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시대’ TDF…이젠 묻지마 투자 마세요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6. 1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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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TDF 지수 첫선

10조원 규모로 성장한 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이 또 한 번의 변화를 맞는다. 우리나라 시장에 특화한 TDF 벤치마크 지수가 처음 등장해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매경이코노미가 데이터·알고리즘 기반 라이프·은퇴설계 서비스 기업 아이랩과 손잡고 공동 개발한 ‘MK-Glide TDF 지수’다. 지수 출시로 금융사별 실력을 명확히 판가름할 수 있어, 수익률 경쟁이 고조될 전망이다. 자연스레 상품 경쟁력 또한 강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매경이코노미·아이랩 공동 개발

韓 시장 특성 정교하게 반영

국내 TDF 시장은 10조원 시대를 목전에 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6월 12일 기준 TDF 설정액은 9조609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 8조5746억원과 비교하면 올 들어 1조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TDF 설정액이 연간 3941억원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증가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TDF는 안정적인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 투자하는 금융 상품이다. 투자자가 설정한 은퇴 예상 연도를 목표 시점(빈티지)으로 잡은 뒤, 펀드매니저가 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한다. 투자자 생애주기에 맞춰 주기적으로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정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투자자 연령과 은퇴 시기에 따라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이 알아서 조정되기 때문에 효율적인 자산관리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청년기에는 성장주와 고수익 채권 등에 자산을 집중해 수익률을 높이고, 은퇴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배당주나 국채 비중을 늘려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식이다.

이 같은 TDF 투자 매력이 부각되며 시장은 점차 커지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투자자가 상품별 경쟁력을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MK-Glide TDF 지수 출시로 상품 경쟁력을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잣대가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이 지수는 한국 은퇴 시장에 특화한 TDF 성과를 가중치별로 정교하게 반영했다는 점에서 해외 사업자가 산출한 기존 TDF 지수와 구분된다. 투자자는 한국인 생애주기별 은퇴 포트폴리오의 평균적인 모델을 살펴볼 수 있고, 이 지수를 기반으로 퇴직연금 TDF 포트폴리오를 직접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운용사 간 수익률 경쟁을 통한 상품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에는 TDF를 비교할 마땅한 기준이 없어 투자자가 상품을 선택하기 어려웠다”며 “지수 개발로 상품별 객관적 비교는 물론, 상품 보완까지 이어질 수 있어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ETF 등 다양한 상품 개발에 있어 한국형 지수의 등장은 TDF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운용사뿐 아니라 투자자 입장에서도 한국형 지수 개발은 중요한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운용사 실력 검증 가능해져

한투·NH아문디 성과 두각

이번 MK-Glide TDF 지수 개발로 운용업계에 긴장감이 감돈다. 투자자들이 TDF 수익률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생겼기 때문이다.

MK-Glide TDF 지수와 비교하면 한국투자신탁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두 운용사 상품은 대부분 빈티지에서 준수한 수익률을 보였다. MK-Glide TDF 지수는 지난 4월 1일을 기준점으로 하는데, 5월 말까지 2030·2035·2040빈티지에서 NH아문디자산운용의 ‘NH-Amundi하나로TDF’가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2045·2050빈티지에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 성과가 가장 좋았다. 그 외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신영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교보악사자산운용·신한자산운용·삼성자산운용이 대부분 빈티지에서 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2040·2045·2050빈티지에서는 IBK자산운용·키움투자자산운용·한화자산운용도 지수 대비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5월에는 운용사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5월 한 달 수익률만 비교하면 2030빈티지에서 KB자산운용과 유진자산운용 수익률도 지수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악사자산운용·신영자산운용도 2030·2040빈티지에서 나란히 2~3위에 오르며 기존 상위권에 있던 대형사들을 앞질렀다.

연초 이후 수익률을 보면 KCGI자산운용 성과도 두드러진다. 올해 1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KCGI자산운용의 ‘KCGI프리덤TDF’는 2030·2035·2045빈티지에서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2030·2035빈티지에서 10%의 수익률을, 2045빈티지에서 1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2030·2035빈티지에서 10% 이상의 수익률을 거둔 운용사는 KCGI자산운용이 유일하다. 2045빈티지에서도 10% 이상의 수익률을 보인 운용사는 KCGI를 포함해 미래에셋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NH아문디자산운용 등 4곳에 불과하다. ‘강성부 펀드’ 색채가 강했던 KCGI자산운용이 TDF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며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는 평가다.

이처럼 TDF 시장이 커지면서 운용사 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품별 수익률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지수가 생겨, 상품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주닐슨 아이랩 대표는 “다수 운용사가 TDF 상품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운용사 간 실력이 직접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운용사는 TDF 상품 경쟁력 강화에 더욱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지수 개발로 TDF 운용수수료와 판매수수료를 절감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MK-Glide TDF 지수는 지난 4월 1일을 기준점으로 하며, 2030·2035· 2040·2045·2050 등 빈티지별 하위 지수(sub-index)로 이뤄진다. 하위 지수는 빈티지별 여러 펀드로 구성된다. 펀드별 자산·빈티지 구분은 금융투자협회와 금융감독원 자료를 기반으로 한다. 지수는 매달 산출되지만, 구성 비중과 자산은 1년 주기로 매년 2월 결정된다.

인터뷰 | 서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솔루션운용부 부서장
“일부 빈티지 아닌 고른 성과 주목해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수 기준점인 4월 1일 이후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운용사다. 4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2030부터 2050까지 모든 빈티지에서 수익률 3위권에 진입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TDF 상품을 운용하는 서재영 솔루션운용부 부서장을 만나 투자자를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Q. 투자자가 TDF에 투자할 때 어떤 상품을 골라야 하나.

A. 변동성이 낮으면서도 중간 이상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는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둘 중 하나만 기준으로 잡는다면, 모두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TDF의 가장 큰 미덕은 장기적인 시각으로 대응하면서도 중간 이상 성과를 낸다는 점이다. 빈티지별 수익률이 일관성 있을수록 좋은 상품이며, 비용이 낮은 펀드를 선택하는 편이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Q. 단기 수익률이 저조하면 불안하지 않나.

A. TDF를 운용하는 매니저는 단기 성과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운용업계 최초로 장기자본시장가정(LTCMA)을 수립해 매니저가 단기 시장 변동에 흔들리지 않도록 보호 장치를 뒀다. 실제로 단기 성과에 흔들려 매니저가 바뀌는 운용사가 많다. 매니저가 바뀌면 안정적인 운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투자자에게도 좋지 않다. 투자자 또한 일시적인 수익률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우월한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Q. 앞으로 TDF 시장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나.

A. 장기적으로 TDF 시장 경쟁은 과열될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투자자에게 신뢰받는 운용사가 TDF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시장 초기에는 옥석이 가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4호 (2024.06.19~2024.06.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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