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업고 튀어…티빙, 넷플릭스를 넘다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6. 18.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토종 OTT의 역습

CJ ENM이 운영하는 토종 OTT 티빙의 기세가 심상찮다. 일일 시청 시간, 1인당 평균 시청 시간에서 넷플릭스를 제쳤다. 한때 절반에 그쳤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70% 수준까지 올라섰다. 넷플릭스는 물론 디즈니+, 쿠팡플레이, 웨이브 등 경쟁자에 밀려 주춤하던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티빙의 선전에는 ‘콘텐츠 파워’가 자리 잡는다. 올해 상반기 최대 화제작 ‘눈물의 여왕’과 ‘선재 업고 튀어’의 활약에 힘입어 시청자 수가 급증했다. 시청 시간은 프로야구 인터넷 중계 덕을 톡톡히 봤다. 프로야구 실시간 중계를 시청하는 인원이 티빙으로 몰리면서 일일 시청 시간이 대폭 늘었다.

‘선재 업고 튀어’는 2024년 상반기 최대 화제작이었다. 티빙의 사용자 수 확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CJ ENM 제공)
넷플릭스 죽어도 못 잡는다더니

제대로 만든 콘텐츠 내세워 역전

티빙의 선전은 각종 지표로 나타난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은 5월 28일 넷플릭스의 일일 사용 시간을 뛰어넘었다. 이날 티빙 총 사용 시간은 250만10시간, 넷플릭스는 240만8179시간으로 집계됐다. 티빙이 넷플릭스를 제치고 OTT 일일 시청 시간 1위를 기록한 것. 사상 처음이다. 해당 날짜는 올해 상반기 최고 화제작 중 하나인 ‘선재 업고 튀어’의 마지막 회가 나온 날이다. 드라마 주력 시청층이 집결하면서 넷플릭스 시청 시간을 티빙이 넘어선 것으로 풀이된다.

1인당 평균 사용 시간도 넷플릭스를 앞질렀다. 1월만 해도 1인당 월별 평균 사용 시간은 넷플릭스가 511시간, 티빙이 507시간으로 밀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가 나타났다. 넷플릭스는 2월부터 월평균 사용 시간이 400시간대로 주저앉았다. 5월에도 426시간에 그쳤다. 반면 티빙은 꾸준히 500시간을 넘겼다. 5월 월평균 사용 시간은 529시간으로 올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넷플릭스 시청 시간이 하락할 때, 티빙은 우상향곡선을 탄 셈이다.

한 달 동안 앱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지 기록하는 지표인 MAU 격차는 확 줄었다. 2024년 초 두 앱의 MAU 차이는 600만명이 넘었다. 5월에는 티빙 731만3279명, 넷플릭스 1118만3916명으로 격차가 387만명으로 감소했다.

OTT업계 내부에선 티빙의 활약이 ‘예상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토종 OTT 사이에서 넘을 수 없는 벽처럼 여겨졌다. 게다가 티빙은 지난해까지 시청자 유입량과 사용 시간이 줄어 하락세에 접어든 OTT였다. 넷플릭스는 물론 토종 후발 주자인 쿠팡플레이에도 밀렸다. 2023년 넷플릭스는 ‘마스크걸’ ‘더 글로리’ 등 드라마가 연달아 성공을 거두며 다른 OTT와의 격차를 벌렸다. 쿠팡플레이는 토트넘 홋스퍼 방한 등 각종 스포츠 이벤트와 쿠팡 앱과의 연계를 앞세워 치고 나갔다. 둘에 밀린 티빙은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웨이브, 디즈니+와 힘겨운 경쟁을 벌였다.

해가 지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무엇보다 티빙의 과감한 투자가 성공했다는 평가다. 티빙은 프로야구 뉴미디어 3년 중계권을 1350억원에 사들였다. 해당 중계권은 인터넷, SNS 등에 프로야구 경기를 독점적으로 내보낼 수 있는 권한이다. 오랜 기간 인터넷 중계를 맡아온 네이버의 재선정이 유력했으나, 티빙이 역대급 금액을 제시하며 판을 뒤집었다. 야구 중계는 스포츠 팬의 반발 등 초반 어려움을 딛고 티빙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야구 리그가 개막한 3월, 티빙 사용자가 전월 대비 30%가량 늘었다. 현재도 티빙 라이브 콘텐츠의 사용자 대다수가 야구 중계를 보는 시청자다.

