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한국인 세번째 기증…독립운동가 송진우 부친이 쓴 현판 돌아온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로 활약했던 고하(古下) 송진우(1890~1945)의 부친이자 담양학교의 설립자 송훈(1862~1926)이 쓴 시판(詩板)이 재일 한국인 사업가의 기증으로 일본에서 돌아온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19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재단 일본사무소에서 ‘조현묘각운(鳥峴墓閣韻’ 시판(詩板)의 기증식을 열고 이를 기증한 김강원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고미술 거래업체 '청고당'을 운영하는 김씨는 자비로 유물을 구입한 뒤 재단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기증된 시판은 19세기 중반∼20세기 초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가로 50㎝, 세로 34㎝ 크기다. 전남 담양군 창평면 광덕리에 있는 옛 지명인 '조현'에 묘각(무덤 옆에 제사 등을 지내기 위해 지은 건물)을 새로 지은 것을 기념해 후손이 번창하기를 축원하며 읊은 한시가 쓰여 있다.
"상량(上樑) 올려 용마루 멀리 북쪽 향하고 자그마한 산소는 우리 동방 울릴만하니 대대로 어진 손자, 효자가 날 것이고 때때로 밝은 달에 맑은 바람 불어오네…" 등의 내용이다. 시문의 끝에 '수죽 송훈이 삼가 쓰다'(守竹宋壎謹稿)고 돼 있는데 신평송씨 족보에 따르면 '수죽'은 송진우 선생의 부친인 송훈의 호다.
송진우는 일제강점기 동아일보 사장으로서 물산장려운동, 민립대학 설립운동, 브나로드 운동 등을 추진하였고, 신사참배와 학도병 권유유세와 같은 대일협력을 거부한 언론인·교육자·정치인·독립운동가다.
그의 부친인 송훈은 사재를 털어 신식 학교인 담양학교를 설립했고, 아들을 담양군 창평에 있는 영학숙(英學塾)에 보내 신학문을 배우게 했다고 한다.
1993년 일본으로 건너가 고미술 사업을 해온 김강원 대표는 앞서 2022년에도 '백자청화 김경온 묘지(墓誌)', '백자청화 이성립 묘지' 등 두 점을 기증한 바 있어 이번이 세번째다. 김 대표는 기증식에서 "문화유산을 위해 애쓰는 분들이 많은데 작은 일을 했을 뿐이다. 앞으로 더욱 (유물 환수에)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기증받은 시판은 다음 달 중 국내로 들여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보관한 뒤, 전시 등을 통해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강혜란 문화선임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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