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의 류현진'이 돌아왔지만…"후반기엔 더 좋아진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류현진(37)이 완벽한 '괴물 모드'를 장착했다. 모두가 알던 한국 최고 투수의 모습 그대로 돌아왔다.
류현진은 지난 18일 청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8이닝 동안 공 101개를 던지면서 5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으로 올 시즌 최고 피칭을 했다. 지난 6일 수원 KT 위즈전(6이닝 무실점), 1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6이닝 2실점 무자책점)에 이어 이날까지 이달 등판한 3경기를 모두 자책점 없이 마쳤다. 류현진의 6월 평균자책점은 0.00이다.
최근 6경기로 범위를 넓혀도 엄청난 안정감을 자랑한다. 지난달 14일 대전 NC 다이노스전부터 이날 청주 키움전까지 6경기 평균자책점이 0.73이다. 37이닝을 책임지는 동안 자책점은 단 3점이었고, 볼넷은 5개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KBO리그에서 류현진보다 볼넷을 더 적게 내준 선발투수는 애런 윌커슨(롯데 자이언츠) 밖에 없다.
평균자책점 순위도 빠르게 상승했다. 5점대에 머물던 시즌 평균자책점이 지난달 1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4점대로 떨어졌다. 또 지난 12일 두산전이 끝난 뒤엔 마침내 3점대(3.75)로 진입했고, 18일 청주 키움전 호투로 3.38까지 내려와 평균자책점 4위에 안착했다. 국내 투수 중엔 2위 원태인(삼성 라이온즈·3.04) 다음으로 좋은 기록이다. 류현진이 시즌 초반의 시행착오를 완벽히 이겨내고 본연의 모습을 찾은 모양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19일 청주 키움전에 앞서 "류현진이 마운드에 서 있으면 더그아웃의 감독과 선수들이 마음 편하게 경기를 지켜볼 수 있다. 공 던지는 수준이 다르지 않나"라며 "정말 잘 던지더라. 18일 경기에선 특히 몸이 더 가벼워 보였다"고 박수를 보냈다. 김 감독은 또 "이전에도 류현진이 실점을 많이 할 때는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고 뜻하지 않은 실책까지 겹치면서 운이 따르지 않는 장면이 많았다"며 "문동주·황준서·김기중 같은 젊은 투수들이 지금 류현진과 같이 뛰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좋은 선배에게 더 많이 물어보면서 배웠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그런데도 류현진은 정작 "더 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아직 '내가 돌아왔다'는 얘기는 할 수 없다. 올스타전 이후, 후반기에 더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00%의 류현진을 기준으로 지금이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에 "지금이 100"이라고 쑥스럽게 웃으면서도 "후반기에는 120%, 130%까지 해내야 한다는 얘기"라며 거듭 각오를 다졌다. 한화가 본격적으로 5강 싸움을 해야 하는 시즌 막판에 자신이 더 힘을 내야 한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류현진에게는 순풍에 돛을 단 듯한 6월이다. 그는 지난 17일 공개된 2024 KBO 올스타전 베스트12에서 나눔 올스타 선발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팬 투표에서 97만9867표를 얻어 KIA 타이거즈 양현종(128만6133표)에게 밀렸지만, 선수단 투표에서 155표를 받아 77표의 양현종을 추월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 시즌인 2012년 이후 12년 만에 다시 선발투수로 올스타전 마운드에 선다.
류현진은 "팬 투표에서 초반부터 밀리는 걸 보고 아예 결과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올스타전엔 감독 추천 선수로 나갈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만 했다"며 "나중에 선수단 투표에서 역전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분이 무척 좋았다.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고, 나를 뽑아 준 동료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활짝 웃어 보였다.
청주=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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