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창조적 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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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살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고립을 경험합니다.
어린 시절에 부모를 잃고 깊은 고립감을 느껴온 사람도 있고 가난 때문에 상대적인 고립감을 경험해 온 사람도 있습니다.
고립은 다른 사람들 혹은 공동체와의 교류가 단절된 상태에서 혼자 따로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뜻합니다.
답답해서 죽을 것 같은 고립감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인생에 대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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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살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고립을 경험합니다. 어린 시절에 부모를 잃고 깊은 고립감을 느껴온 사람도 있고 가난 때문에 상대적인 고립감을 경험해 온 사람도 있습니다. 사랑했던 친구나 연인과 헤어져서 또는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병실에서 고립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모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립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고립은 다른 사람들 혹은 공동체와의 교류가 단절된 상태에서 혼자 따로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뜻합니다. 이런 고립은 누구에게도 즐거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고립은 피해야 할 어둠의 시간도 아니고 속히 벗어나야 할 잘못된 시간도 아닙니다. 오히려 충분한 고립의 시간 혹은 숙성의 시간을 갖지 않으면 설익은 인격과 영성을 가진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고립은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하나님의 창조적 활동입니다.
창세기를 봅시다. 요셉은 고립을 통해 성숙한 믿음을 갖게 됐습니다. 모세도 긴 광야 생활을 통해 자기 백성들을 돌볼 리더십을 길렀습니다. 광야 생활 가운데 하나님의 이적을 일상에서 경험한 엘리야는 바알 제사장들과의 영적 대결에서 넉넉히 승리했습니다. 고라 자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은 470년간 하나님으로부터 잊히고 버림을 받은 듯한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 가혹하고 억울하게 느껴지는 고립이 고라 자손의 시편을 만들어 냈습니다.
“하나님이여 사슴이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함 같이 내 영혼이 주를 찾기에 갈급하니이다.”(시 42:1) “내 반석이신 하나님께 말하기를 어찌하여 나를 잊으셨나이까 내가 어찌하여 원수의 압제로 말미암아 슬프게 다니나이까 하리로다.”(시 42:9) 시편 42편은 고라 자손의 절규입니다. 고라의 자손의 고립은 영혼의 진실함으로 하나님 앞에 홀로 서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들에게 고립은 곧바로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면 쓰러지는 광야의 사슴처럼 영혼의 샘물을 찾아가는 갈급한 시간이었습니다.
고립의 시간은 마음의 근원적 질문을 하나님께 쏟아놓는 시간입니다. 영적 지도자들에겐 고립의 시간이 더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마실 물을 찾기 위해 들판을 헤매는 고립의 시간을 가져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갈급한 사슴의 처지를 이해하고 도울 수 있을까요. 답답해서 죽을 것 같은 고립감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인생에 대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요. 주를 찾기에 갈급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누구를 갈급한 마음으로 주께로 인도할 수 있을까요. 고라 자손의 표현대로 칼이 내 뼈를 찌르는 것 같은 아픔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이 하나님에 대한 절실함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하나님이 우리를 분노와 슬픔의 감정을 가진 존재로 지으셨다면 이런 감정을 갖는 모습은 정당합니다. 하지만 이런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여과없이 쏟아 부으면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고립은 분노와 슬픔을 쏟아낼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상황일 수 있습니다.
고립의 시간은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시간입니다. 처리되지 않은 감정들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린 모두 곤고한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내 심령 속의 불타는 질문을 쏟아내는 고립의 시간을 가져 보시길 권합니다. 하나님은 고립의 장소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우리 모두 주님을 만나 오늘 본문과 동일한 고백을 선포하길 기대합니다.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심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해 하는가. 너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라. 그가 나타나 도우심으로 말미암아 내가 여전히 찬송하리로다.”(시 42:5)
엄주연 교수(한국선교훈련원)
◇엄주연 교수는 미국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대학교(TEDS)와 영국 옥스퍼드선교대학원(OCMS)에서 공부했습니다. 선교 지도자를 양성하는 훈련 공동체인 한국선교훈련원(GMTC)에서 현재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한국선교정책연구소 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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