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혁신도시로는 수도권 쏠림 못 풀어…지방 대도시 키워야"
중소도시 위주의 혁신도시를 키우는 정책으로는 지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한국은행 연구가 나왔다. 공공기관 이전 등 투자를 결정할 땐 소수의 지방 대도시에 집중해야 수도권 쏠림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민수 한은 조사국 지역연구지원팀장 등은 19일 부산에서 열린 ‘2024년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에서 ‘지역경제 성장요인 분석 및 거점도시중심 균형발전’ 보고서를 발표했다.
“소도시‧군에는 과대 투자, 지방 대도시에는 과소 투자”
연구진이 2011~2021년 지역 내 총생산(GRDP) 대비 공공투자(경제‧사회 인프라 등을 위한 투자적 지출) 비율을 분석한 결과, 지방 대도시(부산‧대구‧광주‧대전)는 연평균 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견도시(인구 20만 이상 도시)가 3.9%, 소도시와 군이 16%를 나타낸 것에 비해 크게 낮다.
이는 그간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지방 대도시보단 중소도시에 집중돼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문제는 중소도시에 투자를 집중하더라도, 수도권으로부터 인구가 유입되거나 생산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소도시‧군 지역에서는 GRDP 대비 투자적 지출 비율이 이미 임계수준을 넘어 성장률 제고 효과가 감소하기 시작한 경우가 대다수”라며 “이들 지역에선 경제규모 대비 과대 투자된 곳이 많고, 정작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지방 대도시에는 과소 투자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지방 대도시는 기존에 갖춰진 인프라와 투자가 시너지를 낼 수 있어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데도, 그간 지역균형발전정책이 효율성보단 형평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혁신도시 10곳에 투자 분산? 인구 유입 효과 미미”
공공기관 이전 정책이 대표적이다. 2005년 정부는 혁신도시 10곳을 선정해 이전을 추진했는데, 혁신도시에서 수도권으로 인구가 빠져나가는 등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혁신도시는 ▶강원 원주시 ▶경남 진주시 ▶경북 김천시 ▶충북 진천‧음성군 ▶대구 동구 ▶전북 전주시‧완주군 ▶울산 중구 ▶광주‧전남 공동(나주시) ▶부산 영도구‧남구‧해운대구 ▶제주 서귀포시 등으로 대부분이 중소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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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체’ 소수 거점도시 키워야 수도권 쏠림 해결”
보고서는 “소수 거점도시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서울과 대등하지는 않아도 서울을 일부 대체할 수 있는 도시가 존재해야 수도권 쏠림을 완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연구진이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 달러 이상인 경우를 분석해보니, 한국 국토면적(10만㎢) 당 비수도권 거점도시 수는 2~6곳에 불과했다.
지방 대도시를 키워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면 국가 전체의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지역별로 생산성이 1% 개선되는 경우를 가정해 전국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효과를 따져봤더니, 지방 대도시의 생산성 개선은 GDP를 1.3%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1.1%)과 지방 중소도시·군(0.8%)보다 크다. 연구진은 “지방 대도시에선 혼잡비용이 더 작고, 인접 지역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수도권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부산의 생산성이 1% 개선되면 경남과 울산의 GRDP는 각각 0.9%·1.1%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현재 수준의 지역불균형이 향후 5년간 지속될 경우 동남‧호남‧대경권 인구가 4.7% 유출되고 GRDP는 1.5%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공항‧항만‧철도 등을 건설하거나 공공기관을 추가 이전할 때는 거점도시와의 인접성을 우선순위로 여기고 ▶거점도시 투자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추진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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