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한 푸틴, 끌어안은 김정은…준군사동맹 체결하나
홀로 서서 기다린 김정은…러 매체들 '찬사'
'위험한 밀착' 우려…군사개입 조항 나올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지각대장'으로 악명 높은 푸틴 대통령은 자정을 넘긴 새벽이 돼서야 평양에 도착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그를 와락 껴안으며 밀착을 과시했다. 24년 만에 이뤄진, 또 김 위원장 집권 이래 첫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될 예정이다.
19일 러시아 크렘린궁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푸틴 대통령이 탑승한 일류신(IL)-96 전용기는 이날 새벽 어두컴컴한 평양 순안공항에 착륙했다. 항공 추적 기록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전용기가 도착한 시간은 이날 새벽 2시 22분으로 파악된다. 가장 격이 높은 '국빈 방문'에서 자정을 넘겨 도착하는 건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1박 2일 일정도 당일치기로 바뀌었다.
'북한 1호' 김정은 위원장을 늦은 시간까지 기다리게 했지만, 두 사람은 개의치 않고 끈끈한 밀월을 과시했다. 올해 2월 푸틴 대통령이 선물한 것으로 알려진 아우루스 리무진 앞에서도 서로 '먼저 타라'고 양보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러시아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공항에서 홀로 뒷짐을 진 채 기다리는 모습을 보도하며 "최고의 신뢰를 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으로 출발하기 전 양자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협정에 서명할 것을 명령했다. 주북 러시아대사관이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해당 문서를 보면 '러시아와 북한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협정에 서명하기 위해 관련 연방 정부 기관 및 단체와 합의한 러시아 외무부의 제안을 수락한다'고 돼 있다. 다만,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이 같은 협정 체결 가능성을 언급하며 "1961년 조·소 우호조약, 2000년 북·러 조약, 2000년과 2001년의 평양선언 및 모스크바선언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심이 쏠리는 건 관계 재정립과 함께 높아지는 군사적 협력 수위다. 조·소 우호조약에는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있었다. 소련이 붕괴하며 해당 조약도 연장되지 않았지만,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그에 준하는 수준의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보 당국의 관측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양측의 대화에 '안보' 문제가 포함될 것이라는 러시아 측의 사전 발표가 있었던 만큼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포탄 등 재래식 무기를 받는 대신, 위성 등 군사기술을 전수하는 논의도 오갈 것으로 보인다. 서방과의 대립으로 수세에 몰렸지만, 푸틴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경제적 지원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견제하는 미국의 힘이 분산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국제사회에선 북한과 러시아의 '위험한 밀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카린 장-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어떤 나라도 푸틴의 침략전쟁을 돕는 플랫폼을 제공해선 안 된다고 본다"며 "북한의 대(對)러시아 무기 제공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잔인하게 전쟁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비판했다.
중국도 마뜩잖은 반응이다. 북·중·러 연대로 묶인 상황에서 '두 문제아'의 선을 넘는 행동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중국 외교부는 당초 지난 13일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전통적 우호 관계를 공고히 하고 발전시키는 걸 환영한다"고 밝혔다가, 전날부터 '북·러 간 양자 교류'라는 짧은 논평으로 입장을 바꿨다.
우리도 경고장을 날렸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러시아와 북한 간의 협력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거나 역내 평화와 안전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는 게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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