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윅' 넘어서는 액션의 탄생... 흥행과 비평 다 잡은 '몽키맨'

김형욱 2024. 6. 1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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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몽키맨>

[김형욱 기자]

 영화 <몽키맨> 포스터.
ⓒ UPI 코리아
 
키드는 투잡을 하고 있다. 초호화 술집에서 서빙을 하는 한편 지하 격투 클럽에서 원숭이탈을 쓰고 유명 파이터들에게 주로 맞는 역할을 한다. 외면적으론 돈벌이 수단이지만 그에겐 사연이 있다. 어렸을 적 지역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경찰이 쳐들어와 그가 살았던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그의 엄마를 처참히 죽이고 말았던 것이다.

키드는 엄마를 죽인 경찰서장 라나 싱을 찾아 복수하고자 싸움장에서 일하고 또 술집에서도 일하고 있는 것이다. 싸움의 기술을 익혀 그가 찾는 술집에서 그를 죽이려는 계획이다. 그런데 실패하고 만다. 라나 싱의 힘과 기술이 키드를 능가하니 별도리가 없다. 겨우 도망쳐 나오지만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

키드를 살려낸 건 어느 신전의 수호자 알파, 그는 트렌드젠더라는 이유로 멸시를 받아 떠돌다가 이 신전에 정착했다. 그는 약해진 키드에게 독약을 뿜어 강하게 만든다. 키드가 라나 싱뿐만 아니라 그 위의 바바 샥티라는 악의 본체까지 쓸어버릴 수 있게 말이다. 과연 키드는 사적 복수와 함께 대의까지 이룩할 수 있을까?

흥행과 평론 다 잡은 데브 파텔의 연출 데뷔작
 
 영화 <몽키맨> 스틸컷
ⓒ 유니버설 픽쳐스
 
인도계 영국인 배우 데브 파텔은 2007년 드라마 <스킨스>로 데뷔한 후 이듬해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10대에 불과한 어린 나이에 이룬 것들이었다. 이후에도 드라마와 영화를 오갔고 흥행에선 크게 빛을 보진 못했으나 연기력을 키워가며 작품성 있는 영화들에서 독보적인 길을 가고 있다. 1990년생으로 여전히 앞날이 창창하다.

와중에 연출에도 도전해 성과를 냈는데 영화 <몽키맨>이다. 연출뿐만 아니라 제작, 각본에도 참여했고 원톱 주연으로 분했다. 1000만 달러에 불과한 제작비로 아이폰을 이용해 주요 신들을 찍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3000만 달러를 넘게 벌어들였으니 제작비와 마케팅비까지 훌쩍 뛰어넘는 흥행력을 과시했고 평론가들과 관객들의 평가 또한 매우 좋았다.

의외로 우리나라에도 상륙했는데 제작자 중 한 명인 조던 필 감독이 작품이 좋으니 극장에서 개봉할 것을 추천했다. 영화는 비록 어디서 본 듯한 스토리와 액션 스타일이 주를 이루지만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할 만큼의 긴장감 어린 퀄리티를 자랑한다. 특히 최후 20분간의 액션신은 가히 압권이니 반드시 끝까지 봐야 한다.

아울러 영화는 배경이 인도인만큼 신화적 이야기도 곁들인다. 반은 파괴의 신 시바, 반은 헌신 파르바티를 섬기는 알파가 준 독약을 먹고는 과거의 트라우마를 없애고 재정립 후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키드. 그는 단순히 개인적 원한이 아닌 대의를 발현시키고자 폭력을 구원의 방식으로 택한 것이다.

액션에 진심인 복수 원맨쇼의 전말
 
 영화 <몽키맨> 스틸컷
ⓒ 유니버설 픽쳐스
 
일명 '복수 원맨쇼'는 지극히 개인적인 복수에 거대한 대의가 얹혀 이른바 한 큐에 해결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일개 개인이 맞닥뜨린 악의 실체가 알고 보니 수많은 개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맞닥뜨린 거악이라는 것이다. 개인의 구원이 대의명분과 만나 완벽한 합일을 이루는 모양새다. 처참하기 이를 데 없이 나자빠지는 악의 일원들을 볼 때 일말의 동정도 느껴지지 않게 하는 수법이다.

<몽키맨>은 그런 전형을 고스란히 따른다. 흐트러짐이 없으니 짜깁기나 클리셰가 아닌 레퍼런스나 오마주 혹은 영감을 받았다고 느껴진다. 정공법을 택한 것이리라. 그게 잘 먹혀 감동까지 선사한 건 장르 특성상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인 '액션'에서 역대급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타격감에서 역대 최고라 할 만한 <존 윅>의 뺨을 치고 절박함과 처절함에서 <존 윅>을 뛰어넘는다.

아울러 감독과 제작자도 밝혔듯 우리나라의 레전드 복수극들인 <올드보이> <아저씨> 등이 떠오른다. 그들보다 스토리는 간결해지고 박진감이 더해졌으며 대의명분이 강력해졌기에 감상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시피 할 것이다. 데브 파텔이라는 배우이자 감독을 다시 보는 계기이기도 할 테다. 그의 또 다른 액션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키드가 꼭대기 악의 본체 바바 샥티까지 다다랐을 때 장이머우의 <영웅>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인도의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자, 그가 죽으면 인도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진시황의 이야기와 겹친다. 그런데 키드로선 그를 반드시 죽여야 한다, 그래야 그에게 짓밟힌 모든 이가 산다. 무명의 이야기와 겹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명처럼 포기해야 하는가. 차라리 샥티의 말이 진시황처럼 진실이 아니라 자기 한몸 살기 위한 몸부림에 불과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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