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멈추는 상황 오더라도…” 병원 닫고 거리 나온 의사들
주최 측 추산 4만여명 여의도공원에 운집
의협 “정부, 3대 요구안 받지 않으면 오는 27일 무기한 휴진”
의사들이 병원 문을 닫고 거리로 나왔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 무기한 휴진에 나서겠다고도 선언했다.
대한의사협회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올라 무더운 날씨에도 전국에선 5만여명, 여의도에는 4만여명(주최 측 추산)이 운집했다. 정부가 이날 집단휴진에 참여할 경우, 의대 교수들에겐 구상권을 청구하고 개원의에겐 공정거래법 위반 적용을 검토한다고 경고했음에도 4만여명이 여의도로 모인 것이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평일 이 뜨거운 날씨에 정부의 폭거에 맞서 대한민국 의료를 바로 세우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준 의사회원, 전공의, 의대생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의협은 폭압적인 정부가 전공의를 포함한 의사들을 전문가로,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존재로 대우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며 집회 시작을 알렸다.
사회를 맡은 최안나 의협 총무이사 겸 대변인은 “의협이 주축이 돼 전 의료계가 모두 하나로 뭉쳐 정부의 의료농단을 저지하고 대한민국 의료를 되살리기 위한 우리의 굳은 의지와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총궐기대회를 열었다”며 “많은 분들이 오늘 하루 휴진하고 이 자리에 와계신다. 의료는 물론이고 나라를 구하겠다는 마음으로 모였다”고 말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도 “뙤약볕 아래에서 죽어가는 대한민국의 의료를 살리고자 외치고 있는 우리 의사들에게 구상권 청구 등으로 겁박하고 폭력으로 억압하고 있다. 오늘 오전 9시에도 진료개시명령이라는 근거 없는 명령을 내리며 겁박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우리 14만 의사들은 꺼져가고 있는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다시 살리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고 외쳤다.
“의대 증원, 절대 의료개혁 될 수 없다…필수의료 못 살려”
이 자리에 모인 의사들은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필수·지역의료 공백이 해소되지 않으며 오히려 의료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오로지 낙수효과만 바라며 시작된 의대 정원 증가는 절대 의료개혁이 될 수 없다”며 “의대 정원 폭증은 부실교육만 양상할 뿐이다. 게다가 그동안 겨우 유지되던 필수의료과들은 완전히 기피과로 낙인찍혔다. 결과적으로 의료공백 주체인 우리 모두를 현장에서 떠나게 만들며 의료공백을 장기화시켜 버렸다”고 주장했다.
의대 교수들도 목소리를 보탰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은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가 클 것으로 생각한다. 정말 죄송하다”면서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의료개혁의 문제점을 국민들게 알리고 투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모였음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의대 정원 증원은 절대 필수의료를 살릴 수 없음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과학적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이를 외면하고 도외시하며 의료농단을 의료개혁이라는 허울뿐인 이름으로 둔갑시켜 국민을 호도하는 정부에 강력한 저항의 뜻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안석균 연세대 의대 전국의과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도 “그간 현 의료사태에 대해 직접적으로 참여하기보단 정부의 해결을 기다리며 묵묵히 기관을 지키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제 정부만 믿고는 더 이상 나아질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경이 됐다”며 “정부의 무도하고 일방적 정책 추진에 제동을 걸고자 이 자리에 나왔다”고 호소했다.
의대 증원으로 인해 건강보험료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단국대 의대 교수)은 “우리 사회는 곧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출생률은 훨씬 가파르게 떨어졌다. 그냥 내버려 두어도 2050년 무렵이면 젊은 세대의 건보료 부담은 2배로 뛸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급격한 의대 증원은 급격한 국민 의료비 증가를 야기한다. 이는 미래 세대에 엄청난 부담과 좌절을 안겨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대생 자녀와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자녀가 있다고 밝힌 한 참가자는 “정부는 저희 자녀들에게 1학기가 다 지나도록 휴학 승인도 안 해주고 유급도 안 시킨다며 돌아오라고 협박하고 있다. 제대로 된 학습권을 보장 받고 실력있는 의사가 되고자 함이 욕심인가”라며 “하루빨리 저희 아이들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의대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돌입
의협은 이날 정부가 3대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폐회사를 통해 “우리나라 의료 수준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의대 정원 증원, 의료농단 패키지 강요, 전공의와 의대생들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즉각 멈춰줄 것을 요구한다”며 “의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를 향해 ‘3대 대정부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이날 총파업에 이어 오는 27일 무기한 휴진에 나선다고 재차 예고한 것이다. 의협은 지난 16일에도 △의대 정원 증원안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사안 수정·보완 △전공의·의대생 관련 행정명령⋅처분 소급 취소 등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18일 휴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최안나 의협 총무이사 겸 대변인은 이날 집회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저희도 휴진 안 하고 싶다. 빨리 끝내달라는 마지막 호소”라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기 전에 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지만 정부가 지금처럼 협박만 한다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27일부터 휴진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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