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예고된 부활, 양현종과 드림매치 성사되나
[이준목 기자]
류현진이 우리가 기억하던 '괴물'의 모습으로 완벽하게 돌아왔다. 6월 18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한 류현진은 8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의 눈부신 호투로 한화의 3-0 영봉승을 이끌었다. 8이닝은 올시즌 류현진의 한 경기 최다이닝 소화 기록이기도 하다.
류현진은 이날 승리로 시즌 5승째를 거두며 KBO리그 통산 승수도 103승으로 늘렸다. 평균자책점은 어느덧 3.38(14경기 80이닝 30자책점)까지 낮췄다. 전체 투수를 통틀어 제임스 네일(KIA 타이거즈, ERA 2.21),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ERA 3.04), 카일 하트(NC 다이노스, ERA 3.18)에 이어 리그 4위이며, 국내 투수로만 한정하면 2위까지 뛰어올랐다.
류현진은 올시즌을 앞두고 한화 이글스와 8년 170억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고 KBO리그로 전격 복귀했다. 비록 30대중반의 접어든 나이와 큰 부상 전력이라는 변수가 있기는 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정상급 기량을 과시했던 류현진이기에 팬들의 기대감은 높였다. 한화는 류현진을 개막전부터 1선발로 낙점하며 에이스로 예우해줬다.
하지만 시즌 초반 류현진은 예상외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LG와의 개막전에서 패전투수가 된 것을 시작으로 초반 8경기에서 2승 4패 평균자책점 5.65으로, 도저히 류현진의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부진을 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규정이닝을 채운 24명의 투수 중 23등으로 거의 꼴찌였다.
전성기에 비하여 이닝소화력과 탈삼진율이 크게 떨어졌고, 투구수가 70개를 넘기면 체력문제로 구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경기를 잘해 살아나는가 싶으면 다시 다음 경기를 망치는 식으로 기복심한 널뛰기 피칭도 지적받았다.
이러한 류현진의 부진은 달라진 KBO리그 환경과 낯선 ABS(자동투구판독)시스템에 대한 적응 실패가 원인으로 꼽혔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가 있던 11년 동안, 이전에 상대했던 KBO리그 선수들도 대거 바뀌었고 타자들의 컨택과 파워가 더 향상됐다.
또한 제구력이 장점이었던 류현진은 본인이 생각했던 스트라이크존과 다른 판정이 나오는 ABS시스템에 불만을 드러내며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첫 시즌부터 류현진의 노쇠화를 지적하며 한화의 파격적인 장기계약선택이 자칫 악성계약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클래스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류현진은 5월 14일 대전 NC전에서 6이닝 8피안타 1볼넷 1사구 8탈삼진 2자책(노 디시전)의 호투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 경기를 시작으로 5월 19일 삼성전 5이닝 3피안타 4탈삼진 1사사구 무실점/ 5월 25일 문학 SSG전 6이닝 7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 6월 6일 수원 KT전 6이닝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6월 12일 잠실 두산전 6이닝 9피안타 1탈삼진 무사사구 2실점(비자책점)으로 꾸준히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키움전은 화룡점정이었다. 키움은 지난 4월 5일 고척 원정에서의 4.1이닝간 9안타 9실점으로 류현진에게 데뷔 이후 개인 커리어 한 경기 최다 실점 악몽을 선사했던 팀이다. 류현진은 두달만의 재대결에서 올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며 키움에게 완벽하게 설욕했다 .4회에만 무사 1, 2루로 잠깐 위기를 허용했을뿐 결국 등판한 모든 이닝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으면서 '압도'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투구내용을 선보였다.
최근 6경기에서 3승 1패를 기록할 동안 류현진이 허용한 자책점은 0.73(37이닝 3자책)에 불과하다. 6월만 놓고보면 자책점 0이다. 6경기에서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할 동안 자책점은 모두 2점을 넘지않았고 퀄리티스타트만 4회, 무려 25이닝 연속 비자책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가 알던 전성기 괴물의 위용으로 완벽하게 돌아온 류현진이다.
그런데 야구전문가들은 류현진의 반등이 사실 갑작스럽거나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5월 중순 이전의 류현진은 비록 대량실점 경기가 몇 차례 있기는 했지만, 내용을 세밀히 살펴보면 수비의 도움을 못 받은 경기가 많았고, 빗맞은 타구가 바가지 안타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로 류현진은 개막 첫 8경기에서 수비무관투구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는 3.16(당시 4위, 스탯티즈 기준)를 기록했으나, 평균자책점을 뺀 ERA-FIP는 2.49로 리그 전체 1위를 기록하며 투구내용에 비하면 운이 따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한 류현진이 장기부상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지난해 후반기에야 복귀하면서 사실상 올시즌이 풀타임 복귀 첫 시즌이라 체력과 몸상태가 완전하지 않았다는 것도 감안해야했다. 현재도 류현진의 구위 자체는 시즌 초반과 크게 다를 것은 없지만, KBO리그의 새로운 상대 타자들에게 적응해가고 데이터가 쌓이면서 류현진의 장점인 수싸움과 완급조절이 먹히기 시작했다는게 가장 큰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류현진의 호투에 힘입어 한화는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도 다시 바라보고 있다. 한화는 현재 31승 2무 37패로 7위에 올라있다. 현재 5위 SSG와는 5게임차이로 아직은 후반기에 충분히 따라잡을수 있을만한 격차다. 한화는 현재 김경문 감독 부임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다가 류현진까지 에이스의 위용을 되찾으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류현진의 다음 경기는 로테이션을 감안할 때 23일 광주에서 열리는 KIA전이 유력하다. 우천취소나 로테이션 변경 등의 변수만 없다면 류현진은 이날 KBO 복귀 후 처음으로 KIA전에 등판하게 된다. KIA는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강력한 우승후보이며 류현진으로서는 2014년 개장한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의 생애 첫 등판이 된다.
더구나 류현진이 이날 KIA전에서 선발등판하게 된다면 상대투수는 '대투수' 양현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양현종은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있는 동안 김광현과 함께 국내 최고의 좌완투수로 성장한 바 있다.
두 선수의 마지막 대결은 2007년 4월 29일. 당시 류현진은 8이닝 6피안타 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를 챙긴 반면, 당시만 해도 아직 덜 익었던 양현종이 1.1이닝 2피안타 1피홈런 2볼넷 1탈삼진 3실점으로 조기강판된 바 있다.
세월이 흘러 두 선수 모두 한국야구에 큰 족적을 남긴 전설이자 베테랑이 됐다. 류현진과 양현종의 맞대결이 무려 17년만에 다시 성사된다면, 그야말로 과거 80년대 선동열 VS 최동원의 '퍼펙트게임'처럼, 야구팬들에게 오랫동안 회자될 것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케이팝은 어떻게 프랑스 정치판에 등장하게 되었나
- "왜 답변을 안 해요""권익위 폐업?"...'김건희 무혐의' 후폭풍
- 국힘, 대법원 찾아가 "독재에 저항했던 모습으로 돌아가라" 압박
- 입법청문회 '절묘한 한수', 통했다
- 한국 상황 떠오르는 장면들... 이 영화가 그저 허구일까
- 40대인데도 바다 구경 못한 부부... 안타까운 사연
- 이것만 있으면 우리집도 '크루키' 맛집
- [오마이포토2024] 조국혁신당, 김건희 여사 알선수재·직권남용 혐의로 고발
- 막말과 혐오발언에도 끄떡없는 인권위원의 지위?
- 국힘, 대법원 찾아가 "독재에 저항했던 모습으로 돌아가라" 압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