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필의 視線] 천안 역사브랜드화 나선 박상돈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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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왕건이 천안도독부를 만들 때, 이곳이 다섯 용이 구슬을 놓고 다투는 오룡쟁주 지세를 보였다고 했는데 그 구슬이 바로 여기 남산입니다."
18일 중앙시장의 야트막한 남산 아래 자리한 '천안지역사 전시관'이 문을 열었다.
개관식에 참석한 박상돈 천안시장이 그 역사적 의의를 되새겼다.
그는 역대 시장들 통틀어 천안 역사에 대해 가장 높은 식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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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왕건이 천안도독부를 만들 때, 이곳이 다섯 용이 구슬을 놓고 다투는 오룡쟁주 지세를 보였다고 했는데 그 구슬이 바로 여기 남산입니다.”
18일 중앙시장의 야트막한 남산 아래 자리한 ‘천안지역사 전시관’이 문을 열었다. 개관식에 참석한 박상돈 천안시장이 그 역사적 의의를 되새겼다. 방명록에도 붓글씨로 우렁차게 ‘오룡쟁주의 명당에서 문화의 꽃을 피웁시다’라고 썼다.
박 시장은 4년 전 시장 당선과 함께 품격있는 문화도시 건설을 내세웠다. 그 속에는 천안의 역사정체성 확립도 포함돼 있다. 그는 천안 역사에 깊은 관심과 함께 지식을 갖추고 있다. 개관식 축사도 예정된 5분이 10분을 넘겼다. 박 시장이 역사 지식을 풀어내는 데는 이 시간도 부족하다.
그는 역대 시장들 통틀어 천안 역사에 대해 가장 높은 식견을 갖고 있다. 그런 역사 애착이 다른 시장은 못한 지역사 발전 기초를 다지는 데 이어졌다. 공무원이 차지했던 천안박물관장 자리를 2021년 개방직으로 돌려 전문가들에게 내놨다. 2008년 개관 후 시장들은 가기 싫어하는 이 자리로 사무관들을 등 떠밀어 보냈다.
2022년 박 시장은 연이어 시 문화재팀장 자리에 학예직 공무원을 앉혔다. 어떤 시장도 하지 않은 일이다. 도내 천안보다 작은 도시들도 학예직을 발령 내는 자리에 천안 시장들은 6급 주사를 임명했다. 그들은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 있다가 소리 없이 떠나곤 했다.
이렇게 박 시장이 박물관장, 문화재팀장 자리를 과감히 전문가 집단에 돌린 것이다. 공무원들로선 5급, 6급 두 자리가 날아간 것이다. 선출직 시장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다.
2022년 9월, 시로부터 시민의 날 날짜조정 의견을 듣는 간담회 참석 의뢰를 받았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으로 재직할 때다. 알고 보니 박 시장이 지시해 향토사학자, 고려사 전공 교수, 문화원장 등을 초청해 의견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공주대 윤용혁 명예교수가 “천안은 다른 도시와 달리 <고려사>에 930년 음력 8월 8일 천안도독부를 설치했다고 명확히 쓰여있다”며 “당연히 이 날을 시민의 날로 기념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자 모두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필자는 “고려 말 학자인 이곡(이색 부친)이 천안을 ‘왕을 일으킨 땅[興王之地]’이라고 지칭했다”는 참고 발언을 했다. 그러자 박 시장이 “참으로 귀중한 정보”라며 반색했다. 천안은 태조 왕건을 일으킨 땅이란 말이다. 왕건의 후삼국 통일 왕업(王業)을 도운 도시란 뜻이다. 천안시민의 날은 이렇게 음력 8월 15일 추석 일주일 전인 음력 8월 8일로 바꾸기로 결정됐다.
지역 역사문화유산이 도시브랜드로 각광받는 시대다. 천안은 그동안 고려를 잊어왔다. 천안의 직산이 백제 첫도읍지였음을 알리는 데만 몰두했다. 이런 천안 움직임에 역사학계는 냉담했다. 수십년간 많은 노력을 펼쳤으나 큰 성과는 보지 못했다.
그러나 태조 왕건의 천안 역사브랜드화에는 역사학계가 박수로 화답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성거산 천흥사(天興寺) 발굴에서 많은 성과를 이뤘다. 학자들은 “이 사찰은 고려가 국가사업으로 조성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는 박 시장을 크게 고무시켰다.
시는 유량동에 태조왕건기념공원을 올 하반기 착공, 내년 준공한다. 천안이 왕건을 기념해 만든 첫 유형 작품이다. 시가 이만큼 했으니 이제 시민들이 나설 차례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천흥사 동종, 동국대박물관의 보협인석탑 등 외지로 나간 천안 국보를 되찾아 오는 일이다. 쉽지 않다. 국가기관인 국립박물관이 종 출처를 ‘1910년 구입’으로 뭉개고, 성거산 천흥사가 천안에 있음을 숨기는 상황이다.
/천안·아산 선임기자 chohp1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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