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날 서울선 한·중 회동…“시진핑, 북·러 밀착 경고한 것”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중 외교안보대화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에선 수석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1차관과 이승범 국방부 국제정책관이, 중국에선 쑨웨이둥(孫衛東) 외교부 부부장, 장바오췬(張保群) 중앙군사위 국제군사협력판공실 부주임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평양 북·러 정상회담과 맞물려 더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중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시기를 미리 파악했을 가능성이 큰데도, 한국과 만나는 날짜를 굳이 조정하지 않았다. 그 자체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리는 ‘북·중·러 대(對) 한·미·일’ 구도를 중국이 일부러 흩트리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의 ‘지나친’ 밀착에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모색하고 있는 ‘유사시 자동 개입 조항’의 부활은 무엇보다 중국이 좌시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중국은 1961년 체결한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으로 북한에 유사시 자동 개입을 약속하고 있다.
북한이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와도 상호방위조약을 되살릴 경우 이는 중국의 대북 레버리지가 대폭 약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합법적인 핵국가(러시아)와 불법 핵국가(북한)가 사실상 ‘안보 일체화’를 선언하는 셈이라 동북아 유일의 합법적 핵보유국인 중국의 지위도 위협받는 구도가 형성된다. 중국은 북·러 밀착이 한·미·일 안보 결속을 강화하는 명분으로 작용해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우려한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해 “러시아와 북한이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수준의 긴밀한 군사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까 걱정스럽다”고 보도했다. 당국을 의식해 북한 관련 보도를 삼가는 게 관례인 중국에서 민영매체를 통해 우려를 표명한 배경에는 중국 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북·러의 과도한 밀착을 불편하게 여기는 중국의 속내를 김정은과 푸틴 또한 마냥 무시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푸틴이 김정은에게 줄 ‘선물 보따리’ 수위는 중국이 눈감을 수 있는 선에서 이미 정리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북·러가 중국을 끌어들이려 안간힘을 쓰는 반면 중국은 국제 정세 등을 고려해 그리 호락호락하게 북·러의 편을 들어주지 않고 있다”며 “푸틴의 방북 때문에 모처럼 마련된 한·중 협력의 모멘텀을 그르치지 않겠다는 판단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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