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진 노란봉투법…"파업 손해배상 청구 제한, 배달라이더도 단결권 보장"
범야권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으로 무산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재추진에 나섰다. 쟁의행위에 따른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범위를 크게 좁히고, 배달라이더 등 특수고용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 등도 노조에 가입하고 파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더욱 강력한 내용이 담겼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22대 국회에 야권에서 발의된 노란봉투법은 총 3건이다. 노란봉투법은 기본적으로 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행위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21대 국회에서도 한 차례 야당 주도로 한 차례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산업 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이번 22대 국회에서 새롭게 발의된 노란봉투법들은 보다 강한 내용이 담겼다.
우선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지난 17일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진보당 윤종오 의원과 공동 대표발의한 노란봉투법은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 범위를 보다 세세하게 규정했다. 법안은 헌법에 의한 단체교섭·쟁의행위로 손해를 입어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노무제공 거부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쟁의행위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등 불법행위로 발생한 경우, 노조 존립이 불가능하게 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배상 청구를 허용하지 않는다.
노조법상 근로자의 범위도 크게 넓혔다. ‘근로자가 아닌 자가 가입할 경우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현행 규정을 삭제해 특수고용노동자와 플랫폼노동자도 단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했다. 해고자도 노조에서 활동할 수 있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21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 내용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당시 노란봉투법에서) 근로자 정의는 전혀 개정되지 않았고, 손해배상 책임 면책 조항들이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10일 발의된 민주당 김태선 의원안은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폭력 또는 손괴 행위 등을 동반한 쟁의행위에 대해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만일 ‘노조의 결의에 따른 경우’라면 노조 임원과 조합원 등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재산을 압류할 수 없다. 폭력 행위가 있었더라도 위원장 등 개인이 아닌 노조 조직 자체에 대해서만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마저도 노조의 존립과 활동에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게 배상액에 상한을 두도록 규정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불법 파업에도 면책을 주는 조항이라고 보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노조는 민법상 사단법인 등기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기본적인 재산이 거의 없는 경우도 대부분”이라며 “폭력적인 쟁의행의를 주도한 위원장 등 노조 임원이 아닌, 배상 능력 자체가 제한적인 노조에만 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의 면책 효과와 다름이 없다”고 밝혔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노조가 파업 과정에서 파괴 행위를 저질러도 법적으로 막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랜 기간 노란봉투법 통과를 요구해온 노동계에선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조법 개정안이 최우선으로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노동자와 시민은 거리에서 윤 대통령을 거부하는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영계는 우려를 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명을 통해 “법안대로면 자영업자의 담합행위도 노조법상 단체행동으로 보호받게 되는 등 시장 질서가 심각하게 교란될 것”이라며 “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사실상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어 불법파업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해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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