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농산물 비싸다" 한은 보고서에…장관이 조목조목 반박한 내용보니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한국 물가 수준이 주요국보다 높다’는 취지를 담은 한국은행 보고서에 대해 “농업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공식 보고서를 실무부처 장관이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송 장관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한은 보고서와 관련해 “농업 분야 전문가가 아니고 물가를 중심으로 봤기 때문에 복잡다기한 농업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 있어 몇 가지 혼란을 야기할 부분이 있다”고 강하게 말했다. 송 장관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출신이다.
한은은 전날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주요국과 비교해 품목별 물가 편차가 크고, 특히 식료품·의류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1.5배 높다고 분석했다. 또한 농산물 물가를 잡기 위해선 수입선 확보, 생산성 제고, 비축 역량 확충 등을 통한 공급 채널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한은이 농산물 수입 확대를 포함한 유통 구조 개선을 제안한 것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국가별 물가 수준 설명하면서 영국 경제 분석기관인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 통계를 근거로 활용했다. 하지만 송 장관은 “EIU는 잡지사 이코노미스트에서 33개국 주요 도시의 생활비를 놓고 조사한 통계인데, 한국의 경우 GDP의 53%가 서울에 집중된 만큼 물가가 과대 추정될 수 있다”며 “조사 방식도 예컨대 각 도시에서 사과 가격 2개를 뽑아 평균을 내고 그냥 비교하다 보니 허점이 많다. 아주 흔하게 쓰는 데이터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FAO(유엔식량농업기구) 데이터를 보면 한국 물가는 OECD 38개국 중 19위로, 중간 정도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농업 생산성이 낮다고 평가한 대목에 대해 송 장관은 “한은은 생산성을 ‘노동생산성’으로 봤는데, 한국은 고령농이 많기 때문에 생산성이 굉장히 낮게 나오는 것”이라며 “보통 경제학자들은 기술·자본·토지·노동 등이 다 통합된 ‘총요소 생산성’을 쓴다. 농지 대비 영세농가가 많아서 생산성이 낮다는 건 굉장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농산물 수입을 개방해야 한다는 한은의 제안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송 장관은 “한은은 어떤 품목 수입량이 많으면 개방도가 높다고 봤는데, 국내총생산(GDP) 중 교역량 비중을 개방도로 봐야 한다. (이 기준으로 따지면) 오히려 개방도가 너무 높아서 문제”라며 “한국 시장은 세분화돼 있어 수입이 많다고 해서 가격이 떨어지는 것과는 큰 연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송 장관은 올해 농식품 물가 상황에 대해선 “확연하게 좋아지고 있다”며 “3월 정점을 기록한 이후 하향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어 “양배추, 토마토, 수박 등 이슈가 됐던 품목들도 도소매 가격이 매우 안정되고 있고, 복숭아·수박·자두·참외·멜론 등 제철 과일은 전년 대비 20~30%씩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은 향후 물가 안정을 위해 여름철 재해 대비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1월부터 생육관리협의체를 운영해서 관리하고 있는데, 다행히 봄철 냉해 피해는 없었다. 강풍, 폭염, 잦은 강우 등 재해 유형별로 맞춰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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