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대학생, 33세 아저씨와의 데이트... 의외의 전개
[장혜령 기자]
▲ 영화 <캣퍼슨> 스틸컷 |
ⓒ 판씨네마㈜ |
영화 <캣퍼슨>은 뉴요커 온라인 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후, 온라인판 최대 조회수인 450만 건을 기록하며 큰 반향을 일으킨 '크리스틴 루페니언'의 12개 단편을 모은 소설집 <캣퍼슨>을 바탕으로 한다. <코다>에서 희생하기만 하는 착할 딸 루비를 연기했던 '에밀리아 존스'가 20살 대학생 '마고'를 맡아 Z세대의 매력을 뽐낸다. 드라마 <석세션>으로 얼굴을 알린 '니콜라스 브라운'은 현실감 넘치는 남자 '로버트'를 만나 썸, 연애가 아닌 세밀한 관계의 어긋남을 질서정연하게 연기했다.
현대인의 다양한 관계(학교, 사회, 연애)를 들여다보고 있다. 흔히 상대방을 오해하는 일을 다양한 에피소드로 눅진하게 보여준다. MZ 세대가 데이트 공포에 빠져 왜 연애를 멀리하는지 유추해 볼 만하다. 단순히 금전적인 문제가 아니다. 호감을 넘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까지 상상과 망상을 거치는 마고의 과도한 행동은 영화의 톤을 바꿔 놓아버리지만, '저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귀신보다 무서운 게 사람인 현대사회에서 일어날 만한 다소 과장된 일이라 생각해 보면 되니까. 영화 <그녀가 죽었다>처럼 이입할 수 없는 상대를 파고들어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고 혐오감을 조성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와 비슷한 결이다.
▲ 영화 <캣퍼슨> 스틸 |
ⓒ 판씨네마㈜ |
룸메이트 테일러와 적당히 따분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마고는 대학교 2학년이다. 영화를 특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서 매점 아르바이트 중이다. 그날도 매점 앞을 지키던 사이, 팝콘과 레드바이스라는 믿기 힘든 조합을 주문하는 남자 손님이 신기해 말을 걸었던 게 다였다. 그 일이 트리거가 되어 꼬일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얼마 후 재방문한 로버트는 같은 조합을 주문하다 끝내 마고의 전화번호를 물어봤다. 마고는 싫지 않았다. 이후 둘은 썸인지, 연애인지 모를 관계를 시작한다. 서로 비슷한 취미를 가졌거나 통하는 무언가가 딱히 없었지만 일단 대화의 타이밍과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게 된다. 마치 둘은 링 위의 복서처럼 주도면밀하게 탐색하는 데 열중한다.
초반 주도권은 로버트에게 있었다. 마고와 신나게 문자를 주고받다가 시간을 벌어 안달 나게 한다. 마음을 줄 듯 말 듯한데 어리숙한 숙맥, 선을 지키려는 어른 남자의 순정이 마고를 흔들어 놓았다. 썰렁한 게 대부분이지만 가끔 터지는 유머와 다정한 행동은 나이만 먹었지 순수한 사람이라는 착각을 유도한다. 10살 넘는 아저씨와 데이트도 충분히 로맨틱할 수 있다는 환상은 커져 더 만나보기로 결정한다.
서서히 관계가 무르익을 즘. 마고는 제멋대로 상상하기 시작한다. 로버트는 어느 쪽 성향인 걸까? 순정남, 변태, 살인마라는 다양한 프레임을 씌워 관계의 본질을 스스로 망친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해둬야 실망할 경우 상처를 덜 받는다는 가정이라도 세운 거 같았다. 마고는 자기 멋대로 상상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 두근두근 첫 데이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최애 영화로 꼽았던 마고는 일터에서 그것도 홀로코스트 영화를 함께 본 게 영 심난하다. 기분도 전환할 겸 한잔하러 들른 로버트 단골 펍에서 나이 제한에 걸려 더 엉망이 된 기분을 안고 로버트의 집까지 가게 된다.
상상만 하던 첫 데이트와 첫 관계를 우여곡절 끝에 마쳤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별로였다. 얼기설기 쌓아 둔 허상이 순식간에 와장창 깨진 마고는 로버트를 일상에서 밀어내려 한다. 하지만 자신을 계속 무시하는 태도에 지질하게 굴던 로버트는 끝내 이별을 통보를 받자,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 가득한 문자를 보내고야 만다. 진짜 이야기는 여기부터다.
▲ 영화 <캣퍼슨> 스틸컷 |
ⓒ 판씨네마㈜ |
영화는 두 사람의 어긋난 감정을 통해 성별과 나이를 떠나 외모, 학력, 배경, 스펙만 보고 상대방을 판단하기 힘든 상황을 말하고자 한다. 살다 보면 여러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누군가를 믿고 마음을 나누다 깊은 관계로 발전했는데 생각했던 것과 달라 당황하기도 했던 경험, 한 번쯤 있었을 거다. 그때 느꼈을 법한 심리적인 상황을 마고의 시선에 따라 전개하는 구조다.
단편 소설을 그대로 영상화했으며 결말 이후에서 더 나아가 후반부를 새롭게 완성했다. 이 부분이 관객의 호불호를 유발하는 문제의 지점이다. 스토킹, 데이트 폭력, 젠더 권력관계, 현대 데이트의 위험성,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가변성, MZ 세대의 과도한 PC 주의, 추측과 망상, 페미니즘 등을 담았다. 너무 많은 소재를 한 영화에 쏟아내려 하니 과부하가 걸린 듯하다.
감독은 '단순히 데이트 폭력의 피해를 담으려 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그 의도가 각각 융화되지 못하고 겉돌기만 하다가 끝난다. 여성은 언제나 피해자라는 관점을 벗어난 시선은 신선했음에도 썩 매끄럽지도 않고 매력적이지 않은 방식이 문제다. 판은 깔았는데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엉성하게 마무리된 결말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통령이 대국민 사기극의 주인공...산유국? MB 자원외교와 비슷"
- 데이터센터, 일본은 하는데 우린 왜 못하냐고? 감춰진 진실들
- 입법청문회 '절묘한 한수', 통했다
- 한국 상황 떠오르는 장면들... 이 영화가 그저 허구일까
- "왜 답변을 안 해요""권익위 폐업?"...'김건희 무혐의' 후폭풍
- 40대인데도 바다 구경 못한 부부... 안타까운 사연
- 이것만 있으면 우리집도 '크루키' 맛집
- 상임위 불출석 국무위원에 조국 "위헌적 행위, 출석 않는다면..."
- 얼차려 사망 훈련병 어머니 "수료날인데 우리 아들만 없다"
- [사진] 푸틴, 24년 만에 북한 방문... 김정은, 공항 나와 영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