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이커머스 쇄신…알리·쿠팡·네이버 출신 수혈했다

김경미 2024. 6. 1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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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올해 초 서울 중구 '신세계 남산'에서 열린 신입사원 그룹 입문 교육 수료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커머스 양대 계열사 수장을 전격 교체하며 경영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초 유통·물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CJ그룹과 손 잡은 지 2주만이다. 유통업계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신세계그룹의 노력이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알리·쿠팡·네이버…적진서 찾은 인재


신세계그룹은 19일 지마켓과 SSG닷컴의 대표·임원진을 신규 선임하고 조직 부분 개편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쿠팡·네이버 등 경쟁사에서 이력을 쌓은 임원들을 대거 영입해 느슨해진 이커머스 조직에 긴장감을 높였다.

지마켓 신임 대표에 선임된 정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은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겸직했고 골드만삭스, 크레디트스위스를 거쳐 쿠팡 재무 임원으로 일했다. 신세계그룹 측은 정 신임 대표를 “투자·이커머스·핀테크 업계를 두루 거친 재무 전문가”로 소개하며 “지마켓 체질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기반으로 한 균형 있는 성장 토대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형권 지마켓 신임 대표. 사진 신세계그룹

지마켓 최고제품책임자(CPO)에 해당하는 PX본부장에는 네이버 쇼핑 플랫폼 책임리더(임원)를 지낸 김정우 상무를 영입했다. 개발자 조직을 이끄는 테크본부장은 쿠팡 출신 오참 상무가 맡는다.

SSG닷컴도 대표와 핵심 임원을 교체하며 쇄신을 꾀했다. 새 대표로 내정된 최훈학 SSG닷컴 영업본부장(전무)는 대표를 겸직하며 그로서리(식품·잡화)와 물류 부문 경쟁력 강화에 힘쓸 계획이다. D/I(데이터인프라) 본부장에는 이마트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총괄을 맡아온 안종훈 상무가 자리를 옮긴다.

이커머스 양대 계열사를 이끌어온 전항일 지마켓 대표, 이인영 SSG닷컴 대표 등 기존 임원들은 2선으로 물러나 자문역을 맡게 된다.

최훈학 SSG닷컴 신임 대표. 사진 신세계그룹


쪼개고 줄이고, 조직 효율화


지마켓과 SSG닷컴은 효율성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도 진행한다. 지마켓은 기존 PX(상품 경험) 본부에서 개발자 조직인 테크 본부를 떼어내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 역량을 강화하도록 했다. SSG닷컴은 기존 4개 본부를 D/I와 영업 등 2개 체제로 축소했다.

신세계그룹 측은 “지난해 11월 그룹 경영전략실을 개편하며 이커머스 혁신 계획이 본격화됐다”며 “혁신 토대를 완성하기 위해 리더십·조직 개편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룹의 전반적인 혁신을 위해 철저히 성과 중심으로 인사 시스템을 가동했다는 설명이다.


쿠팡에 뺏긴 주도권 찾을까


전날(18일) 이인영 SSG닷컴 대표의 경질 소식이 전해지며 유통업계에서는 정용진 회장이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SSG닷컴은 2018년 물적분할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고, 기업공개(IPO)가 지연되며 재무적 투자자(FI)들의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권리) 행사 요구를 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이마트까지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온오프라인 사업이 동반 침체를 겪자, 그룹 내부에서는 쇄신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 쿠팡이 지난해 매출 30조원을 돌파하며 유통업계 1위로 올라서고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플랫폼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신세계그룹은 이커머스 개편부터 속도를 내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이달 초 신세계그룹은 CJ그룹과 손 잡으면서 물류 사업을 CJ로 넘기고 유통 본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의 김포와 오포 물류센터를 CJ대한통운에 매각하기로 했고, 지마켓의 ‘스마일 배송’도 이르면 내달부터 CJ에 맡기로 했다. 물류 투자를 확대하는 쿠팡으로 고민이 커진 두 회사가 머리를 맞댄 것. 마종수 한국유통연수원 교수는 “물류량이 제한적인 신세계는 사업 이관을 통해 물류 비용을 절감하고, CJ는 규모의 경제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신세계그룹 측은 “CJ와의 협업은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은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플랫폼 물류 시스템 정비에 이어 주요 핵심 임원을 동시에 교체하는 변화를 통해 잠시 주춤했던 온라인 사업을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5일 진행된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의 ‘사업제휴 합의서 체결식’에 (왼쪽부터)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 허민회 CJ CGV 대표, 김홍기 CJ주식회사 대표, 임영록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 한채양 이마트 대표, 위수연 신세계프라퍼티 컨텐츠본부장이 참석했다. 사진 신세계그룹


회장 취임 100일, 성과 절실


회장 취임 100일을 넘긴 정용진 회장이 새로운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정 회장은 SNS 활동을 중단하고 대외 활동을 줄이는 대신 내부 챙기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최근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는 “20년간 국내 유통시장을 선도해온 신세계그룹이 현재 중요한 변곡점에 있다”며 “뼈를 깎는 쇄신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성과 중심의 수시 인사로 조직에 긴장감을 유짛고, 실적 개선과 주가 관리 등 성과 도출에 주력할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내외 유통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 회장이 그간의 실적 부진을 털어낼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지가 관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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