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든 미술품 조각 투자… MZ세대 관심 끌까
주요 미술품 조각투자회사들이 조각 투자 공모에 재시동을 걸었다. 상반기 잔뜩 흐렸던 미술품 조각 투자 시장의 기상도에 반전이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지난해 말 업계 최초로 조각투자 증권 1호를 발행하며 청약 열기를 끌어냈던 주역인 열매컴퍼니가 6개월여 만에 2호 발행에 나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발행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하는 열매컴퍼니는 20일부터 24일까지 자사 ‘미술품 조각 투자 상품 2호’인 이우환의 유화 ‘다이얼로그’에 대해 일반을 대상으로 공모 청약에 들어간다고 18일 밝혔다. 모집 총액(작품 가격)은 12억3000만원으로 주당 10만원, 총 1만2300주에 대해 청약 공모한다. 이우환은 작품이 낙찰가 30억원을 돌파하는 등 한국의 생존 작가 중 작품값이 가장 비싼 작가이다.
서울옥션블루 소투도 지난 10일 자사 조각 투자 증권 2호로 단색화 작가 윤형근의 ‘무제’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관계자는 “영업일 기준 15일 이내 승인 혹은 정정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7∼8월 중 공모 청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열매컴퍼니가 다시 소매를 걷어붙였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열매컴퍼니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미술품 조각 투자 증권 국내 1호인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은 당시 모집 목표 금액인 12억 3200만원을 청약 개시 1시간 만에 달성했다. 최종 청약율은 649.86%를 기록했다.
올 들어 서울옥션블루 소투, 케이옥션 자회사 투게더아트 등이 후속으로 뛰어들었지만 성적이 좋지 않았다. 서울옥션블루 소투가 1월에 앤디 워홀의 작품 ‘달러 사인’을 기초로 해서 발행한 미술품 투자계약 증권은 모집 총액 7억원 달성에 실패했다. 투게더아트 역시 3차례에 걸쳐 쿠사마 야요이(1호)에 이어 ‘21세기 피카소’ 조지 콘도(2호, 3호)의 작품들을 기초자산으로 한 투자계약 증권을 발행했지만 완판에 실패했다.
최근 주식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이런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술시장 자체가 위축된 만큼 제도적 걸림돌이 제거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변화가 오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미술품 조각 투자 회사는 비트코인 투자 열기를 타고 2018년 말부터 3년 사이에 투게더아트를 필두로 열매컴퍼니, 서울옥션블루, 테사 등이 경쟁적으로 생겨났다. 자금 동원력은 적지만 새로운 투자 문화에 거리낌이 없는 MZ세대들이 가세하면서 시장이 꿈틀댔다.
미술품 조각 투자는 김환기, 앤디 워홀, 이우환 등 거장의 수억∼수십억원 대 작품을 피자 조각처럼 쪼개서 사고파는 방식을 말한다. 고가의 그림을 무수히 쪼개 ‘조각 자산’으로 만들고 여기에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한 뒤 소유권을 추적할 수 있도록 했다. 암호화폐에 도입된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됐다. 예컨대 조각투자 플랫폼을 통해 쿠사마 야요이 호박 작품의 1000원짜리 조각 100조각을 10만원어치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침내 지난해 말 미술품 조각이 증권화됨으로써 제도권에 진출하게 됐다. 제도권 진출을 통해 미술품 조각투자 회사들은 금융기관과 협업 길이 열렸고, 당국의 관리감독을 통해 투자자 보호의 길을 텄다.
하지만 증권의 발행은 성공했지만 유통 부분에서는 사실상 진전된 것은 없다. 이전에도 살 때는 마음대로 그림 조각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판매할 때는 조각투자회사에 위임해 미술품 전체 처분 시 수익금을 나눠 받았다. 따라서 투자가가 그 전에 미술품 조각을 팔기 위해서는 자체 플랫폼에서 회원들끼리 알음알음으로 팔았다. 지금도 이런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열매컴퍼니 김재욱 대표는 “신종증권거래소 개설이 안 돼 여전히 사적인 거래를 통해 조각 투자한 증권을 매도해야 한다”며 “아니면 현행 제도하에서도 투자계약증권에 미술품의 조각에 대한 소유권이 붙어 있는 것으로 유권해석을 내려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게 허용해주거나,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을 통해 민법 제190조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속도를 내달라”고 말했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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