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싸 들고도 못 사는 엔비디아…몸값 1위 'AI 황태자'도 고민 있다
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의 대중 레스토랑 ‘데니스’에 AMD 출신 엔지니어 젠슨 황과 IBM 출신 커티스 프리엠, 휴렛패커드(HP) 출신 크리스 말라코스키가 모였다. 24시간 문 여는 이 식당에서 이들은 커피를 10번이나 리필하며 PC에 사실적인 3차원 그래픽을 구현해줄 칩 사업을 구상했다. ‘인공지능(AI) 황태자’ 엔비디아의 시작이다. 그로부터 꼬박 31년 뒤 2024년 6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엔비디아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시가총액 3조3350억달러(약 4600조원)를 기록,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을 제치고 시총 1위 기업에 올랐다. 회사가 시총 10위권 내에 진입한 게 불과 2년 전이었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미국 증시 역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진격했다. 시총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주가가 올해 20% 오르는 동안, 엔비디아는 174% 올랐다.
AI 기술 열풍의 상징
이후 2022년 챗GPT를 비롯한 생성AI 열풍이 불면서 엔비디아의 폭발적 성장이 시작됐다. 챗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을 훈련시키는 데에 GPU가 핵심 역할을 하며 엔비디아가 ‘AI의 황태자’로 거듭난 것이다. AI 모델을 훈련시키려는 빅테크 기업들은 GPU를 구하기 위해 지금도 ‘돈 싸 들고 기다리는’ 상황이다.
엔비디아의 승자독식
엔비디아의 시장 장악력이 커질수록 반(反)엔비디아 연합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가도 엔비디아의 승자독식 생태계는 더 공고해지고 있다.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AMD가 꾸준히 가성비 좋은 신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고객들은 여전히 엔비디아 제품을 택한다. 웰스파고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데이터센터용 GPU 시장에서 매출 기준 엔비디아 점유율은 98%에 달한다. 엔비디아 스스로 자신들이 AI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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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 한계 극복 과제
이런 엔비디아에도 고민은 있다. AI 붐을 타고 급격한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언젠가는 수요 둔화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IT 전문지 디인포에미션은 황 CEO가 지난해 크리스마스 무렵 “고객들이 AI 칩을 설치할 데이터센터 공간이 부족해지면 향후 회사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또 MS나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은 현재 수익이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미래 투자의 일환으로 AI 칩을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기 때문에, 이 구매가 언제든 중단될 위험이 있다고 회사는 분석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소프트웨어 판매를 늘리거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인프라의 결합을 통해 장기적이고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식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회사는 AI 개발자들에게 더 많은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있으며 1년 전부터는 자체적으로 서버를 임대하는 DGX클라우드 사업도 시작했다. ‘로봇을 만들지 않는 로봇 사업’ 역시 이 일환이다. 엔비디아는 로봇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대신에 AI를 통해 로봇을 학습시키는 로봇 플랫폼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전체 매출 중 비중이 미미한 이 사업에 대해 엔비디아 전 임원 아샤 오스토직은 “칩 위주의 매출을 보완할 수 있는 이러한 서비스를 성장시키는데 회사는 모든 영향력을 동원할 것”이라고 디인포메이션을 통해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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