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 충견은 이재명이 키우는 것 같던데?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이 대표가 신세를 갚는 독특한 방식
개 한 마리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느닷없이 개판을 벌여 놨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공판에 출석하면서 그는 ‘검찰의 애완견’이라며 언론을 작심 비판했다. 그날 진행될 자신의 재판이 아니라 ‘쌍방울 대북 송금 대납’ 사건 판결에 대한 언론의 보도 태도를 공격한 것이다.
검찰의 공소장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공범’으로 적시된 데다 12일엔 ‘제3자 뇌물혐의’ 등으로 기소되기까지 했으니 감정이 없을 수는 없겠다. 그래서 “희대의 조작 사건으로 결국은 밝혀질 것”이라며 해당 재판부에 대해 저주성 비난을 가한 것은 그러려니 할 수 있다(말이 되든 안 되든). 그런데 그는 갑자기 ‘언론’을 향해 ‘검찰의 애완견’이라는 화풀이성 공격을 가했다.
이화영 재판 결과에 충격 너무 컸나
“여러분들은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여러분들이 왜 보호받아야 합니까? 언론 본연의 역할을 벗어난 잘못된 태도들 때문에, 이 나라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진실은 바닷속에 가라앉습니다.”
대단히 모욕적인 비난을, 그는 거침없이 퍼부었다. 언론에 대해 한이 맺혔거나 이화영 재판 결과의 충격이 예사롭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아무리 감정이 북받친다 해도 그렇지,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언론이 이 나라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진실을 바닷속에 가라앉힐 수 있다는 것인가. 검찰의 힘이 얼마나 세기에 언론을 애완견으로 길들일 수 있다고 여기는지 그것도 궁금하다.
예전에는 권력의 주구(走狗), 충견(忠犬)이라는 말을 많이 썼다. 꼭 언론만을 두고 서가 아니라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기관이나 집단을 낮잡아 부르는 표현이었다. 이 대표도 아마 이런 의미로 ‘애완견’을 떠올렸을 듯하다. 애완견은 귀염을 받기는 하지만 주인을 보호하거나 그를 위해 싸우지는 않는다. 검찰에는 애완견이 필요하지 않다. 언론도 검찰이 쓰다듬어 주면 납작 엎드려 꼬리를 흔들 만큼 약하거나 사랑에 굶주린 존재가 아니다. 이 대표가 18일 ‘애완견’에 대해 해명한답시고 ‘학계’까지 들먹였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부 언론의 실재하는 애완견, 경비견 행태를 지적한 것”이라며 “언론 전체에 대한 비판으로 오해하게 했다면 저의 부족함 탓이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학계와 언론계는 물론 국민들도 언론을 ‘워치독’, ‘랩독’ 등으로 표현한다. 보수언론은 물론 JTBC 손석희 앵커도 언급한 용어”라며 “손석희나 보수언론은 말할 수 있어도 이재명은 안 된다거나, 영어인 ‘랩독’은 돼도 한글인 ‘애완견’은 안 된다는 얘긴 설마 아닐 것”이라고 했다.
손 앵커가 그때 언론을 어떻게 분류했는지는 들어보지 못했고 관심도 없다. 그가 무슨 말을 했건, 그의 말을 이 대표가 어떻게 이해했든 워치독(watchdog)과 랩독(lapdog)은 서로 비교 대상으로 쓰이는 용어가 아니다. 워치독은 번견(番犬: 집을 지키거나 망을 보는 개. 경비견. 방범견)으로 그 행동이나 행태에 따른 분류명이다. 랩독은 주인의 무릎에 앉아 귀염을 받는 종류의 개다. 행동이나 역할이 아니라 이용 가치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검찰이 주는 정보만 열심히 왜곡 조작’하는 개가 있다면 그건 애완견이 아니라 주구이거나 충견으로 불려야 한다. 굳이 손 앵커나 학계를 들먹일 필요가 어디 있는가?
이 대표가 신세를 갚는 독특한 방식
예전에 자신에게 석사학위를 준 대학에 대해 “제가 중앙대학교를 졸업했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변호사인데, 어디 이름도 모르는 대학의 석사학위가 필요하겠습니까, 필요 없죠”라고 말했던 사람이 이 대표다(2016년 12월 4일 부산강연회). 그는 자신을 가르쳐 석사학위까지 준 대학에 대해 그처럼 모멸적 언급을 하며 학위를 반납했다고 밝혔었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라는 속담의 전형적인 예다.
