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인 비율 높지만 무속신앙 의존도 높다

조승현 2024. 6. 1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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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서치센터, 한국 일본 홍콩 대만 베트남 등
동아시아 문화권 5개국 조사 결과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일본 홍콩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 5개국 가운데 한국의 무종교인의 비율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2%로 절반을 넘었다. 기독교인 비율은 32%로 5개국 가운데 1위였다. 한국인은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최소 한 달에 한 번 이상 생각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52%로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세계적 비영리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지난해 6월 2일부터 9월 17일까지 한국 일본 홍콩 대만 베트남 등 5개국에서 만 18세 이상 성인 10390명의 종교와 영성에 대한 조사를 시행해 지난 17일(현지시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엔 한국인 2104명을 비롯해 일본인 1742명, 홍콩인 2012명, 대만인 2277명, 베트남인 2255명이 포함됐다.

한국은 5개국 가운데 기독교인의 비율(32%)이 가장 높은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20%) 베트남(10%) 대만(7%) 일본(2%)이 잇따랐다. 이와 동시에 무종교인의 비율 역시 한국이 두 번째로 높은 국가(52%)인 것으로 조사됐다. 홍콩(61%)이 가장 높았고, 이어 베트남(48%) 일본(42%) 대만(27%) 순이었다.

한국은 삶의 의미·목적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는 국가인 것으로도 조사됐다. 응답자 중 52%가 ‘최소 한 달에 한 번 이상 삶의 의미 및 목적에 대해 생각한다’고 답했고, 37%는 ‘가끔 생각한다’, 10%만이 ‘전혀 생각 않는다’고 응답했다. ‘최소 한 달에 한 번 이상…’ 응답은 베트남(42%) 일본(30%) 대만(29%) 홍콩(20%) 순이어서 한국이 이들 국가보다 10% 포인트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와 영성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기독교 신자들이 다른 종교인보다 삶의 의미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기독교인 중 62%가 ‘한 달에 한 번 이상…’이라고 답변했지만, 불교도와 무종교인은 각각 50%와 47%에 그쳤다.

유교 불교 도교 문화가 뿌리 깊은 아시아 5개국 현실상 제사를 지내거나 타로 혹은 점을 본다고 응답한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지난 1년간 제사를 지낸 적이 있다’ 항목에 베트남 86%, 대만 77%, 일본 70%, 한국 52%, 홍콩 48% 순으로 답했다. 기독교인 비율이 높은 한국과 홍콩이 비교적 낮게 나온 것인데, 그럼에도 한국 기독교인의 33%는 제사를 지낸 적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국 기독교인 30%는 ‘지난 1년간 타로·점을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국내 불교인(50%) 및 무종교인(39%)에 비교해 낮은 응답률이지만 대만 홍콩 베트남의 기독교인은 각각 3%의 응답률을 기록해 한국이 유독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타로나 점을 보는 행위가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영훈 성결대 문화선교학과 교수는 “점이나 사주 등 주술에 의존하는 인구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며 크리스천도 예외가 아니다”라면서 “점을 본다고 해서 꼭 모두가 주술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타로 등이 현대 크리스천들에게 일종의 문화처럼 다가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세속화 시대에 들어서며 종교 역시 세속화 시대에 맞는 종교로 탈바꿈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종교사회학 교수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삶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한국사회 현실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드라마 ‘도깨비’ 등 문화에 의해 영향을 받아 재미 삼아 점을 보는 예도 있는 한편, 삶의 불안함과 불확실성,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무속에 의지하려는 예도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점술가에게 돈을 내고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상담하는 것이 심리상담을 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가 있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있기도 하다”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좇아 무속에 의존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져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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