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지하에 내려온 형형색색 비누 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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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빨강으로 채워진 전시장.
상승하듯 크기를 달리한 좌대 위에 노랑, 분홍, 파랑 등 원색의 천사 조각상이 있다.
별도의 방에서는 햇빛이 비치는 창을 등진 격자 공간 안에 원색의 천사 조각들을 배치해 조각들이 더욱 투명하게 빛나도록 했다.
작가는 협업을 통해 조향한 '천사 향'을 뿌린 뒤 점점 사라지는 흔적 위에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게 함으로써 추상 미술의 개념을 아이들이 자연스레 익히게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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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빨강으로 채워진 전시장. 상승하듯 크기를 달리한 좌대 위에 노랑, 분홍, 파랑 등 원색의 천사 조각상이 있다. 흰색 대리석으로 깎은 듯한 귀여운 아기 천사상도 있다. 그래서 향연을 펼치는 듯한 화려한 색감이 비누 냄새보다 먼저 관람자의 감각을 자극한다.
서울 노원구 동일로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어린이갤러리에 초대를 받은 주인공은 ‘비누 조각가’로 통하는 중진 신미경(57) 작가다. 그는 입시 미술로 갈고닦은 실력으로 비너스 등 서양의 고전 조각을 완벽하게 재현하지만, 나무 돌 등 전통적인 조각 재료가 아니라 닳아 없어지는 비누를 사용함으로써 서구의 전통적 조각 개념에 균열에 내 유명세를 얻었다. 그런 작가가 어린이갤러리를 맡았다니 어떻게 했을까 궁금증이 일었다. 소재는 천사다. 전시 제목은 ‘투명하고 향기 나는 천사의 날개 빛깔처럼’. 작가는 ‘엔젤(천사)’이라는 이름의 향을 우연히 접하면서 천사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천상과 지상을 잇는 중간적 존재로서 천사를 시각화해서 보여주고자 했다.
이는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야 전시 공간이 나오는 동선 구조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작가는 야곱이 꿈에서 천사들이 천국으로 가는 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했다는 구약성서 이야기에서도 힌트를 얻었다. 그래서 ‘르네상스 미술가 열전’을 쓴 미술사가이자 화가 조르주 바사리가 그린 ‘야곱의 꿈’을 대형으로 프린트해 벽면에 붙였다.
전반적으로 이전 작품보다는 투명성에 무게를 뒀다. 별도의 방에서는 햇빛이 비치는 창을 등진 격자 공간 안에 원색의 천사 조각들을 배치해 조각들이 더욱 투명하게 빛나도록 했다.
비누가 가지는 또 다른 속성인 향은 어린이들이 추상미술의 개념을 익히는 수단으로도 사용됐다. ‘향기로 그리는 천사’ 드로잉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작가는 협업을 통해 조향한 ‘천사 향’을 뿌린 뒤 점점 사라지는 흔적 위에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게 함으로써 추상 미술의 개념을 아이들이 자연스레 익히게끔 했다. 비누를 녹여서 만든 평면 추상 회화도 내놓았다.
이렇듯 전시는 어린이미술관이라면 만지고 뛰노는 프로그램이 있을 거라는 선입견을 깬다. 구상 조각과 추상 회화, 색이 주는 향연 때문에 마치 유럽의 미술관에 들어선 느낌을 준다. 작가는 “어린이만이 아니라 어른도 함께 즐기는 공간을 꾸미고 싶었다”고 말했다.
글·사진=손영옥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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