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레드백·천궁-II 보유국 韓…'수십조 돈방석' 앉은 기업들[K-방산 신화](상)
수주잔고·영업이익 최고치 기록 약진
수출 지속땐 분야별 1위 석권도 눈앞
K-방위산업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2023년 방산 수출액은 약 130억달러다. 2022년(173억달러)보다 43억달러 줄어들었다. 하지만 수출대상국은 12개국, 주요 수출 무기체계는 12개로 2022년(4개국·6개)보다 늘었다. 2027년 방산 수출 4강 진입을 위한 초석을 닦았다는 평가다. 올해 수출 목표는 200억달러다.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방산기업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과 수주잔고가 희망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루마니아 수출도 사실상 확정됐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17일 루마니아를 방문해 ‘K-방산’ 수출 계약서를 체결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수출량만 K9 자주포 54문, K10 탄약 운반차 36대(1조4000억원)와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 54기(1230억원)다. 하지만 루마니아 정부의 최종심사가 남아 있어 이르면 계약발표가 내달 초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공시를 분석한 결과 실적 면에서 눈에 띄는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다. 지난달 국내 방산 4사가 공시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방산 부문 1분기 수주잔고는 총 77조2838억원이다. 영업이익도 좋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06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동기(829억원)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액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호주 등과 잇달아 대규모 수출 계약을 맺었다. 올해 폴란드에 K9을 60문 이상, 천무를 30대 이상 인도할 예정이다. 폴란드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 4월 방산업체 공장을 방문했기에 K239 천무, K2 전차의 추가 수출도 기대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영국 군사정보기업 제인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주포 분야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가 2032년 세계 방산시장에서 63.8%를 점유할 것으로 내다봤다. 50% 이상 점유한다면 세계 1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지 맞춤형 수출전략’ 적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출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기획·설계·공급 체계를 최적화한 ‘K-방산 수출시스템’의 첫 성공 사례로 꼽힌다. 호주에 레드백을 수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레드백은 유럽 장비와 겨룬 끝에 호주의 차기 장갑차로 낙점받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현재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한화장갑차첨단센터(H-ACE)를 건설하고 있다. 이곳에서 레드백 129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인력은 물론 철강 등 원자재와 주요 부품도 상당 부분 현지에서 조달하는, ‘현지 맞춤형 수출전략’을 폈다.
수출 규모도 크다. 129대는 금액으로 치면 24억달러(3조1500억원)다. 호주 육군의 역대 무기 도입 사업 중 최대 규모다. 이번 수주로 레드백은 K-9 자주포에 이어 국내 방산업체가 두 번째로 호주에 수출하는 지상 장비가 됐다. K-방산이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 안보 동맹) 선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는 의미도 있다.
현대로템, 폴란드 현지 생산 추진지상무기 수출에는 현대로템도 한몫했다. 현대로템의 방산 부문 올 1분기 수주잔고는 6조9091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672억원에서 올 2분기 806억원으로 19.9% 증가했다. 1분기 수주잔고는 전년도 하반기부터 달성한 해외 수주 성과가 반영된다. 현대로템 역시 올해 1분기에 폴란드에 K2 전차 18대를 납품하면서 매출이 늘었다. 2분기 이후에도 폴란드에 전차 납품이 지속하면서 수주잔고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맞춤형 K2PL 모델도 개발해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세계 전차 시장에서 K-2 전차 점유율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템의 K-2는 2032년이 되면 점유율 19.2%로 2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브럼스 전차를 제조하는 제너럴다이내믹스에 이은 성과다. 남미 시장에서도 성과는 이어진다. 현대로템은 올해 페루에 차륜형 장갑차 K808 ‘백호’ 30대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현대로템 차륜형 장갑차의 첫 수출이자 국산 전투 장갑차량이 중남미에 진출한 최초 사례다.
LIG넥스원, 2032년 방어 미사일 분야 세계 1위 전망미사일 분야에선 LIG넥스원이 독보적이다. LIG넥스원의 1분기 수주잔고는 19조2876억원이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5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동기(402억 원)에 비해 36.8% 늘었다. LIG넥스원은 앞서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와 4조원대 규모의 천궁-Ⅱ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중동 정세 불안이 고조되면서 사우디는 추가 구매를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루마니아 국영 방산기업인 롬암과 대공미사일 분야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루마니아에도 천궁-Ⅱ를 수출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신궁·천궁-Ⅱ(루마니아), 비궁(미국), 천궁-Ⅱ 2차(사우디아라비아) 등 수출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L-SAM, LAMD, 함대공유도탄-Ⅱ 등 차기 제품도 개발하고 있어서 장기 수주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추세라면 천궁-Ⅱ가 2032년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분야에서 27.5%의 시장 점유율로 세계 1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미래에셋증권은 전망했다. 미국의 패트리엇 미사일 점유율 24.9%(2위), 러시아 S-400 20.6%(3위)보다 앞선 수치다.
카이, 다목적수송기·6세대 전투기 등 차세대 사업 도전항공 분야에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선두주자다. 올해 1분기 수주잔고는 21조2718억원이다. 올해 2분기 5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인해 유럽과 중동 국가들을 중심으로 무기체계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KAI는 2011년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인도네시아에 수출했다. 첫 수출이었지만 4억달러 상당에 달해 ‘K-방산’ 수출의 신호탄이 됐다.
이후 KAI는 88억달러 상당의 항공기 220여대를 해외에 수출했다. 2022년에는 폴란드와 FA-50 48대 수출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에는 FA-50 18대를 말레이시아에 수출하기도 했다. 올해도 FA-50 추가 수출과 수리온 수주 계약이 예상된다.
KAI는 미래 먹거리도 개발하고 있다. 국산 다목적 수송기다. 프로젝트명은 ‘MC-X’다. 카이는 국내에서는 100여대가, 해외에는 800여대의 수송기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KAI는 경전투기 분야에서 FA-50이 2032년에 10.0%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록히드마틴의 F-16(25.1%)을 추격한다는 목표다.
전문가들은 K-방산 수출 수주잔고와 영업이익 상승에 대한 준비된 계획과 국제정세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안상남 방산진흥회 방산진흥본부장은 “시설·인력·생산기술 삼박자를 갖춘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정세와 맞아떨어져 국내 방산 수출이 늘어났다”면서 “재래식 무기에 이은 차세대 먹거리 무기체계를 개발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외교 안보 상황이 변하면서 우리나라에 방산 수출의 틈새시장이 활짝 열리고 있다"며 “방산 수출 성과를 지속하기 위해서 장기적인 목표와 정책을 세울 때가 됐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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