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장관과 통화한 날 尹, 국방차관∙비서관에도 전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당일 신범철 국방부 차관과 임기훈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에게도 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의 통화가 끝나자 곧장 윤 대통령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해병대수사단의 ‘채 상병 조사기록’이 경북경찰청에 이첩됐다가 돌연 회수된 지난해 8월 2일 당시 신 차관과 임 비서관의 통화 내역을 중앙일보가 19일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신 전 차관과 임 전 비서관의 통신기록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8월 2일 윤 대통령과 한 차례씩 통화했다. 임 전 비서관은 이날 오후 1시 25분부터 4분 51초간 윤 대통령과 통화했고, 약 3시간 후인 오후 4시 21분엔 신 전 차관이 윤 대통령과 10초간 통화했다.
두 사람이 윤 대통령과 통화하기 직전엔 항상 이시원 전 비서관이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임 전 비서관의 경우 윤 대통령과의 통화 전후로 이 전 비서관과 5차례에 걸쳐 통화했다. 특히 오후 1시 21분부터 40초간 이뤄진 이 전 비서관과의 두 번째 통화 이후 약 3분이 지나자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신 전 차관의 경우 이날 낮 12시 54분, 오후 4시 16분, 오후 4시 19분 등 3차례에 걸쳐 이시원 전 비서관과 통화했다. 세 번째 통화가 끝난 시점은 오후 4시 20분이었는데,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곧장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2일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역시 윤 대통령과 3차례에 걸쳐 통화한 날이기도 하다. 이 전 장관의 통신기록에는 낮 12시 7분, 12시 43분, 12시 57분 등 3차례에 걸쳐 윤 대통령과 통화한 내역이 기재돼 있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은 여름 휴가 첫날(8월 2일) 국방부 장·차관과 국방비서관에 이르기까지 국방 라인의 주요 관계자들과 연쇄적으로 통화를 한 셈이다.
이와 관련 국가안보실은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과 통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지난달 29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TV 인터뷰)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은 이 전 장관이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을 예방하는 일정이 있었다.
다만 윤 대통령이 국방장관에 이어 국방차관·국방비서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단 점은 한-우즈벡 방산협력 이외에 또 다른 시급한 현안이 있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윤 대통령의 전화 직전 국방 업무와는 무관한 공직기강비서관이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 전 비서관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수시로 통화하며 채 상병 사건 처리 방향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순차적으로 국방장관→국방비서관→국방차관에게 개인 휴대전화로 직접 전화를 걸었다. 특히 이들과의 통화는 해병대수사단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조사 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직후 시작됐다.
윤 대통령이 장·차관 및 비서관과의 통화를 모두 끝낸 이후 국방부 검찰단은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채 상병 조사 기록을 회수해 갔다.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로 지목한 조사 기록이 경찰에 이첩된 지 7시간만에 돌연 회수되는 과정에 대통령실의 개입과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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