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첫 기념일 맞는 ‘선원의 날’
1964년 2월 10일 홍콩 풍성선무(豊誠船務)의 룽화(Loong Wha·2700톤급)호에 김기현 선장과 이상래 기관장 등 28명이 승선했다. 한국 해운산업의 개척자로 불리는 왕상은(1920~2019년) 회장이 만든 당시 협성해운이 풍성선무와 선원 송출 계약을 맺으면서 이뤄진 일이었다. 사실상 우리나라 선원의 첫 해외 취업 사례였다.
이후 한국 선원들의 근면·성실함을 확인한 일본과 미국 등의 선사에서 우리 선원을 잇달아 고용하기 시작했다. 우리 선원들도 고된 일과 생명의 위험에도 육상 임금의 3배 이상을 벌 수 있어 외국 선박을 타는 일이 크게 늘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천경해운과 대한해운 등이 창업 초기 선원 송출 사업으로 기틀을 다질 수 있었다. 부산항을 중심으로 선원송출회사를 비롯해 조선산업, 선박수리업, 급유업과 선식 공급업 등이 연쇄적인 성장을 이루며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다.
올해는 우리나라 선원 해외취업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또 지난해 선원법이 개정되면서 매년 6월 셋째 주 금요일을 선원의 날로 정해 정부와 자치단체가 기념식과 관련 행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올해 21일이 첫 기념일이어서 관련 행사들이 선원 주간(15일~21일)에 부산을 중심으로 다채롭게 열리고 있다.
기념일인 21일에는 부산 영도구에 있는 한국해양대학교 대강당에서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이하 선원노련)과 해양수산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선원의 날 기념행사를 한다. 이 자리에서 선원노련이 선원 일자리 확보와 교육·훈련, 근무여건 개선 등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선원노련 역사상 처음 받는 단체상이다.
앞서 19일 오후에는 부산 롯데호텔에서 ‘선원 페스티벌’이 열린다. 전국에 있는 선원 등 500명을 초청해 현장 메시지 상영과 축하공연 등이 이어진다. 20일 오후 중구 영화체험박물관에서는 ‘안전하고 행복한 바다’를 주제로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선원을 위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특강 등을 하는 ‘선원의 날 세미나’도 한다.
선원의 날을 맞아 기념식 등 다양한 행사를 하는 것은 선원들이 우리 사회와 국가에 공헌한 내용을 온 국민이 기억하자는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원들이 우리나라의 산업화 과정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기록하고 정리하는 일이 우선이지만 아직은 이런 부분의 성과가 미미하다. 특히 파독 광부와 간호사 등과 달리 선원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이나 기념관도 없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 취업은 15년 정도 이어졌지만, 선원의 해외 취업은 60년 이상 지속하고 있는데도 그렇다. 기념식이나 행사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선원의 역사와 자료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도 소흘히 해서는 안된다.
위성욱 부산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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