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통제할 수 없어"…'선배' 스웨덴 인구 늘어난 비결은 [ESF2024]
정길준 2024. 6. 19. 18:00
제15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본 행사 개최
세계적 인구학자 "정부 개입으로는 한계"
스웨덴, 이민으로 인구 800만→1060만
'완전 적립 방식'으로 연금 고갈 선제 대응
"저출산과 고령화는 통제할 수 없다는 것 인정해야 한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페미니즘 운동 촉발한다" "개방적 이민 정책과 연금 제도 개편이 인구 감소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세계적인 인구 석학들이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인구 절벽의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에 대해 쏟아낸 진단과 해법들이다.
이데일리는 19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제15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인구 위기…새로운 상상력, 패러다임의 전환'을 개최했다. 전날 정책평가연구원와 함께 진행한 특별 심포지엄에 이어 이날 개회식을 갖고 이틀간의 본행사를 시작했다.
행사장은 주요 7개국 20여 명의 외국 석학을 포함해 총 54명의 연사가 제시하는 인구 위기의 해법을 듣기 위해 참관객들로 북적였다.
곽재선 KG·이데일리 회장이 개회사로 전략포럼의 문을 열었다. 곽재선 회장은 "대한민국이 통째로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내몰리게 됐다"며 "이데일리 전략포럼은 대한민국에서 인구 위기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끈질기게 이 문제를 잡고 늘어질 작정"이라고 말했다. 작년 포럼 주제도 '인구 감소'였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오세훈 시장이 축사를 했다. 한 총리는 "저출생 극복 의지를 담은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신설 추진 중인 저출생 대응 풀을 중심으로 인구 위기 대응에 범국가적 자원을 총동원하겠다"고 했다.
"출산율 집착 말아야, 결국 젠더 정책"
본격적인 포럼에서는 두 개의 기조연설이 진행됐다.
첫 주자인 세계적 인구통계학자인 제니퍼 스쿠바 로즈 칼리지 종신교수는 인구 감소를 바라보는 인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했다.
스쿠바 교수는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는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면 오히려 부작용으로 페미니즘 운동이 거세게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 대다수 국가는 인구 대체율이 출산율보다 높은 문제를 겪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3명 중 2명은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
스쿠바 교수는 한국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통계청 조사에서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72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는 2072년 3622만명으로 1977년 수준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더는 출산율에 집착하지 말고 변화의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스쿠바 교수는 우리나라가 유독 출산율이 낮은 이유로는 직장인 여성에게 친화적이지 않은 사회 분위기를 꼽았다. 2020년 조사 결과 육아휴직을 일본의 경우 엄마가 83%, 아빠가 3%를, 한국은 엄마가 22%, 아빠가 5%를 사용했다.
그는 "아시아에서의 인구 정책은 결국 젠더 정책"이라며 "한국의 양성평등은 일부 개선됐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스웨덴과 핀란드를 예로 들면서 양성평등만으로 출산율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웨덴 답은 '이민'…연금 고갈 선제적 대응해야
그렇다면 훨씬 전부터 인구 감소로 골머리를 앓았던 선진국들은 어떻게 반전을 이끌어냈을까. 100년 전인 1930년대에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직면했던 스웨덴은 '이민'에서 답을 찾았다.
두 번째 기조연설자인 프레드릭 라인펠트 스웨덴 전 총리는 "35년간 800만명대를 유지했던 스웨덴 인구는 오늘날 1060만명에 달한다"며 "스웨덴 인구 20%는 스웨덴에서 태어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스웨덴의 출산율은 1.7~1.8명으로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마찬가지로 하락세다.
전 세계 80억 인구 중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서 살지 않는 사람이 4%가 채 되지 않는다는 통계를 감안하면 이민은 스웨덴이 인구 절벽에서 탈출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전면적으로 이민자들을 수용한 것이 마냥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이민은 예측 가능성이 상당히 낮기 때문이다.
라인펠트 전 총리는 "다인종·다종교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다른 사회의 호기심과 창의성을 중요시하고,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것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양극화·분열·갈등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에서도 어느 정도 이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유럽의 접근 방법과 다른 이민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스웨덴은 인구 감소가 촉발할 연금 고갈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생산 가능 인구가 연금 수령자들을 지원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해 1990년 연금 개혁을 단행했다.
라인펠트 전 총리는 "자신이 낸 연금을 돌려받는 완전 적립 방식으로 전환했는데 일부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며 "연금을 수령하는 대신 계속 일하도록 인센티브를 주고 세제 혜택을 뒷받침했다. 당근이 채찍보다 강력하면 사람들은 그 방향으로 움직이게 돼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일본 저출산 장관이 당시(2016년) 아베 총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서 그 힘으로 (저출산 문제를) 풀어간다고 이야기한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실패한 정책은 인구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오후 세션에서는 전병목 차기 한국재정학회장과 이상협 하와이대 경제학과 교수가 '출신 친화적 인구 정책을 위한 정부 거버넌스의 혁신'을 주제로 발표했다.
