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파이터 만나는 결승전... 이창호 "화끈하게 우승하겠다"

김종수 2024. 6. 1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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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인터뷰(25)] '개미지옥' 이창호

[김종수 기자]

 사우디 현지에서 자신의 사진이 실린 포스터에 사인을 하고있는 이창호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개미지옥' 이창호(30·익스트림 컴뱃)가 결전의 땅 중동에서 중국 파이터를 상대로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인다. 오는 23일(한국 시간) 사우디 리야드 킹덤 아레나에서 있을 'ROAD TO UFC 시즌 2 밴텀급(61.2kg) 결승전'이 그 무대로 상대는 샤오롱(26·중국), 나이는 많지 않지만 종합격투기 무대에서 벌써 33전을 치른 베테랑이다. 26전 7승으로 승률 역시 높다. 볼륨과 효율을 모두 갖춘 파이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창호는 기세등등하다. 10전을 싸워오는 동안 패배는 단 한 번 뿐이다. 그것도 아쉬운 판정패였다. 특히 현재 진행중인 ROAD TO UFC에서는 연승모드를 타며 승승장구 중이며 예전보다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8월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4강전에서 중국의 다얼미스 자우파스를 꺾고 결승에 진출한 만큼 한중전에 대한 자신감도 넘친다.

사실 이창호와 샤오롱은 진작에 맞붙어야 했다. 본래 2023년 12월에 결승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샤오롱이 부상을 당했다며 올해 2월로 연기됐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부상회복이 완전히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시 한 번 경기 연기를 요청했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어렵사리 경기가 치러지게 됐다.

ROAD TO UFC는 UFC의 아시아 등용문 역할을 하는 토너먼트로 우승자는 UFC와 계약한다. 시즌 2는 다시 한 번 플라이급(56.7kg), 밴텀급(61.2kg), 페더급(65.8kg), 라이트급(70.3kg) 네 체급으로 구성됐다. 결승 종료 후 4명의 우승자에게는 대망의 UFC 계약이 주어지는 만큼 이창호가 샤오롱을 꺾고 우승한다면 ROAD TO UFC 시즌 1 우승자 박현성(28)과 이정영(28)에 이은 21호 UFC 한국 파이터가 된다.

이에 파워인터뷰에서는 꿈의 무대를 코앞에 둔 이창호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해보았다. 인터뷰는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의 도움을 받아 진행되었다.

"파이터 시작한 이유요? 약해서예요... 강해지고 싶었어요"
 
 이창호의 주특기는 상위포지션에서의 파운딩 공격이다.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 17일 인천국제공항을 출국해 현재 사우디에 있는데 그곳 생활은 어떤가요?
"난생처음 사우디를 간다고하니 그곳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중동지역이라 그런지 날씨나 주변 건물 등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 시내 쪽을 나가보지 않고 계속 호텔에만 있어서 제대로 확인을 못했어요. 그런데 여러분들, 사우디말고 저를 궁금해하셔야죠. 하하핫… 솔직히 제가 지금 관광 온 것이 아니잖아요. 한국과는 기후부터 다른 곳인만큼 어떻게 하면 잘 적응해서 좋은 컨디션으로 옥타곤에 오를까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차같은 경우 이곳은 한국보다 6시간 정도 느려요. 한국에서보다 좀 늦게 자는 식으로 적응중이에요. 지금 머릿속에는 온통 경기에 대한 생각뿐입니다. 승리하고 나면 사우디 풍경도 좀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 언젠가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격투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20대의 본인이 너무 약해서였다고 본 기억이 납니다. 약했다는 기준이 궁금합니다. 그냥 약한 일반인이었던가요? 아니면 본인이 원하는 강함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약했다고 표현한 것일까요?
"하하핫… 그냥 리얼로 약했습니다. 보통 사람 기준으로 해도 약했다고 보는 게 맞을 듯싶어요. 뭐, 어쩌면 당연했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타고난 강골도 아니고 어린시절 운동같은 것도 전혀 하지 않았으니까요. 언젠가부터 강해지고 싶은 집념이 계속해서 생겨났고 마음의 울림을 찾아 20살 가을 때부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 언제부터 UFC를 꿈꿨나요?
"고등학교 2학년 때였나, 3학년 때였나. 아무튼 그즈음 UFC를 처음 봤습니다. 정말 멋있더라고요.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남자들이 모여서 승부를 겨루는 모습에 심장이 뛰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본래도 강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경기를 보면서 더 마음이 더 굳어진 것 같아요. 당시 존 존스가 료토 마치다 상대로 방어전 하던 시절이었어요. 존스를 굉장히 좋아했었고, 그 다음에 좋아했던 선수가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였습니다. 하빕 외에도 그와 비슷한 러시아 다게스탄 출신의 체인 레스링을 잘하는 선수들을 고르게 좋아합니다. 무엇보다 파이팅스타일이 마음에 들거든요. 최근에는 이슬람 마카체프의 경기를 자주 봅니다. 같은 왼손잡이 스탠스(사우스포)여서 많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 어떤 성격인지 궁금합니다. 언젠가 기자가 인터뷰했던 어느 복서같은 경우 링에서는 그야말로 짐승남인데 실제로는 일반인 중에서도 순한 편에 속하더라고요. 조금 신기하면서도 의아했어요. 투기종목 선수들은 다들 다혈질에 투사같은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 부분은 아무래도 편견일 듯싶어요. 파이터들은 격투기를 통해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케이지나 링에 올라가서는 누구보다도 거칠겠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거친 유형의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은 파이터여서라기보다는 그냥 성향이 그러지 않을까싶어요. 일반인들도 마찬가지잖아요. 저같은 경우 다혈질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아요. 평소에는 온화한 편입니다. 다만 경기장에서 땀이 많이 나고 서로 지치고 몸이 힘들다 보면 투쟁심이 더 끓어오르곤 합니다."