김 전 쌍방울 회장에 대한 그의 언사도 인식의 바탕을 같이한다. 이 재판과 관련해서 그는 “국정원 기밀보고서가 맞겠는가 아니면 조폭 출신으로 불법 대부업을 운영하다가 처벌받고 주가 조작하다 처벌받은 부도덕한 사업가(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말이 맞겠는가”라고 따졌다. 문재인 정부 국정원의 보고서는 진실을 담보하지만 김 전 회장의 말은 허위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1심 판결대로라면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 및 그 공범과 이익공동체(대북 송금에 관한 한)였다. 그와 사이가 틀어졌다고 해서, 명색이 제1야당의 대표가 과거의 협력자를 ‘조폭 출신’ ‘대부업자’ ‘주가 조작’ ‘부도덕한 사업가’라고 자근자근 짓밟는 심성이라니!
“내가 천하 사람들을 저버릴지언정, 천하 사람들이 나를 저버리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寧敎我負天下人, 休敎天下人負我 영교아부천하인, 휴교천하인부아).
조조(曹操)가 진궁(陳宮)과 함께 도망가다가 아버지의 의형제 여백사(呂伯奢) 집에 들렀다. 여백사는 술을 받으러 가고 하인들은 부엌에서 돼지를 잡는데 조조가 오해하여 일가족을 몰살했다. 도주 중에 여백사와 마주치자 그마저도 죽여 버렸다. 진궁이 그 불의함을 탓하자 조조가 했다는 말이 그것이다. 민주당 이 대표의 신의에 대한 인식은 어떠할까?
그는 2016년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행한 ‘사이다 발언’이래 국민적 호응을 받는 연설가가 되었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는 그해 12월 3일 광화문 6차 촛불집회의 사전 집회에서 박근혜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연설을 했다. 그 말미에 그는 선동성이 강한 언어를 내질렀다.
“우리의 손으로 그를 잡아 역사 속으로 박정희의 유해 옆으로 보내줍시다, 여러분.”
개 한 마리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이렇게 모진 말을 한 그에게 환호가 쏟아졌고 이후 그는 전국적 대중스타로 부상했다. 그 연설을 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고려했을까? 일방적으로 박 전 대통령을 물어뜯었다면 그는 어떤 종류의 개였을까? 왜 자기들의 입장과 주장은 보도하지 않느냐는 불만의 표출인 것 같은데 언론들도 보도할 것은 다 보도했다. 일부 좌파 언론은 이 전 부지사 쪽 주장을 보도하는 데 더 많은 지면과 화면을 할애하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그런 언론은 ‘이재명의 애완견’인 셈인가.
자신의 언론에 대한 모멸적 공격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여겨지면 ‘죄송하다’고 사과할 일이다. “오해하게 했다면 저의 부족함 탓이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는 것은 무슨 화법인가. 가정적 상황을 전제로 하는 상투적이고 회피적인 말재간이다. 말 잘하기로 소문난 이 대표가 왜 이처럼 엉덩이를 한껏 뒤로 빼는 말장난을 한다는 건가. 그것도 “~했다면 사과한다”는 게 아니라 ‘유감스럽’단다. 그 사람의 ‘유감’을 언론 종사자들이 사과로 여겨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지부터 설명해줄 일이다. 유감(遺憾)의 의미이든 유감(有感)의 의미이든 사과와는 거리가 먼 용어다.
“손가락이 아닌 달을 봐 달라”는 건 또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불가의 법어(法語)까지 끌어다가 자신의 주장이나 입장을 정당화하려는 것은 궤변일 뿐이다. 손가락은 ‘이재명의 혀’라 하고, 달은 무엇이라는 뜻일까? ‘언론은 검찰의 애완견’이라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 그 달은 객관적 진리로 있었던 게 아니라 그의 혀에서 비롯됐다. 혀를 보지 않고서는 달을 알 수 없는 언어 구조다. 그래서 언론 측의 반발과 비난이 쏟아지는 것이다.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이 정권을 장악하는 사태가 생기면 언론 상황이 어떻게 될까? 이야말로 불문가지(不問可知), 시쳇말로 ‘안 봐도 비디오’라고 하겠다.
이 대표는 지금 7개 사건에 11개 혐의로 4개의 재판을 받는 처지다. 한국 이색 정치리더십의 신기원을 여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2심 재판에서 징역 2년 형을 선고받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그 주위를 서성거린다. (아마도) 이들은 검찰과 사법부를 의회 권력으로 압박하면 한국의 법망(法網)쯤은 벗어날 수 있으리라고 믿는 인상이다. 그걸 위해 필요한 입법 조치들에 민주당・조국혁신당이 일로매진하고 있다. 이재명과 조국의 당 안팎 ‘애완견’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일견폐형백견폐성(一犬吠形百犬吠聲: 개 한 마리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수많은 개가 그 소리를 따라 짖는다)이라고 했던가.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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