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도 놀란 재판장∙최태원 장외공방전...“영향 없다” “의문 남아”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과 이혼 소송 2심 재판부가 ‘1조 3808억 재산분할’ 선고를 놓고 이틀에 걸친 장외공방을 벌였다. 당사자의 반박 회견에 재판부가 입장문을 내고 법정 밖에서 맞대응하는 모습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중간 수정, 재산분할 영향 없어” vs.“치명적 오류, 파기 사유”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 김시철)는 18일 A4 용지 4페이지 분량의 ‘판결 경정(수정)에 관한 설명’ 자료를 내고 “최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혼인한 1988년부터 2024년 4월까지 최 회장 부친에서 최 회장으로 계속 이어지는 경영활동에 관하여 ‘중간단계’의 사실관계에 관한 계산오류 등을 수정하는 것은 구체적인 재산 분할비율 등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전날 최 회장 측이 “2심 판결의 치명적 오류이자 파기 사유”라며 SK㈜ 주식(2조 760억원, 1297만주)의 뿌리 격인 과거 1998년 대한텔레콤(현 SK C&C) 주식 가치 1000원을 100원으로 10분의 1로 축소 산정한 오류를 지적하자 3시간 뒤 재판부는 해당 부분만 판결문 상에서 경정(수정)했다. 이에 따라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가치 상승 기여도는 기존 12.5배→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도는 355배→35.6배로 함께 고쳤다.
이후 최 회장 측이 “일개 숫자 오기가 아니라, 이 계산오류가 재산분할 범위와 비율 판단의 주요 근거가 된 만큼 단순 경정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며 이혼소송에 대한 상고 뿐 아니라 경정 자체에 대한 항고 방침을 밝혔다. 이에 2심 재판부가 하루만에 ‘지엽적 대목에서의 계산 실수’라는 취지의 입장문을 내며 맞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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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SK 주가가 최종 기준” vs. “추가로 고칠거냐”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에 없던 ‘새로운 비교 기준’인 2024년 4월 재산분할 당시 SK㈜ 주식 가치(주당 16만원)를 끌어와 최 회장 측 기여도를 1998년 대한텔레콤 주가(1000원) 대비 ‘160배’로 재산정했다. 재판부는 “2009년 11월 SK 주식의 중간 형태인 SK C&C 주가 3만5650원(1998년 대비 약 35.6배 가치상승)은 최종적인 비교 대상 내지 기준가격이 아니다”며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주식 가치 상승을 비교하려면 ‘125배 : 35.6배’가 아닌 2024년 SK 주가를 기준으로 ‘125배 : 160배’를 비교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4년 기준으로 최 회장은 여전히 ‘승계상속형’ 사업가가 아니라 ‘자수성가형’에 가깝다는 취지다.
이 외에도 재판부는 “부친(고 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롯해 노 관장 측이 재산분할 기준 시점인 2024년 4월까지 최 회장뿐 아니라 최 회장 부친의 경영 활동에 대해서도 계속적으로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는 것이 항소심 판단 내용의 요지”라고 강조했다. 노 관장에게 1조 3808억 재산분할을 선고한 데는 ▶노 전 대통령이 선대회장 및 최 회장의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를 한 것이 인정되고 ▶재산분할 비율 등 산정 과정에서 노 관장 측의 기여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라고 했다.
그러자 최 회장 측도 입장문을 내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재반박했다. 최 회장 측은 “재판부가 기존 판결문에서는 1998년부터 2009년까지 대한텔레콤 주가가 35.5배 상승한 것으로 분석하더니 이번 설명자료에서는 1998년부터 2024년 4월까지 대한텔레콤 주가가 160배 증가한 것으로 기술했다”면서 “판결문을 추가로 수정할 것인지 궁금하며 이에 대한 재판부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실질적 혼인 관계가 2019년에 파탄이 났다고 판시한 바 있는데 2024년까지 연장해 기여도를 다시 산정한 이유도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류 정정 전 12.5배 : 355배를 기초로 판단했던 것을 125배 : 160배로 변경하였음에도 판결에 영향이 없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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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내부도 “부적절…대법원 판단에 예단 주는 행위”
법원 내부에선 “담당 재판부가 당사자와 장외 공방을 벌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란 반응이 나왔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판결로만 말하는 게 판사”라며 “당사자의 재판 불복에 재판장이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최 회장 측이 경정 조치에 대한 항고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스스로 이 경정 행위가 적절했는지까지 항변하는 것은 이후 대법원 판단에 예단을 주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서울고법 가사2부 재판장인 김시철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이 사건 항소심 선고 당일 판결 요지를 1시간에 걸쳐 설명하고, 최 회장의 ‘판결문 공개 금지’ 요청을 거부하는 등 통상 ‘프라이버시’를 우선하는 가사사건 재판장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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