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곳곳의 사랑·역사·삶, 이 무대에서 펼쳐집니다
[용인시민신문 김정윤]
제42회 대한민국연극제 용인이 10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가장 먼저 열리는 행사는 전야제로 오는 27일 옛 용인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다.
이 행사에서는 용인 지역 문화예술인 봉사단의 공연과 대학생들의 뮤지컬 갈라 콘서트, 가수 김수찬 초청공연, 극단 예성의 연희 공연 '아이고 배야~' 등의 무대가 진행된다.
본격적인 본선 경연은 29일 울산광역시 대표 극단 푸른가시의 공연을 시작으로 16일 동안 전국 16개 지부 대표로 선정된 극단이 공연을 선보인다.
▲ 울산 극단 푸른가시/사진 제공 제42회 대한민국연극제 용인 집행위원회 |
ⓒ 용인시민신문 |
2014년부터 현재까지 공연장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 단체로 연속 선정되는 등 활발한 공연활동을 펼쳐왔으며 울산연극제 단체 대상 10회, 대한민국연극제 단체 은상 3회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 96m의 내용을 살펴보면, 중호에게는 가족들에게도 차마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젊은 시절,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저지른 엄청난 과오는 그가 평생 짊어져 온 멍에다.
그 비밀을 가슴의 한으로 품고 살아온 중호. 어느 날, 그는 딸 세령에게 '일기장'을 통해 그 비밀을 밝히고 홀연히 새처럼 하늘로 떠난다.
세령은 아버지의 일기장을 통해 감내하기 힘겨운 가족사를 알게 됐지만 부모 세대의 기구한 사연과 아픔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그녀 역시 돌탑을 쌓으며 아버지와 닮은꼴이 돼 간다는 내용이다.
작품 탄생 배경을 살펴보면, 앞서 서구의 건축물을 이해해야 한다. 서구 건축물은 96m짜리의 상징적 건물이 많다. 헝가리의 대표적 건축물 이슈트반 대성당 첨탑,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첨탑 역시 높이가 96m다.
울산의 한 야산 높이도 '96m'다. 정상에는 '96m'라는 표지판이 세워졌고, 사람들이 많은 세월에 걸쳐 기원하며 쌓았을 돌탑이 있다. 탑은 96m에서 시작하지만, 100m를 넘지 않는다.
6.25 전쟁 당시 울산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국민보도연맹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국민보도연맹' 가입으로 억울한 죽임을 당했던 아픈 역사는 오랫동안 은폐됐고, 유가족들은 억압받았다.
울산의 세이골 공원에는 '한국전쟁 전·후 울산지역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위로하는 위령탑이 섰다. 불과 3년 전의 일이다.
푸른가시는 "연극 '96m'는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과거를 잊지 말고 반성하고 참회하되 과거에 머물지 말고 다 함께 미래로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고자 했다"고 밝혔다.
공연은 6월 29일 오후 3시, 오후 7시 30분 용인시문예회관 처인홀에서 1시간 30분 동안 펼쳐진다. 초등학생 이상부터 관람할 수 있으며, 인터파크티켓에서 예매하면 된다.(문의 제42회 대한민국연극제 용인 사무국 031-323-6654)
▲ 부산 극단 배우, 관객 그리고 공간/사진 제공 제42회 대한민국연극제 용인 집행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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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을 통해 풍요로운 무대 미학을 완성한 '소라가 말하는 것이 하두 신기하여'를 시작으로 2005년 메타드라마의 형식을 띤 도전적인 창작극, 2006년 전쟁의 참상과 부조리를 잔혹한 배우 예술로 치환 시킨 '멸망과 새로운 생명'을 선보였다.
이후 '반쪽 날개로 날아온 새'는, '더 브릿지', '마이 디어 헬렌', '안네 프랑크' 등을 공연해 왔다.
작품 '두 번째 시간'은 여름 폭우에 산이 무너져 내려 묘소를 이장하려는데, 구멍이 난 이 선생의 유골이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인은 37년 전 실족사로 처리된 남편의 죽음에 대한 재조사를 요청한다.
유골을 가져와 지인인 영감과 제를 올리는 가운데 복지부TF팀 동주, 이어 며느리라고 주장하는 임산부가 찾아오는데, 부인이 성당에서 염하느라 집을 비운 사이, 막내아들까지 돌아오며 임대아파트가 북적이게 된다.
그러나 이 선생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끝내 밝혀지지 않고, 묵묵히 기다리던 영감도 부인 곁을 떠난다.
한편 대선을 앞두고, 이 선생의 정적이 내민 손을 잡은 부인은 죄책감과 함께 과거를 돌아보며 회한에 빠진다. 얼마 뒤 아들마저 불의의 사고를 당하자, 부인은 유골을 향해 묵은 감정을 쏟아내고 다시 혼자가 된다.
끈덕지게 늘어지는 여름의 끝자락, 부인은 어떻게 나타났는지도 모르는 손주를 안고 의연하게 서서 두 번째 시간을 약속한다.
