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가족도 아닌, 나만이 걸을 수 있는 ‘암 극복의 길’ [아미랑]

기고자/김병천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2024. 6. 1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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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으로의 휴가>
“현대 의학으로 아직 치료가 되지 않는 질환 중에선 암이 대표적입니다. 암은 발생 빈도가 높아, 가족이나 지인 중 암 환자를 쉽게 볼 수 있을 겁니다. 그 중에는 치료가 잘 돼서 완치되는 사람도 있고, 재발해서 임종을 맞는 사람도 있습니다. 모든 암 환자가 다 완치돼 편안하게 살아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대장항문외과 김병천 교수는 암을 고치는 의사이기도 하지만 암을 극복한 환자이기도 합니다. 김병천 교수의 말대로 모든 암 환자가 편안하게 살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짚어볼 예정입니다. 오늘부터 연재되는 ‘암으로의 휴가’ 칼럼에서 그 답을 찾아보세요.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환자는 병원에서 의사가 정해준대로 치료를 받습니다. 그렇게 수술을 받고,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는 과정이 끝나면 정기적으로 검사를 하면서 암 재발을 확인하지요. 이후부터는 환자의 몫입니다. 환자 스스로 건강을 잘 유지하고, 면역력을 증강시켜야 합니다. 이 과정은 암 치료에 있어 아주 어려운 부분이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먹던 음식을 바꾸고 안 하던 운동을 해야 하는 등 삶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삶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가장 근본인 첫째 방법은, 마음을 다스리는 겁니다. 암 진단부터 완치 이후까지 환자의 마음은 불안하기 그지없습니다. 내가 왜 암에 걸렸는지 질문도 해보고, 부정도 해보고, 내가 어떤 죄를 지은 건가 걱정도 앞섭니다.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이때 어떤 방법으로든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면 암 극복의 과정이 굉장히 수월해집니다. ‘나는 회복할 수 있다’ ‘완치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은 알게 모르게 내 몸을 회복시킵니다.

둘째는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겁니다. 여러 논문을 통해 ‘암 환자에서 운동이 5년 생존율 향상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제가 속해 있는 대한대장항문학회에서도 대장암 환자는 암 치료 후 1주일에 세 번 이상 중등도 운동을 하라고 권합니다. 저의 경우 테니스를 즐깁니다. 암 치료 이후에는 이전보다 더 고강도로 운동을 지속합니다. 저는 운동이 암 완치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셋째는 종교를 갖는 겁니다. 사이비 종교만 아니라면, 각자의 종교가 무엇이든 상관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인간의 나약한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종교에 귀의해 철저하게 마음을 내려 놓고 기도하는 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새 암에서 해방돼 있는 날이 올 것입니다.

넷째는 암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본인의 몸은 본인이 가장 잘 안다고 알 겁니다. 몸에 나타나는 변화를 세심히 살펴 주치의에게 알리세요. 재발·전이를 일찍 발견할 수도, 치료의 효과나 부작용을 확인할 수도 있는 중요한 길입니다.

다섯째는 가능하면 많은 시간을 자연과 함께 보내야 합니다. 저는 사실 이 다섯째 삶의 변화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실제로 제가 암을 극복하는 데 너무나 많은 도움을 받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치유 능력은 분명히 큽니다. 옛 선조들은 사람이 병에 걸렸을 때 그 병을 치유하는 약이나 방법이 항상 가까운 곳에 있다고 믿었습니다. 저 역시 이 생각에 동의합니다. 특히 나무와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를 권장합니다. 나무의 생명력을 가까이하세요. 나무가 울창한 숲에 가도 좋고, 집에서 작은 나무를 키워도 좋습니다. 사는 곳 주변에 있는 나무를 보고 만지고 숨을 들이마시세요. 분명 여러분을 치유해줄 겁니다.

그런데 되돌아가서요. 애초에 암이 발생하기 전, 혹은 그 초반에 이를 알아차리고 대처를 한다면 어떨까요? 암 치료 과정은 비교도 안 되게 수월해집니다.

많은 암 환자들을 치료하고 면담하다 보면, 그들은 자신의 건강 상태가 안 좋아지게 된 때가 언제인지를 어느 정도는 인식하고 있습니다. 암의 종류가 다양하다 보니 암세포의 활동도 다양합니다. 암이 보내는 신호 역시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흉선암을 극복한 암 경험자입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손발이 차가운 수족냉증이 나타난 게 암을 발견한 계기가 됐습니다. 손발이 얼음장 같고 혈액순환이 안 돼 꼭 제 손처럼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때의 나이가 50대 중반이라서, 믿고 싶지는 않았지만 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암 환자들을 오랫동안 진료하다보니 매일 보는 사람이 암 환자였기 때문이겠지요. 검사를 해보니 암이 맞았습니다.

50세가 넘으면 자신의 건강을 자부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몸에서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여 겸손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때가 분명 옵니다. 문제를 빠르게 발견하면 치료의 좋은 방향을 찾아갈 기회가 많아집니다.

암은 발달한 현대 기술 덕분에 대부분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매우 높습니다. 심지어 수술만 받고 항암·방사선 치료 없이도 완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느냐가 완치의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글을 다 읽은 지금, 몸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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