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K리거 양민혁 “나에겐 축구가 수능”

피주영 2024. 6. 1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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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K리그에서 ‘수퍼 루키’로 주목 받는 강원FC 2선 공격수 양민혁. [사진 강원FC]

“고등학생이지만, 형들 못지않게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올 시즌 프로축구 강원 FC 유니폼을 입은 고교생 공격수 양민혁(18)의 당찬 각오다.

최근 강원의 상반기 기세가 무섭다. 강원은 지난 15일 열린 K리그1 17라운드 홈 경기에서 수원FC를 3-1로 꺾었다. 이날 승리로 강원(승점 31)은 리그 5연승을 거두면서 디펜딩 챔피언 울산 HD(승점 32)에 이어 단독 2위로 올라섰다. 강원이 5연승을 기록한 건 2017년 이후 7년 만의 일이다. 10위까지 떨어져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겨우 1부에 잔류했던 지난 시즌에 비하면 놀랄 만한 성적이다.

돌풍의 중심엔 지난해 12월 준프로 계약을 맺고 강원에 입단한 ‘수퍼 루키’ 양민혁이 있다. 2006년생으로 올해 만 18세인 양민혁은 강원 강릉제일고(강원 유스)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오전 8시 30분까지 등교해 일반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 오전 수업이 끝난 오후 12시 30분부터는 차로 15분 거리의 강원 FC 클럽하우스로 이동해 프로 선수들과 함께 오후 훈련을 한다. 그라운드에만 서면 그는 몰라보게 달라진다. 공부와 축구를 병행하는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고 여유 넘치는 플레이로 강원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양민혁은 지난 3월 2일 올 시즌 1라운드인 제주와의 경기에서 17세 10개월 15일의 나이로 출전해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양민혁은 이날 데뷔로 강원 구단의 최연소 데뷔와 공격 포인트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는 이어 지난 3월 10일 2라운드 광주FC전에선 골까지 터뜨렸다. 이날 그는 17세 10개월 23일로 출전했는데 2013년 승강제 시행 이후 K리그 최연소 득점 기록을 세웠다. 양민혁은 또 올 시즌 강원이 치른 17경기에 모두 출전해 5골 3도움을 기록 중이다. ‘미래의 국가대표 에이스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양민혁은 지난 17일 전화 인터뷰에서 “학교 친구들은 대학에 가기 위해 수능 준비에 집중한다. 내겐 축구가 수능이고, 대학이다. 그라운드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원래 공격 포인트 5개만 올리자고 생각했는데 벌써 8개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지금부터는 한계를 두지 않고 최대한 많은 골과 어시스트에 도전하겠다”고 덧붙였다.

신재민 기자

강원 구단은 양민혁의 실력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기로 결정했다. 강원의 김병지 대표이사는 지난 17일 “준프로 신분인 양민혁과 프로 계약을 맺는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양민혁은 지난해 12월 29일 준프로 자격으로 입단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정식 프로 선수가 됐다. 준프로 선수는 월급이 100만원인데 이제 프로 선수가 되면서 계약금도 받고, 연봉도 오른다. 양민혁은 “10대에 프로에 데뷔하기도 쉽지 않고, 경기에 출전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100만원이 적은 금액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면서 “정식으로 프로 계약을 제안한 구단에 감사할 뿐이다. 더 좋은 활약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양민혁의 롤모델은 강원에서 뛰다 지난해 셀틱(스코틀랜드)으로 이적한 양현준과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의 필 포든이다. 그는 두 선수와 같은 등 번호 47번을 달고 그라운드에 나선다. 데뷔하자마자 맹활약을 펼치자 벌써 유럽 진출설까지 흘러나왔다. 학업 문제 등으로 당장은 이적이 성사되긴 어렵지만, 잠재력과 성장세를 고려하면 유럽 진출도 노려볼 만하다.

양민혁 본인도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꿈꾸지만, 지금은 오로지 팬들의 기대에 화답하겠다는 생각뿐이다. 당장의 목표는 영플레이어상(신인상) 수상이다. 양민혁은 “영플레이어상에 욕심이 나지만 팀이 잘돼야 나도 주목을 받을 수 있다. 팀 성적을 올리는 게 가장 큰 목표가 돼야 할 것 같다. 남은 시즌 많은 골로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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