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장관과 통화한 날 尹, 국방차관∙비서관에도 전화했다

정진우, 양수민 2024. 6. 1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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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당일 신범철 국방부 차관과 임기훈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에게도 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의 통화가 끝나자 곧장 윤 대통령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해병대수사단의 ‘채 상병 조사기록’이 경북경찰청에 이첩됐다가 돌연 회수된 지난해 8월 2일 당시 신 차관과 임 비서관의 통화 내역을 중앙일보가 19일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신 전 차관과 임 전 비서관의 통신기록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8월 2일 윤 대통령과 한 차례씩 통화했다. 임 전 비서관은 이날 오후 1시 25분부터 4분 51초간 윤 대통령과 통화했고, 약 3시간 후인 오후 4시 21분엔 신 전 차관이 윤 대통령과 10초간 통화했다.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은 지난해 8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이 당시 신범철 국방부 차관 및 임기훈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과 통화하기 직전에 먼저 전화를 걸었다. 연합뉴스

두 사람이 윤 대통령과 통화하기 직전엔 항상 이시원 전 비서관이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임 전 비서관의 경우 윤 대통령과의 통화 전후로 이 전 비서관과 5차례에 걸쳐 통화했다. 특히 오후 1시 21분부터 40초간 이뤄진 이 전 비서관과의 두 번째 통화 이후 약 3분이 지나자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신 전 차관의 경우 이날 낮 12시 54분, 오후 4시 16분, 오후 4시 19분 등 3차례에 걸쳐 이시원 전 비서관과 통화했다. 세 번째 통화가 끝난 시점은 오후 4시 20분이었는데,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곧장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1일 우즈베키스탄 국방부 청사를 방문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자관. 뉴스1

지난해 8월 2일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역시 윤 대통령과 3차례에 걸쳐 통화한 날이기도 하다. 이 전 장관의 통신기록에는 낮 12시 7분, 12시 43분, 12시 57분 등 3차례에 걸쳐 윤 대통령과 통화한 내역이 기재돼 있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은 여름 휴가 첫날(8월 2일) 국방부 장·차관과 국방비서관에 이르기까지 국방 라인의 주요 관계자들과 연쇄적으로 통화를 한 셈이다.

이와 관련 국가안보실은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과 통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지난달 29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TV 인터뷰)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은 이 전 장관이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을 예방하는 일정이 있었다.

다만 윤 대통령이 국방장관에 이어 국방차관·국방비서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단 점은 한-우즈벡 방산협력 이외에 또 다른 시급한 현안이 있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윤 대통령의 전화 직전 국방 업무와는 무관한 공직기강비서관이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 전 비서관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수시로 통화하며 채 상병 사건 처리 방향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일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주요 관계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다만 당시 통화에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뉴스1

이날 윤 대통령은 순차적으로 국방장관→국방비서관→국방차관에게 개인 휴대전화로 직접 전화를 걸었다. 특히 이들과의 통화는 해병대수사단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조사 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직후 시작됐다.

윤 대통령이 장·차관 및 비서관과의 통화를 모두 끝낸 이후 국방부 검찰단은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채 상병 조사 기록을 회수해 갔다.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로 지목한 조사 기록이 경찰에 이첩된 지 7시간만에 돌연 회수되는 과정에 대통령실의 개입과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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