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소집한 이복현 "부동산PF 연착륙, 금융시장 안정 선결과제"
ELS 불완전판매, 잇따르는 횡령사고…"고객 이익 우선하는 자발적 문화 필요"
새로운 감독 수단 마련…근본적으로 은행 조직문화 변화 유도
출산·고령화· AI 기술 활용 등으로 환경 급변…신성장동력 발굴도 지원
"부동산프로젝트 파이낸싱(PF)시장의 연착륙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긴요한 선결과제다.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에 적극 참여해 이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20개 국내은행 은행장과 간담회에서 "부실 사업장에 묶여 있는 자금이 선순환돼 부동산 PF 시장이 조기에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해달라"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 기준을 발표하고 금융권 스스로 '유의'와 '부실우려'로 분류된 부실 사업장에 대한 사후 관리계획을 수립해 금감원에 7월 말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또한 경·공매로 나오는 부실 사업장을 재구조화하는 데 활용할 5조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5대 시중은행과 5대 보험사 등 10곳의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조성한다.
111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불어난 최근 가계대출 증가추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가계부채 관리에 노력도 당부했다. 금융당국은 연초 가계대출이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하겠다면서 금융권과 '증가 폭 1.5~2%' 목표를 세웠다.
이 원장은 "향후 금리·주택시장 등 거시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욱 빨라질 수 있으므로 다시 한번 긴장감을 가지고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의 차질 없는 시행 등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오는 7월부터는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된다. 상반기에 스트레스 금리의 25%만 대출 상품에 적용했던 것을 7월부터는 50%로 끌어올려 대출 문턱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상반기처럼 표준 스트레스 금리를 1.5%포인트로 할 경우 DSR 계산 시 0.75%포인트가 대출금리에 가산된다.
다만 상품에 따라 변동형·혼합형(5년 고정 이후 변동금리)·주기형(5년 주기 고정금리)은 각각 0.75%포인트, 0.45%포인트, 0.23%포인트 차등 가산된다. 금리 변화에 따른 가계 안정성을 보다 제고하고자 고정금리 기간과 변동금리 조정 주기를 최대한 늘리기 위한 조치다.
ELS 불완전판매, 잇따르는 횡령사고…"고객 이익 우선하는 성과보상체계 정립해야"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추종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확인된 불완전 판매와 최근까지 잇따른 횡령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직문화 정립에 경영진이 앞장서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한 새로운 감독 수단을 마련해 보다 근본적으로 은행의 조직문화가 바뀔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 원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은행권에서 파생결합증권(DLF), 라임 사모펀드, 홍콩H지수 ELS 등의 불완전 판매와 서류 위조 등으로 인한 횡령 사고를 언급하면서 "임직원의 도덕 불감증, 허술한 내부통제 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은행업의 평판과 신뢰 저하뿐만 아니라 영업 및 운영위험 손실 증가 등 재무 건전성에도 영향을 끼쳐 은행의 존립 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이 추진해온 임직원 제재, 내부통제 혁신방안, 지배구조 모범 관행 마련, 책무구조도 도입 등 사후적 조치로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법과 윤리의식이 조직 내 모든 임직원의 영업행위·내부통제 활동에 깊이 스며들 수 있도록 조직문화 차원에서 과감한 변화를 기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고경영자(CEO)는 임직원 누구라도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고 개연성을 감지할 경우 이를 '스스럼없이 문제 제기할 수 있는 문화(Culture of speaking up)'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영업목표 달성을 위해 단기실적만 좋으면 내부통제나 리스크 관리는 소홀히 하더라도 우대받는 성과 보상 체계도 근본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면서 "근본적으로 은행의 조직문화가 바뀔 수 있도록 유도할 새로운 감독 수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심리·행동 분석 전문가를 포함하는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네덜란드 감독당국과 금융회사 임직원 대상 설문 등을 실시해 회사별 조직문화의 강·약점을 파악하고 개선을 유도하는 호주 감독당국 사례를 참고해 은행의 조직문화를 진단하고 분석한 이후 개선을 유도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원장은 "은행의 조직문화 변화에 따라 불완전판매 및 금융사고 위험이 줄어든다면 자본 비율 산정을 위한 운영위험 가중자산 산출에도 감독상 유인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은행 고객기반 변화…신성장동력 발굴해 '국민 자산형성'에 기여해야
이 원장은 저출산·고령화, 지역 소외 등으로 은행의 고객기반이 변화하고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의 금융진출, 인공지능(AI) 기술 활용 확대 등으로 전통적인 은행 영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만큼 생존을 위한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힘써야 한다고 언급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은행권과 협업해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을 추진하며 은행업의 경쟁 촉진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모색해 왔다. 그는 "은행의 부수·겸영 업무 범위 확대, 자산관리서비스 역량 제고 등을 위한 감독·규제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하겠다"면서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그 성과가 은행의 자금 중개 기능 강화, 국민 자산형성 기여, 지역사회와 상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민해 달라"고 강조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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