"체력이 받쳐줘야 정신력도 무너지지 않는다고 생각"
 
 이창호(사진 왼쪽)는 최근들어 타격에서도 장족의 발전을 이루고 있다.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 개미지옥에 이어 블랙홀로 링네임을 바꿨다고 알고 있는데, 별명에서 느껴지는 파이팅 스타일은 조금은 지루한 압박형 그래플러같거든요. 예를 들어 프라이드 시절 히카르도 아로나같은? 하지만 그런 타입은 아닌 적극적으로 피니시를 노리는 유형이에요. 파운딩머신, 불꽃파운딩 이런 것은 어떤가요?
"하하핫… 말씀하신 것들도 멋있기는 하네요. 원래 닉네임이 개미지옥인데 블랙홀로 바꿨다가 다시 그냥 개미지옥으로 계속 가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대중들한테도 많이 알려진 게 개미지옥인 이유가 크죠. 영어로는 앤트 헬(Ant Hell)입니다. 너무 자주 바꿔도 보시는 분들이 갈리실 것 같아요."

- 3라운드 승리가 많아요. 그만큼 체력이 강하고 경기 막판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스타일인 거죠?
"맞습니다. 기본적으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운동량입니다. 체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 같아요. 어느 드라마 명대사처럼 몸이 지치면 마음도 지치거든요. 몸이 받쳐줘야 정신력도 이어갈 수 있죠. 때문에 체력 강화를 위해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 파운딩에 강점이 있어요. 언제부터 특기가 된 것인가요?
"서브미션만 노리는 것보다는 파운딩을 쳐야 상대방 움직임이 좀 더 잘 보이는 이유가 커요. 그래서 그라운드에서 그냥 가만히 고착된 상태로 있는 게 아니라 파운딩으로 때리면서 상대방을 계속 움직이게 하면서 체력을 깎아냅니다. 부담을 안겨주거나 데미지를 축적시킬 수도 있고요. 각자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저는 그러한 스타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게 잘맞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그래플링뿐 아니라 스탠딩에서의 타격전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있습니다. 롱런하려면 옵션이 다양한 게 좋으니까요. 상대 입장에서도 분석하기가 더욱 까다로워지고요. 아직은 부족하지만 계속 노력하려고 합니다."

- 뜻하지 않게 샤오롱과의 경기가 계속 밀렸습니다. 심리적으로 답답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나요?
"솔직히 말하면 이 선수와 너무 길게 늘어진 것 같아서 답답한 면도 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열심히 집중해서 준비를 했습니다. 기간도 길어졌는데 혹시라도 패하면 안되잖아요. 조정현 감독님이 많이 알려주시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짚어주셔서 더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체육관(익스트림 컴뱃) 소속 선수들과 가리지 않고 다 같이 훈련했습니다."

- 배당률에서 처음엔 앞서다가 최근에는 언더독이 됐어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제가 화끈한 타격전을 보여주지도 않았고 그냥 그래플링만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 조금 아리까리하게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시합은 확실하게 우세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창호는 우직할 정도로 꾸준하고 성실한 성향의 파이터로 꼽힌다.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 조금 엉뚱한 질문일 수도 있겠는데 이창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로 유명했던 바둑기사가 있잖아요. 농담 삼아서라도 언급하는 이들이 조금 있었을 듯 싶어요.
"아무래도요(웃음). 옛날에는 좀 있었습니다. 운동 시작할 때쯤에는 사람들이 그런 장난을 많이 치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딱히 없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요즘 세대들에게는 다른 젊은 기사님들이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바둑계 레전드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겠지만요. 종목은 다르지만 이창호 기사의 철벽같은 부동심이나 수읽기 등은 존경스러운 부분이며 파이터로서 저도 그런 멘탈과 센스를 갖춰나가고 싶습니다."

- 오늘 감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경기에 임하는 각오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제 좌우명은 그냥 한결같이 꾸준히 하자입니다. 운동선수는 기복이 적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려면 정말 열심히 해야 겠죠. 이번 시합도 최선을 다해 준비했어요. 기다려 주신 만큼 열심히 화끈하게 미친 듯이 시합해서 꼭 우승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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