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향한 이재명의 '불만 표출', 문제적 대목

박성우 2024. 6. 1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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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애완견 문제' 존재하지만 어긋난 번지수... 언론 말고 법정에서 싸우시라

일부 언론을 향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애완견' 발언이 논란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사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박성우 기자]

[기사수정 : 6월 24일 오전 10시 15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법정으로 들어가기 전 이재명 대표는 '대북송금 사건은 희대의 조작사건으로 결국 밝혀질 것'이라고 말한 뒤 언론에 향해서도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 하고 있지 않느냐. 언론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 권우성
 
애완견. 한국 언론의 고질적 논쟁 거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근 발언에서 재점화됐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14일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칭하며 "(검찰이) 주는 정보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부터다.

언론인단체를 비롯해 비판이 쏟아지자 18일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발언이 "일부 언론의 실재하는 애완견, 경비견 행태를 지적한 것"이라며 "일부 언론의 문제임을 좀 더 선명하게 표현하지 못해 언론 전체 비판으로 오해하게 했다면 이는 저의 부족함 탓이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일부 언론의 명백하고 심각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애완견 행태 비판을 전체 언론에 대한 근거 없고 부당한 비판인양 변질시키는 것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일부 언론에서 검찰 측의 주장이나 자료를 검증 없이 '받아쓰기' 하는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손석희 전 JTBC 사장 또한 언론이 '애완견' 노릇을 하는 것을 비판한 적이 있다. 

심지어 이 대표의 발언을 규탄한 언론단체의 성명에도 "우리 언론도 검찰 기소 전 단계에서 수사기관에서 나온 정보를 철저하게 검증하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관점도 반영함으로써 '유죄 추정 보도'로 치우치지 않도록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국정원 문건, 이재명에 불리했어도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했을까
 
 경기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 복건우
 
이재명 대표는 "국정원 보고서에 분명히 '이게 쌍방울의 대북 사업을 위한 송금이다' '주가조작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면서 "이런 국정원 기밀 보고서가 맞겠나, 아니면 조폭 출신으로 도박장 개설했다가 처벌받고 불법 대부업 운영하다가 처벌받고 주가조작하다가 처벌받은 이런 부도덕한 사업가의 말이 맞겠나"고 반문했다. 이어 "언론이 이런 점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면, 어떻게 이런 정말 있을 수 없는 희대의 조작 사건이 가능하겠냐"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언급한 국정원 문건 내용은 5월 20일 <뉴스타파>가 최초 보도했다. 5월 22일 민주당이 이른바 '쌍방울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나섰고, 수원지검 또한 곧바로 <뉴스타파>의 보도가 악의적 편집이라고 반박하자 여러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이후 열린 이화영 전 부지사의 1심 재판(7일)에서 재판부는 해당 국정원 문건에 대해 "대북사업을 이용한 주가조작 가능성을 검증했다고 볼 정황도 뚜렷하지 않"다고 봤다. 국정원 문건에 대한 판단은 재판부가 한 것인데 이 대표가 언론의 책임을 묻는 것은 화살의 방향이 잘못된 것 아닐까?

언론 말고, 법정에서 투쟁하시라

17일 이재명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치면서 추가 발언을 통해 언론과 국민을 향해 "북한에 가겠다고 돈을 수십억씩 대신 내 달라고 하면 이게 뇌물죄 중대범죄인데 이화영 부지사가 정신이 나갔거나 아니면 바보거나 그런 사람인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상식에 어긋난 주장을 검찰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완견 언론' 발언이 나온 14일에도 "언론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길 바란다" "상식적인 선에서 판단을 해보시라"고 주문했다.

국회의원까지 지낸 이 전 부지사가 북한에 막대한 돈을 대납하라고 지시했다는 검찰의 주장이 비상식적이라면 시가총액이 2000억 원이 넘는 기업의 회장이 주가조작을 이유로 북한에 돈을 줬다는 국정원 문건도 상식 외의 것이다. 상식 밖의 상반된 주장 속에서 법원은 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판결 직후 이 대표를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이 전 부지사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로부터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대북송금과 관련해 보고했다고 들었다'는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진술은 유죄 증거로 인정했지만, 이 대표가 이 전 부지사로부터 대북송금을 보고 받은 것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

이 대표에게 재판부의 판단은 비상식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법원의 비상식적 판단에 맞서 싸울 장소는 당연하게도 법정이다. 이 대표이 말하는 '상식'이 빛을 발하는 길은 법정에서의 투쟁을 통해 결백을 드러내는 방법뿐이다. 언론은 이 대표의 결백을 위한 장소가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 된다.

[바로잡습니다]
지난 19일 필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4일 발언을 비판하며 세 가지 사안에 있어 이재명 대표의 발언이 문제적이라고 진단했다. 우선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 동일한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전혀 다른 판단을 해서 상반된 결론이 났는데도, 왜 이런 점에 대해서 언론들은 한번 지적도 하지 않냐"는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인용한 <뉴스타파>의 안부수 1심 판결문 관련 보도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며 "특정 매체의 주제의식을 왜 다른 언론은 받아쓰거나 따라가지 않았느냐고 지적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안부수 재판부가 이화영 재판부와 모순되는 결론을 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비판은 틀린 것으로 판명됐다. 필자는 해당 비판의 근거로 '안부수 판결문의 범죄 사실은 재판부의 판단이 아니다'라는 SBS와 <한국일보>의 보도를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옮겼다. 하지만 해당 보도들은 잘못된 보도였다. 20일 민주당은 해당 보도들에 대해 안부수 판결문을 직접 인용하며 "검찰 주장이 담긴 범죄 사실이 아니라 법원이 재판의 결과 인정한 범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SBS는 관련 기사를 정정했다.

애당초 타 매체의 보도를 근거로 삼으려면 우선 해당 보도가 사실인지 아닌지 검증부터 하는 것이 옳음에도 필자는 무비판적으로 인용했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하게 되었다.

비록 주장형 기사일지라도, 잘못된 내용을 검증 없이 인용해 비판한 것에 대해 이재명 대표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 또한 잘못된 내용의 기사로 혼란을 드린 점, 독자분들께도 죄송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반성하고 또 성찰하며 언론을 비롯해 우리 사회의 여타 권력을 향한 비판적 시각을 잃지 않고 언제나 진실을 추구하는 시민기자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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