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이닝 무실점' 류현진, 청주는 '약속의 땅'

양형석 2024. 6. 1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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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18일 키움전 8이닝 5피안타 8K 무실점 역투, 한화 3-0 승리

[양형석 기자]

▲ 역투하는 류현진 18일 충북 청주야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1회초 한화 선발투수 류현진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화가 두 번째 홈구장 청주에서 열린 주중 3연전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18일 청주 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7안타를 때려내며 3-0으로 승리했다. 주중 경기임에도 9000명의 관중이 가득 차며 매진사례를 이뤘던 이날 경기에서 한화는 깔끔한 팀 완봉승을 만들어내면서 같은 날 두산 베어스에게 2-6으로 패한 6위 NC 다이노스와의 승차를 2.5경기로 좁혔다(31승 2무 37패).

한화는 9번 유격수로 출전한 이도윤이 2회 결승 적시타를 포함해 2안타 1타점으로 좋은 활약을 선보였고 장진혁이 멀티히트, 안치홍이 볼넷 2개와 함께 3출루 경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 한화 승리의 주역은 단연 이 선수였다. 2012년 4월 19일 LG 트윈스전 이후 무려 4443일 만에 청주구장 마운드에 올라 8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으로 키움 타선을 압도했던 '몬스터' 류현진이 그 주인공이다.

'한 경기 17K' 추억이 있는 청주구장

야구 선수들은 누구나 선호하는 구장이 있다. 어떤 구장에서든 최고의 투구를 보여준 류현진 역시 좋은 투구를 보여준 구장이 따로 있다. 류현진은 빅리그 시절 규모가 크고 투수 친화적인 LA다저스의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통산 62경기 등판해 28승 14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62로 좋은 성적을 올린 바 있다. 그 밖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펫코 파크(3승 1.38)와 뉴욕 메츠의 시티 필드(2승 1.72)에서도 대단히 강한 면모를 보였다.

KBO리그에서 통산 204경기에 등판해 103승 56패 1세이브 2.84의 성적을 올리고 있는 류현진은 한화의 두 번째 홈구장 청주구장에서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11경기에서 7승 2패 3.25의 성적을 기록했다. 사실 청주구장은 중앙 114m, 좌우 99.5m로 규모가 작은 구장이라 투수들에게 불리한 구장으로 꼽힌다. KBO리그에서는 장소를 가리지 않았던 천하의 류현진조차도 통산 성적보다 청주구장에서의 성적이 더 좋지 못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청주구장에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경기가 지난 2010년 5월 11일 LG전이었다. 이날 LG를 상대로 청주구장에서 선발 등판했던 류현진은 9이닝 동안 124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1사사구 17탈삼진 1실점으로 완투승을 기록했다. 9회 정규이닝 동안 기록한 17개의 탈삼진은 고 최동원(1983년), 선동열(1992년), 이대진(1998년)이 기록했던 16개를 뛰어넘는 KBO리그 역대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 신기록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2012년 4월 19일 LG전을 끝으로 10년이 넘도록 청주구장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이 경기에서 류현진은 정규이닝을 모두 소화하며 9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류현진이 2012 시즌이 끝나고 다저스와 계약하면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2019년까지 한화의 2번째 홈구장으로 쓰였던 청주 야구장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코로나19의 여파 및 시설관리 미흡으로 4년 동안 1군 경기가 열리지 못했다.

4443일 만의 청주 경기서 키움에게 설욕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류현진이 복귀하면서 류현진과 펠릭스 페냐, 리카르도 산체스, 문동주, 김민우로 이어지는 막강한 선발진을 보유하게 됐다. 한화팬들은 2018년 이후 6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은 물론이고 그 이상의 성적까지도 기대하게 됐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한화팬들의 '믿는 구석'은 단연 에이스 류현진의 귀환이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 류현진의 투구는 한화팬들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개막전부터 3.2이닝 5실점(2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된 류현진은 4월까지 2승 3패 5.21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진출 전 KBO리그를 호령했던 괴물투수의 위용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류현진과 원투펀치로 활약해야 할 페냐의 활약도 지난해만 못했고 2023년 신인왕 문동주는 심한 기복에 시달렸으며 김민우는 단 3경기 만에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시즌 아웃됐다. 이렇게 많은 악재가 겹친 한화는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시즌 초반 고전을 면치 못하던 류현진은 5월에 등판한 4경기에서 두 번의 퀄리티스타트를 비롯해 3.2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투구감각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6월 kt 위즈와 두산을 상대로 12이닝 무자책 투구를 선보이면서 시즌 평균자책점을 3.75까지 낮췄다. 그렇게 한화의 듬직한 에이스로서 위용을 찾아가던 류현진은 18일 키움을 상대로 무려 4443일 만에 청주구장 마운드에 섰다. 

키움은 지난 4월 5일 류현진에게 4.1이닝 9실점이라는 '악몽'을 안겼던 구단으로 류현진에게는 일종의 설욕전이었다. 그리고 류현진은 8이닝 동안 101개의 공을 던지면서 5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 투구로 키움 타선을 완벽하게 압도했다. 시즌 9번째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류현진은 어느덧 승이 패보다 많은 5승4패가 됐고 5월 중순까지 5점대를 맴돌던 시즌 평균자책점도 3.38까지 낮췄다.

8회까지 투구수가 101개였던 류현진은 국내 복귀 첫 완봉을 노리기 위해 9회에도 충분히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5인 로테이션을 쓰는 KBO리그에서는 화요일 선발이 일요일에도 선발 등판해야 하기 때문에 류현진은 오는 23일 KIA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 등판을 위해 9회 주현상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비록 류현진의 완봉투를 볼 기회는 놓쳤지만 청주구장을 메운 9000명의 야구팬들은 두 눈으로 '괴물의 건재'를 목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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