극단 배·관·공은 "이 시대의 역사적 모순을 끌어안으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묻는다.
작품에서는 아직 해결되지 못한 의문사 사건을 중심으로 역사의 어두운 면과 평범한 삶의 간극을 탐구한다.
기록된 역사가 미처 담지 못한 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역사의 어두운 부분을 환기하고, 동시에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죽음이 보통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어떻게 왜곡하는지를 보여준다.
회복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안고서도 살아내야 하는 부인의 삶을 통해 평범한 개인이 굴곡진 역사를 버텨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회복될 수 없는 인간의 상처, 그 깊이와 아픔을 들여다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공연은 6월 30일 오후 3시, 오후 7시 30분 용인시평생학습관 큰어울마당에서 1시간 40분 동안 펼쳐진다. 13세 이상부터 관람할 수 있으며, 인터파크티켓에서 예매하면 된다.(문의 제42회 대한민국연극제 용인 사무국 031-323-6654)
▲ 제주 예술공간 오이/사진 제공 제42회 대한민국연극제 용인 집행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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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공간 오이는 창작극, 고전, 관객 참여형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연극 활동을 왕성하게 하며 창단 후 11년 동안 기획공연 포함 60여 편의 공연을 했다.
또한 '기억과 공감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제주 4.3을 주제로 한 창작공연을 지속해서 하고 있다. 2023년 제41회 대한민국 연극제 네트워킹 페스티벌에서 4.3을 주제로 한 연극 '낭땡이로 확 처불구정 허다' 작품으로 작품상과 젊음의 가치상을 받았다.
연극제에서 선보이는 '프로젝트 이어도-두 개의 섬'은 제목과 같이 두 개의 섬으로 분리된 섬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여준다.
하나의 섬은 제주의 과거 1947년 3월 1일 발포사건부터 제주 4.3의 주요 사건을 다룬다. 여기서 독립군 출신 도하와 미래를 보는 어도가 만나 제주 4.3의 비극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또 다른 섬은 미래를 담았는데, '윈풀'이라는 독재자가 군림하는 사회다. 원풀은 미래기술을 이용해 인간들을 통제하고 섬 전체를 감옥으로 만들어 권력에 위협이 되는 사람들을 모아 가뒀다. 그곳은 '이어도'라는 섬으로 죄수들 또한 독재자에 맞서 싸운다.
제주에는 '이어도사나'라는 구전민요가 있는데, 이별이 없는 영원한 이상향에 대한 해녀의 염원이 담긴 노래이다.
제주민요 속 이어도는 낙원을 뜻하는 것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미 지나온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알 수 없는 미래로 분리된 두 개의 섬은 이어도로 이어진다는 내용을 담았다. 예술공간 오이는 함께 살아가는 보다 나은 사회, 정의, 인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공연은 7월 1일 오후 3시, 오후 7시 30분 용인포은아트홀에서 1시간 40분 동안 펼쳐진다. 초등학생 이상부터 관람할 수 있으며, 인터파크티켓에서 예매하면 된다.(문의 제42회 대한민국연극제 용인 사무국 031-323-6654)
▲ 인천 극단 태풍/사진 제공 제42회 대한민국연극제 용인 집행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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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인천항구연극제 우수상, 2014년 인천항구연극제 최우수상, 2022년 인천연극제 대상, 대한민국연극제 은상, 2024년 인천연극제 대상 등을 수상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작품 '귀가'는 아내와 다투고 가출한 오두석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오두석은 공원 벤치에서 하룻밤 노숙을 하게 된다. 그에게 수상쩍은 노인이 다가오고 오두석이 가진 것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빼앗아 간다.
빼앗긴 것에는 기억, 목숨도 포함된다. 그의 기억 속에 모든 원망과 미련들이 사라지는 순간 사랑하는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본격적인 내용이 전개된다.
사고로 죽은 오두석의 영혼이 사흘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이승에서 맺혔던 미련과 원망을 모두 내려놓고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떠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오두석이 이승에서 맺혔던 미련과 원망의 기억들은 자신이 기억하는 인물로 존재한다.
그 인물들은 왜곡되거나 과장되게 표현됐고 오두석의 감정이 그 인물에 투영된다. 이승에서 맺혔던 사람과 물건들에 대한 미련과 원망이 사라질 때마다 미련의 등불들이 꺼지며 태초의 순수한 영혼으로 돌아가게 된다.
극단 태풍은 인생이란 오랜 여행길에 잠시 쉬어가는 것이라는 불가의 말처럼, 오두석의 여정을 함께하는 동안 마음속에 쌓였던 미련들과 원망을 잠시 내려놓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준비했다.
공연은 7월 2일 오후 3시, 오후 7시 30분 용인시문예회관 처인홀에서 1시간 30분 동안 펼쳐진다. 10세 이상부터 관람할 수 있으며, 인터파크티켓에서 예매하면 된다.(문의 제42회 대한민국연극제 용인 사무국 031-323-6654)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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