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판결문 수정, 파기환송 빌미 제공…기여도 다시 따질 가능성" [법조계에 물어보니 431]
법조계 "잘못된 판단이 결론에 영향 미쳤다면 파기될 가능성…다툴 만한 쟁점도 다수"
"SK주식 재산 분할에 포함되는지, 김옥숙 여사의 300억대 비자금 메모 등…대법서 다시 볼 것"
"SK, 항소심 심리 미진 등 지적하면서 '판 뒤집기' 시도할 것…실수 이슈로 대법 관심 끌려는 전략"
최태원 SK 회장이 17일 "항소심이 치명적 오류를 범했다"고 주장한 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최 회장의 기여분과 관련된 판결문 내용 일부를 경정(수정)했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문 경정이 파기환송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면서 SK 주식의 가치를 잘못 산정한 항소심의 판단이 결론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대법원에서 사건을 파기환송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실제로도 기여도 산정 및 위자료 액수 등 다시 다툴 만한 쟁점이 다수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전날 판결 경정(수정) 결정을 내리고 양측에 판결경정 결정 정본을 송달했다. 재판부는 애초 판결문에서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SK C&C의 전신) 가치를 주당 8원,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에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에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이에 따라 1994∼1998년 선대회장 별세까지와 별세 이후 2009년까지 가치 증가분을 비교해 최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회사 가치 상승 기여를 각각 12.5배와 355배로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날 최 회장 측의 주장처럼 1998년 주식 가액이 주당 100원이 아닌 1000원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판결문을 수정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의 기여분은 355배에서 35.6배로 수정했다. 대신 최 선대회장의 기여분은 125배로 늘어나게 됐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 결과까지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 주문까지 수정하지는 않았다. 최 회장 측은 이런 오류로 노 관장에게 분할해야 할 재산을 1조3808억원으로 인정한 항소심의 결과가 잘못됐다며 대법원에서 다투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 기여분이 줄었으니 배우자인 노 관장의 재산분할액도 감소해야 한다는 게 주장의 골자다.
가사사건 전문 김상훈 변호사(법무법인 트리니티)는 "이번 재판부의 판결 경정을 두고 대법원에서 내릴 수 있는 판단은 크게 두 가지다. 만약 항소심 재판부가 SK 주식의 가치를 잘못 판단하고 심리를 해왔다면 기여도 산정 및 결론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파기환송할 수 있고, 단순한 실수일 뿐 결론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본다면 파기하지 않을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대법원에서 파기할 만한 사정들은 충분히 있다. SK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는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의 300억대 비자금 메모 관련 등 다툴 만한 쟁점이 적지 않고 기여도 인정 부분에 대해서도 다시 판단할 만한 부분이 분명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판사 출신 신혜성 변호사(법무법인 존재)는 "이번 판결문 경정은 단순한 계산 오기로 봐야 한다. 실제 재판부에서는 액면분할도 감안해서 기입했지만 주식 가액에서 숫자 '0' 한 자리가 빠져서 내용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며 "이에 항소심은 이 부분이 SK 주식을 공동재산으로 본 수많은 근거 중 하나일 뿐이고 판결의 전체적 흐름이나 결론에 영향이 없다는 취지에서 판결 경정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향후 상고심에서는 파기환송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기여도나 특유재산 인정 여부는 사실 인정, 즉 사실심의 문제인데 법리를 판단하는 법률심인 대법원에서도 분명 건드리고 싶은 내용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번 판결문 경정 이슈가 대법원에게 파기환송의 빌미 내지는 단초를 제공했다고 여겨진다"고 강조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이혼사건은 대법원에서 대부분 심리불속행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 대법원은 법률심인데 이혼사건의 경우 따질 만한 법리가 많지 않아서다"며 "그렇다 보니 SK 입장에서는 항소심의 심리 미진 등 실수를 지적하면서 판을 뒤집어보려고 하는 것 같다. 실제로 특유재산 인정 여부나 기여도 판단, 위자료 액수 등 다퉈볼 만한 부분이 있는 까닭에 실수를 이슈 삼아 대법원의 관심을 끌려는 전략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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