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러의 위험한 밀착…한반도 정세 악영향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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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만의 푸틴 방북, 무기·기술 비밀거래 우려
스탈린의 길이 아닌 고르바초프의 길을 가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다. 2000년 5월 처음 대통령으로 취임한 그는 불과 두 달 뒤에 러시아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방북했었다. 이번은 무려 24년 만의 두 번째 방북이다. 지난달 집권 5기를 시작하면서 사실상 ‘뉴 차르’에 등극한 푸틴의 방북이 북한을 자극·고무해 한반도 정세와 대한민국 안보에 끼칠 악영향이 무엇보다 우려된다.
푸틴 대통령은 오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2019년 4월과 지난해 9월에 이어 세 번째 만남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재래식 무기가 부족해진 러시아에 북한이 손을 내밀면서 북·러가 급속히 유착하자 국제사회의 큰 우려를 낳았다. 이번 정상회담을 전후해 북·러 사이에 또다시 모종의 비밀 거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는 북한의 재래식 무기 외에도 미사일 등을 대량으로 챙기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인정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에 대한 지지는 물론, 김정은이 제시한 ‘5대 국방과업’을 실현하는 데 절실한 러시아산 첨단 군사기술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북·러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대응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러시아가 탄도미사일 재진입 기술과 핵잠수함 기술 등을 북한에 넘기는 식으로 ‘레드 라인’을 넘는다면 가장 강력하게 대응해야 마땅하다. 올 들어 북·러 당국자들은 ‘새로운 법률적 기초’ 위에 양자관계를 재정립한다는 입장을 공언해 왔다. 오늘 정상회담에서 북·러가 양국 관계를 어떤 수위로 격상할지, 1961년 체결된 북·소 동맹 조약의 ‘유사시 자동개입’ 조항을 되살릴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쌍방 중 일방이 침략당할 경우 군사적으로 자동 개입하는 이 조항은 옛소련 붕괴 이후 1996년 당시 옐친 대통령 시절에 폐기했다. 2000년 7월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 당시 북·러는 ‘신조약’을 체결하면서 자동개입 조항 없이 ‘불가피할 경우 쌍방은 즉각 접촉한다’는 표현만 넣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러는 양국 관계를 기존 ‘선린우호 관계’에서 군사동맹 바로 아래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2~3단계 격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단순히 외교적 수사라면 몰라도, 만약 자동개입 조항을 부활시키면 한·러 관계는 큰 위기를 맞을 것임을 러시아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러시아는 한반도에 큰 영향을 줬다. 스탈린은 김일성의 6·25전쟁을 승인해 한반도를 잿더미로 만들었지만 고르바초프는 탈냉전기에 한·소 수교로 화해·협력 시대를 열었다. 24년 만에 평양에서 하룻밤을 보낸 푸틴 대통령은 스탈린의 길이 아니라 고르바초프의 길에 한·러의 밝은 미래가 있음을 성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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