박 이사장은 평소보다 핼쑥해진 얼굴이긴 했으나 기자회견 내내 차분한 태도를 유지했고 이따금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러나 20년 넘게 인연을 맺어온 한 기자의 질문에 박 이사장은 참았던 눈물을 보였다.
박 이사장은 '이런 일로 이런 자리에 나와 있는 박 프로의 모습을 보니까 너무 안타깝다. 이렇게 되기 전에 아버지를 막을 수 없었는지에 대해 알고 싶다'는 기자의 질문이 나오자 수십 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1분여간의 침묵 끝에 마이크를 잡은 박 이사장은 "저는 진짜 눈물이 안 날 줄 알았다"며 "저한테 가족이 가장 컸고, 그게 다인 줄 알고 시작을 한 것"이라며 눈물을 삼켰다.
그러면서 "막을 수 없었냐고 질문을 하셨는데 많았다. 계속 막았고 계속 반대했고, 그 부분에 있어서 저는 아버지와 의견이 완전 달랐다"며 "한 번도 아버지 의견에 찬성한 적도 동의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저는 제 갈 길을 갔고, 아버지는 아버지의 길을 간 것이다. 제 아버지이기도 한데,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저도 굉장히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건 확실하고, 앞으로 제가 갈 방향, 제가 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 이 자리에서 한 번 더 확실하게 하고 가야지만 제가 가는 길에 있어서 더 단단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씨는 새만금 해양레저관광 복합단지 사업에 참여하려는 과정에서 박세리희망재단 도장을 위조했고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재단 측은 작년 9월 박씨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대전 유성경찰서에 고소했고, 경찰은 최근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박 이사장은 전날 "재단 차원에서 고소장을 냈지만 제가 이사장이고, 제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해 고소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먼저 (이사회에) 사건의 심각성을 말씀드렸고, 제가 먼저 (고소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의견을 내놨다"며 "그것이 재단 이사장으로서 할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재단은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 미래 인재들을 찾아내고 도와야 하는 단체"라며 "그러려면 이런 개인적인 문제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정확히 짚고 넘어가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부녀 관계 회복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아직 모르겠다. 상황이 이런 만큼 현재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부모 자식 관계라고 하지만 지금은 확답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며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서야 생각해볼 부분"이라고 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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