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소환에...하루 종일 혼난 우리은행 [가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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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은행장들을 소집했다.
우리은행 100억원 횡령사고 이후 처음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10일 김해 지점에서 기업 여신을 담당하던 대리급 직원 A씨가 100억원대의 자금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했다.
금감원은 이번 우리은행 횡령 사고에 대해 엄중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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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 횡령 발생한 우리은행
“은행 존립 위협” 맞은편서 금감원장 질책 들어
“자리 배치, 다른 의도 없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은행장들을 소집했다. 우리은행 100억원 횡령사고 이후 처음이다. 이날 모든 스포트라이트(Spotlight)는 우리은행 조병규 행장에게 쏠렸다.
간담회 장소인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 조 행장이 등장하자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조 행장은 수많은 취재진에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한 대략 10미터 거리를 이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고객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리게 돼 죄송하다”는 짧은 사과말을 남기고 가까스로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다른 은행 관계자가 “주인공은 따로 있지 않나”라며 “우리 행장님은 옆문으로 들어가셔도 모를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10일 김해 지점에서 기업 여신을 담당하던 대리급 직원 A씨가 100억원대의 자금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했다.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 우리은행이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자체 적발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해당 직원은 이미 가상화폐와 해외 선물 투자로 고객돈 60억원을 날린 뒤였다.
우리은행의 횡령 사고는 다른 은행보다 더 뼈아프다. 2년 전에도 차장급 직원이 700억원대 거액을 빼돌렸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나서 가까스로 수습되는 듯 했던 우리은행으로서는 이번 사건이 아물지 않은 상처에 소금 뿌린 격이 됐다.
뿐만 아니다. 감독기관 눈 밖에 날까 노심초사해야 하는 이중고에 처했다. 금융당국은 잇따른 횡령사고를 근절하기 위해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해왔다. 금융회사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 책임자를 특정해, 금융사고 발생시 책임을 떠넘기는 관행을 원천 봉쇄하는 ‘책무구조도’도 내달 3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시행일을 불과 2주 앞두고 사고가 재발하며 무르익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특히 이날 간담회 자리배치는 감독당국의 불편한 심기를 반영한 듯했다. 간담회에는 20개 은행 은행장, 금감원장을 비롯해 금감원의 박충현 은행부문 부원장보, 정우현 은행감독국 국장이 참석했다. 가운데 빈 공간을 둔 ‘ㅁ’자형 테이블에 참석자들이 둘러앉은 형태로 진행됐다.
한 가운데 마련된 이 원장의 좌측과 우측에는 이승열 하나은행장과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각각 앉았다. 이 원장과 황 행장은 간담회 시작 전 담소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다.
반면 조 행장 자리는 이 원장 바로 맞은편에 배치됐다. 고개만 들면 금감원장과 눈이 마주치는 자리다. 조 행장은 이 원장의 맞은편에서 “은행 존립 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는 사안”, “임직원의 잘못된 의식과 행태의 근본적 변화 없이 제도개선이나 사후 제재 강화만으로는 예방에 한계가 있다” 등 횡령 사고에 대한 질타를 묵묵히 듣고 받아 적는 모습을 보였다.
금감원은 이번 우리은행 횡령 사고에 대해 엄중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이날 “필요하면 현재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엄정하게 본점까지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금감원은 이날 간담회가 특정 은행을 질타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자리배치도 관계가 없다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통 대형 시중은행 은행장들이 원장 맞은편에 앉도록 자리를 배치한다”면서 “이전 있었던 은행장 간담회도 참고해서 구성한 것으로, 다른 의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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