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 본존불 '붉은 입술' 또렷…기증 사진 400점 무료로 푼다
온화한 눈썹에 반쯤 내린 눈, 단아한 침묵이 서린 입가. 석굴암 본존불에서 깊은 명상의 세계를 포착한 한석홍(1940~2015) 작가의 1986년 촬영 사진이다. 지혜와 위엄이 극치에 달한 이상적인 승리자의 모습이 두드러진다. 특히 컬러 사진에서 도톰한 입술에 붉은 색채 흔적이 또렷하다. 애초 석굴암 본존불과 굴내 여러 불상이 부분적으로 ‘채색불’이었다는 학계 주장을 뒷받침해줄 수 있다.
이 사진은 19일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경주 석굴암 석굴 사진 295점 가운데 하나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이날 한석홍씨의 석굴 사진 외에 원로학자 강우방(83)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이 기증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사진 108점 등 403점을 홈페이지(nrich.go.kr)의 자료마당-기증자료를 통해 공개했다.
지난 2019년 강우방 원장 본인과 한석홍 작가 유족을 통해 기증받은 개인 소장 기록물 약 7만여 점(강우방 6만여 점, 한석홍 1172점) 가운데 보정·복원을 완료한 고화질 사진들이다. 학술연구 및 상업 출판 등에 별도의 허락 없이 누구나 자유로운 활용이 가능하다.
이 가운데 강 원장이 1990년대에 촬영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사진은 'ㄱ'자 모양으로 꺾인 절벽 암반에 새겨진 다양한 흔적을 촬영한 자료다. 사람의 얼굴을 새긴 듯한 바위그림부터 고래, 표범, 거북이 등을 생생히 담았다.
국내 문화유산 사진 개척자로 불리는 한석홍의 기증 사진은 본존불과 여러 조각상들의 모습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2021년에 공개됐던 『석굴암 그 사진』(2020년, 전(前) 국립문화재연구소 발간) 도록 수록 사진들의 컬러·흑백 촬영본과 추가 보정본(일부 컬러·흑백 사진에 한함)도 포함돼 공개됐다. 연구원의 백주현 학예연구사는 “기증 사진 가운데 겹치는 느낌을 최대한 줄이면서 흑백·컬러 등 다채로운 고화질본을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연구원은 한석홍씨가 기증한 사진 가운데 경주 석굴암 석굴 사진 69점을 고화질 디지털로 변환해 2021년 우선 공개한 바 있다. 현재까지 누적 다운로드 건수가 3만 2000회를 넘었고 이를 활용한 문구류 등이 출시되기도 했다.
연구원은 “추가 공개를 통해 관련 분야의 전문적인 이해의 폭을 넓히고 다양한 활용을 기대하며 기증자료의 의미와 가치를 충분히 기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혜란 문화선임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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