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전 부회장 "美인플레 견고, 올해 금리 안 내릴수도"[이슈인터뷰]

이창환 2024. 6. 19. 08:2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폴 시어드 S&P글로벌 전 부회장(현 하버드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 인터뷰
팬데믹 이후 정부가 너무 많은 돈을 찍어내면서 세계적 인플레 발생
정부부채 높아졌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미국 인플레 여전해 기준금리 연말까지 안내릴 가능성
폴 시어드 S&P글로벌 전 부회장(현 하버드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

'너무 적은 재화를 좇는 너무 많은 돈.'

자유시장경제의 수호자로 꼽히는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 충격이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학자들은 이에 대한 원인을 찾느라 분주하다. 학자들이 꼽은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은 코로나19 이후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출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가격 상승,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인한 공급망 재편 등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과도한 재정지출이 현재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주장이 주목받는다. 프리드먼의 이야기대로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한정된 재화 속에서 너무 많은 돈이 풀리면서 발생한 화폐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폴 시어드 하버드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전 S&P글로벌 부회장) 역시 비슷한 견해다. 최근 한국에 번역본이 출간된 '돈의 권력' 저자인 시어드 선임연구원은 아시아경제와의 서면인터뷰에서 "팬데믹 이후 세계적 인플레이션 충격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시장에 너무 많은 돈을 풀었기 때문에 주로 발생했다"며 "거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일어나면서 상황은 더 악화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며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이 기대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연말이나 내년초로 미뤄져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관점이다. 그는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다소 진정되고 있지만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Fed의 첫번째 금리 인하가 올해 말이나 심지어 내년 초라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Fed가 오는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더 늦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한국의 통화정책 역시 영향을 받고 있다.

시어드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자본시장을 개방적으로 유지하며, 미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도 높은 편"이라며 "미국으로부터 통화정책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달러강세 역시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 이후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가 높아졌다"며 "달러 강세는 미국의 경제금융 시스템과 정치가 현재 세계에서 차지하는 강력한 위치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팬데믹 이후 정부가 많은 돈을 찍어내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지적되고 있는 과도한 정부부채 논란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지난달 기준 34조5000억달러에 달한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는 120%를 넘어섰다. 한국은 작년 기준 55% 수준이다.

시어드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정부부채는 한분기 생산량이 25조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경제규모에 비하면 그다지 높은 수준이 아니다"며 "정부가 부채를 갚지 못할 것을 걱정하는 것보다는 과도한 화폐 발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정부부채가 과도해지면 통화정책이나 긴축재정 등 거시경제 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부채가 너무 늘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과 재정긴축(지출삭감 또는 세금인상)을 실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폴 시어드 S&P글로벌 전 부회장(현 하버드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c)Alice Cherry. 사진 = 본인제공

다음은 폴 시어드 하버드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과의 일문일답.

-전 세계를 강타한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무엇이며 미국은 언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나.

▲정부가 너무 많은 돈을 찍어내고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내리면서 팬데믹 이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충격이 주로 발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증가한 지리적, 경제적 분열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최근에는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면서 인플레이션은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Fed의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다. 경기는 여전히 강하고 노동 시장은 타이트한 모습이다. Fed의 첫 번째 금리 인하가 올해 말이나 심지어 2025년 초까지라고 해도 놀라지 않을 상황이다.

-현재 글로벌 달러 강세의 원인은 무엇이며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나.

▲달러 강세는 미국의 경제, 금융 시스템 및 정치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강력한 위치를 반영한다. 거대하고 생산성이 높으며 혁신적인 경제, 정교한 자본 시장 덕에 미국 달러는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 이후 강력한 경제 반등 역시 달러 강세의 원인이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것도 달러의 힘으로 봐야 하는가.

▲환율을 고정할 수 없고 자본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으면 통화의 통제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는 국제경제학의 유명한 결과(먼델의 불가능한 삼위일체)에서 따온 것이다. 한국처럼 자본계정을 개방적으로 유지하면서 환율을 달러에 어느 정도 맞추려 한다면 국내 통화 정책의 자율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과 미국 금리의 상관관계 역시 미국에 대한 한국 경제의 의존도가 높고 양국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세계 공통의 요인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돈과 권력'에서 정부 부채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만약 예측 불가능한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닥치면 대규모 정부 부채가 문제가 되지 않을까?

▲정부 부채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아니고 기존의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 부채는 정부가 창출한 적자 예산이 그만큼이라는 것일 뿐 가계나 개인의 부채와는 다른 개념이다. 정부는 마음껏 돈을 만들어 낼 수 있기에 돈이 모자랄 수도 없고 그걸 되갚을 필요도 없다. 정부가 만들어내는 화폐는 갚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현재의 경제적 교환을 촉진하고 구매력과 자산에 대한 청구권을 미래로 이전해 주는 수단이다. 다만 과도한 정부 부채로 촉발되는 인플레이션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에서는 대규모 정부 부채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중은 2023년 기준 55%인데 양호하다고 봐도 되나.

▲GDP 대비 정부부채는 연간단위로 계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한국의 정부부채 비중 55%는 정부가 빚을 한꺼번에 갚아야 한다고 할 때 6개월보다 조금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영속적인 개념을 가진 정부에게 이 정도는 큰 숫자가 아니다.

-정부 부채가 너무 커지면 통화정책, 긴축재정 등 거시경제 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구체적인 방법은.

▲정부 부채는 잠재 구매력을 나타내는데 구매력(수요)이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 능력을 압도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통화긴축(금리 인상)과 재정긴축(지출삭감 또는 세금인상)을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세금을 인상하고 지출을 줄여서 예산 흑자를 낼 수 있으며 정부는 부채를 낮출 수 있다.

-MMT(현대통화이론)가 인플레이션의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한 의견은?

▲현재의 인플레이션 충격이 MMT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MMT는 통화 및 재정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와 통찰력의 집합체로 이해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은 MMT 때문이 아니고 팬데믹 이후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읽지 못한 정부의 정책적 실수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부자에 대한 과세는 부의 양극화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다른 적극적인 해결책이 있다고 보나?

▲역동적인 시장경제와 부의 균등분배는 양립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하지만 정부는 교육에 투자하고, 다양한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는 정책으로 사회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 극소수 부자에게서 정부가 돈을 가져간다 하더라도 가난한 사람에게는 충분하지 않다. 결국 가난한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은 극소수 부자가 아닌 중산층이 될 것이다.

-가상자산이 기존의 화폐체계에 혁명을 불러올 수 있을까.

▲'혁명'은 너무 강한 단어처럼 보인다. 가상자산이 주권화폐를 대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가 화폐 시스템을 강제로 혁신시키는 역할은 할 것으로 본다.

-최근 각국 중앙은행은 CBDC(중앙은행디지털화폐) 도입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CBDC 도입 연구는 무엇을 의미하나?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의 등장은 중앙은행과 통화당국에 경종을 울렸다. CBDC의 광범위한 도입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돈이 점점 디지털화되고 가상자산 기술이 점점 성숙해지고 널리 보급됨에 따라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일반 대중에게 직접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다. 은행 시스템, 금융 안정성, 통화 정책 결정 및 시민의 프라이버시권에 미치는 영향과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이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는 중앙은행들에게도 큰 도전이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