여기에 더해 상반기 흥행 콘텐츠가 쏟아졌다. ‘눈물의 여왕’ ‘선재 업고 튀어’ 등 올해 상반기 최대 히트작이 모두 티빙을 통해 송출됐다. 김지원, 김수현 주연의 눈물의 여왕은 시청률 24.7%를 기록, 티빙의 사용자 유입을 이끌었다. 김혜윤, 변우석 주연의 ‘선재 업고 튀어’는 2030 여성 시청자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뜨거운 인기를 끌었다. 방영하는 기간 내내 5주 연속 화제성 1위에 등극, 티빙 사용자 증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티빙이 넷플릭스의 일일 사용 시간을 처음 제친 날도, ‘선재 업고 튀어’의 마지막 방송 날이었다.

지속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웨이브와의 합병으로 ‘스텝업’?

티빙의 인기가 치솟고 있지만, 업계는 현재 인기가 지속되기는 힘들다고 내다본다. 토종 OTT의 구조적인 한계 때문이다.

우선, 콘텐츠가 인기를 끌 때 잠시 사용자가 몰리고, 그 이후로는 다시 사용자가 빠지는 OTT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현재의 인기는 티빙 자체 앱이 아닌, 일부 콘텐츠의 인기다. 즉, ‘눈물의 여왕’과 ‘선재 업고 튀어’ 그리고 프로야구 중계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두 드라마와 야구 중계를 빼고 나면 시청자 유입을 이끄는 콘텐츠는 없다시피 하다. 결국, 지금의 인기를 유지하려면 수준급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내야만 한다. 다만, 티빙이라도 매번 흥행 대박에 가까운 콘텐츠를 선보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 꾸준히 생중계 시청자 유입을 이끄는 프로야구 중계는 2026년까지만 가능하다. 2027년부터는 중계권 재입찰에 나서야 한다. 기존에 뉴미디어 중계를 진행했던 네이버·카카오와 SKT와 KT 등 통신사는 뉴미디어 중계권 재탈환을 벼르고 있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한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부족한 자본력이다. OTT 사용자를 붙잡으려면 인기 콘텐츠를 계속 선보여야 한다. 이는 곧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티빙과 모회사인 CJ ENM이 국내 업체 중에선 자본력이 탄탄한 편에 속하지만, 해외 대형 OTT에 비하면 규모가 작다. 재무 구조도 부담이다. 현재 티빙은 매출 성장폭만큼 영업적자가 커지고 있다. 2021년 매출 1315억원, 영업손실 762억원을 기록한 뒤, 2023년에는 매출 3264억원, 영업손실 1419억원을 거뒀다. 외형이 커지면서 손실도 증가했다. 여기에 2024년부터 2027년까지 프로야구 중계권료로 매년 450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추가 투자는 곧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 해외 OTT가 자본력으로 밀어붙인다면 티빙으로서는 상대하기 버겁다.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OTT 웨이브와의 합병이 중요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2023년, CJ ENM과 SK스퀘어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해외 OTT에 대항할 만한 대형 토종 OTT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두 서비스가 합쳐지면 발생하는 시너지는 상당하다. 사용자 수·콘텐츠 양 모두 증가한다. 2024년 5월 기준 티빙의 MAU는 731만명, 웨이브는 425만명이다. 합치면 MAU가 1156만명에 달한다. 이는 MAU가 가장 많은 넷플릭스(1118만명)를 뛰어넘는 수치다. 콘텐츠 공급도 수월해진다. CJ ENM과 종합편성채널은 물론, 지상파 3사, 통신사 콘텐츠까지 확보하게 된다. 티빙을 오랜 시간 괴롭혔던 ‘콘텐츠 부족’이라는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 합병의 경우 CJ ENM과 SK스퀘어 외에도 이해관계자가 많다. 조율해야 할 과제가 많아 시간은 다소 오래 걸릴 전망이다. 상승세를 타는 티빙보다는, SK스퀘어의 포트폴리오 정리 등 문제가 걸린 웨이브가 더 초조한 게 현실이다. 현재 합병비율 등 대다수 조건이 티빙 측에 유리한 것으로 안다. 웨이브와 합병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한 단계 ‘스텝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4호 (2024.06.19~2024.06.25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