하타 다츠오 아시아성장연구소(AGI) 이사장과 현진권 강원연구원 원장은 저출산·고령화로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공유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인구 감소가 야기할 정치, 경제, 사회 변화를 예측하고 당장 추진해야 할 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세계적 인구학자 "정부 개입으로는 한계"
스웨덴, 이민으로 인구 800만→1060만
'완전 적립 방식'으로 연금 고갈 선제 대응
"저출산과 고령화는 통제할 수 없다는 것 인정해야 한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페미니즘 운동 촉발한다" "개방적 이민 정책과 연금 제도 개편이 인구 감소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세계적인 인구 석학들이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인구 절벽의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에 대해 쏟아낸 진단과 해법들이다.
이데일리는 19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제15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인구 위기…새로운 상상력, 패러다임의 전환'을 개최했다. 전날 정책평가연구원와 함께 진행한 특별 심포지엄에 이어 이날 개회식을 갖고 이틀간의 본행사를 시작했다.
행사장은 주요 7개국 20여 명의 외국 석학을 포함해 총 54명의 연사가 제시하는 인구 위기의 해법을 듣기 위해 참관객들로 북적였다.
곽재선 KG·이데일리 회장이 개회사로 전략포럼의 문을 열었다. 곽재선 회장은 "대한민국이 통째로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내몰리게 됐다"며 "이데일리 전략포럼은 대한민국에서 인구 위기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끈질기게 이 문제를 잡고 늘어질 작정"이라고 말했다. 작년 포럼 주제도 '인구 감소'였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오세훈 시장이 축사를 했다. 한 총리는 "저출생 극복 의지를 담은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신설 추진 중인 저출생 대응 풀을 중심으로 인구 위기 대응에 범국가적 자원을 총동원하겠다"고 했다.
"출산율 집착 말아야, 결국 젠더 정책"
본격적인 포럼에서는 두 개의 기조연설이 진행됐다.
첫 주자인 세계적 인구통계학자인 제니퍼 스쿠바 로즈 칼리지 종신교수는 인구 감소를 바라보는 인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했다.
스쿠바 교수는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는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면 오히려 부작용으로 페미니즘 운동이 거세게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 대다수 국가는 인구 대체율이 출산율보다 높은 문제를 겪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3명 중 2명은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
스쿠바 교수는 한국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통계청 조사에서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72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는 2072년 3622만명으로 1977년 수준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더는 출산율에 집착하지 말고 변화의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스쿠바 교수는 우리나라가 유독 출산율이 낮은 이유로는 직장인 여성에게 친화적이지 않은 사회 분위기를 꼽았다. 2020년 조사 결과 육아휴직을 일본의 경우 엄마가 83%, 아빠가 3%를, 한국은 엄마가 22%, 아빠가 5%를 사용했다.
그는 "아시아에서의 인구 정책은 결국 젠더 정책"이라며 "한국의 양성평등은 일부 개선됐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스웨덴과 핀란드를 예로 들면서 양성평등만으로 출산율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웨덴 답은 '이민'…연금 고갈 선제적 대응해야
그렇다면 훨씬 전부터 인구 감소로 골머리를 앓았던 선진국들은 어떻게 반전을 이끌어냈을까. 100년 전인 1930년대에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직면했던 스웨덴은 '이민'에서 답을 찾았다.
두 번째 기조연설자인 프레드릭 라인펠트 스웨덴 전 총리는 "35년간 800만명대를 유지했던 스웨덴 인구는 오늘날 1060만명에 달한다"며 "스웨덴 인구 20%는 스웨덴에서 태어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스웨덴의 출산율은 1.7~1.8명으로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마찬가지로 하락세다.
전 세계 80억 인구 중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서 살지 않는 사람이 4%가 채 되지 않는다는 통계를 감안하면 이민은 스웨덴이 인구 절벽에서 탈출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전면적으로 이민자들을 수용한 것이 마냥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이민은 예측 가능성이 상당히 낮기 때문이다.
라인펠트 전 총리는 "다인종·다종교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다른 사회의 호기심과 창의성을 중요시하고,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것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양극화·분열·갈등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에서도 어느 정도 이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유럽의 접근 방법과 다른 이민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스웨덴은 인구 감소가 촉발할 연금 고갈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생산 가능 인구가 연금 수령자들을 지원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해 1990년 연금 개혁을 단행했다.
라인펠트 전 총리는 "자신이 낸 연금을 돌려받는 완전 적립 방식으로 전환했는데 일부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며 "연금을 수령하는 대신 계속 일하도록 인센티브를 주고 세제 혜택을 뒷받침했다. 당근이 채찍보다 강력하면 사람들은 그 방향으로 움직이게 돼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일본 저출산 장관이 당시(2016년) 아베 총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서 그 힘으로 (저출산 문제를) 풀어간다고 이야기한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실패한 정책은 인구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오후 세션에서는 전병목 차기 한국재정학회장과 이상협 하와이대 경제학과 교수가 '출신 친화적 인구 정책을 위한 정부 거버넌스의 혁신'을 주제로 발표했다.
하타 다츠오 아시아성장연구소(AGI) 이사장과 현진권 강원연구원 원장은 저출산·고령화로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공유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인구 감소가 야기할 정치, 경제, 사회 변화를 예측하고 당장 추진해야 할 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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