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이닝 8K 무실점으로 키움에 설욕…류현진이 '진짜' 돌아왔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에이스 류현진(37)에게 청주는 '기록의 땅'이다. 그는 2010년 5월 11일 청주 LG 트윈스전에서 9이닝을 홀로 책임지면서 아웃카운트 27개 중 17개를 삼진으로 잡았다. 역대 KBO리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신기록. 다른 투수들이 14년째 넘보지 못하는 위업이자 류현진의 청주구장 마지막 승리였다.
11년간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다 올해 한화로 돌아온 류현진은 18일 다시 청주구장 마운드에 올랐다. 2012년 4월 19일 LG전 이후 12년 만의 청주 등판이었다. 그는 이날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8이닝 동안 공 101개를 던지면서 사사구 없이 안타 5개만 내주고 8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류현진이 8이닝을 책임진 건 올 시즌 처음이자 2012년 9월 6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4303일 만이다.
한화가 3-0으로 승리하면서 류현진은 시즌 5승(4패)도 수확했다. 그가 청주 경기에서 승리 투수가 된 건 '17K'의 그날 이후 5152일 만이다. 류현진은 또 지난 6일 수원 KT 위즈전(6이닝 무실점), 1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6이닝 2실점 무자책점)에 이어 이달 등판한 3경기를 모두 무자책점으로 마쳐 6월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을 이어갔다.
이 경기는 류현진과 키움의 재대결이라 더 관심을 모았다. 그는 지난 4월 5일 고척 키움전에서 4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던지다 5회 집중타를 얻어맞으면서 한꺼번에 9실점 했다. MLB 시절까지 포함해 데뷔 후 한 경기 최다 실점 기록이었다.
류현진은 두 달 여만에 다시 만난 키움을 상대로 완벽한 설욕에 성공했다. 1회를 공 8개 만에 삼자범퇴로 끝내면서 시작하자마자 일사천리로 아웃카운트를 쌓아나갔다. 2회 2사 후 최주환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았지만, 김건희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불씨를 잠재웠다. 3회도 다시 삼자범퇴.
유일한 실점 위기는 4회였다. 로니 도슨에게 유격수 내야안타, 김혜성에게 우전 안타를 내줘 무사 1·2루에 몰렸다. 둘 다 빗맞았는데 운이 따르지 않아 안타가 됐다. 그래도 실점은 하지 않았다. 류현진이 키움 4번 타자 송성문을 삼진으로 솎아내 급한 불을 끄자 한화 포수 최재훈이 1루 주자 김혜성을 기습적인 견제 아웃으로 잡아냈다. 류현진은 다음 타자 이원석을 투수 땅볼로 처리하고 홀가분하게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5~6회를 연속 삼자범퇴로 마친 류현진은 7회 선두 타자 김혜성에게 다시 중전 안타를 내줬다. 무사 1루에서 키움의 베테랑 4~6번 타자를 상대했는데 모두 삼진과 범타로 돌려세웠다. 류현진은 마지막 타자 최주환의 타구가 왼쪽으로 멀리 뻗다가 펜스 앞에서 잡히자 가슴을 쓸어내리며 웃기도 했다.
류현진은 8회 첫 타자 김건희를 삼진, 다음 타자 박수종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낸 뒤 고영우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다. 그는 상황을 체크하러 마운드에 올라온 박승민 투수코치에게 "내가 이닝을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결국 키움 이주형이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류현진의 5구째 직구에 헛스윙했다. 마지막 삼진. 류현진은 그렇게 올 시즌 최고 피칭에 완벽한 마침표를 찍었다.
류현진은 경기 후 "아무래도 상대가 키움이라는 걸 의식했던 것 같다. 일요일(2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등판이 없었다면 9회까지 나왔겠지만, (주 2회 등판이라) 8회까지만 던졌다"면서 "이제 100%의 내 모습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후반기에는 이것보다 더 강한 120%, 130%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활짝 웃었다.
청주=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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