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애 원장의 미용 에세이] 임초리에서 9

전병선 2024. 6. 1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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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둘이나 되시면서 목사님은 나를 양딸을 삼고 싶다고 하셨다.

그 당시 평안교회 안에 성경고등학교를 설립하셨는데 목사님은 나를 미국으로 보내어 공부시키고 싶다고 하셨다.

목사님은 내 아버지께 나에 대한 칭찬과 간절한 마음을 담아 딸을 미국까지 보내 공부시키고 싶으니 허락해 달라고 편지를 보내셨다.

먼저 어린 딸의 됨됨이와 조행머리에 대한 목사님의 과찬에 감사하다는 내용을 서두로 시작해 아들이 일곱이나 되지만 그 아들 일곱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딸이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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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둘이나 되시면서 목사님은 나를 양딸을 삼고 싶다고 하셨다. 그 당시 평안교회 안에 성경고등학교를 설립하셨는데 목사님은 나를 미국으로 보내어 공부시키고 싶다고 하셨다. 목사님은 아버지의 주소를 알려 달라고 하셨다. 목사님은 내 아버지께 나에 대한 칭찬과 간절한 마음을 담아 딸을 미국까지 보내 공부시키고 싶으니 허락해 달라고 편지를 보내셨다.

열흘 만에 아버지는 목사님에게 답장을 보내셨다. 먼저 어린 딸의 됨됨이와 조행머리에 대한 목사님의 과찬에 감사하다는 내용을 서두로 시작해 아들이 일곱이나 되지만 그 아들 일곱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딸이라고 하셨다. 파란만장한 인생 여정을 딸 하나 얻은 것이 행복이었고 당신의 삶에 유일한 보람이라고 하셨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유창한 필체로 목사님의 청을 거절하셨는데, 딸에 대한 애정 표시를 열 아들과 안 바꾸겠다고 하셨다며 머리가 띵할 정도로 따끔했다고 했다.

목사님은 국애 아버지께 몽둥이를 맞은 것 같다고 하셨다. 우리 국애는 참 귀한 소녀라고 하시며 날 유난히 사랑하신다고 하셨다. 딸 하나 얻으려는 열망으로 태중에 있는 아이를 위해 시까지 지었다고 했다. 뱃속에 있는 아이가 딸이라는 확신도 없었을텐데 말이다.

목사님은 암튼 국애가 다시 찾아와 주어 고맙다고 했다. 목사님 가족들이 나를 자주 추억하였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내 손을 꼭 잡아 주셨다. “기독교 교육과에 지망하간? 우리 국애는 당연히 특차야, 간단한 영어시험과 성경에 대한 시험은 자신 있갔디.” 북한 말씨는 변함이 없으셨다.

감사하게도 교수님들의 인정을 받고 칼빈신학대학교 기독교 교육과에 입학하는 행운을 얻었다. 입학식에는 한경직 목사님을 비롯해 우리나라 대한예수교장로회 원로 목사님들과 총회신학교 교수님들이 거의 다 참석하셨다.

5시 반에 시작하는 수업을 맞추기 어려워 명동으로 직장을 옮겼으나 오후가 되면 미용실은 가장 바쁜 시간이었다. 하루 한 끼로 허기를 채우며 저녁 수업을 마치는 날이면 주변에 중국집에 친구들이 함께 들어갈 때마다 식대를 내가 낼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생활고에 시달리는 어려운 학생들뿐이었다.

내게 부담 주지 않으려 한 그릇으로 서로 나누어 먹겠다는 친구들이 안타까웠다. 강의실에서는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성경을 읽으면서 유아원 원장의 꿈도 싹트고 있었으며 맥아더 장군이 남긴 기도문이 얼마나 위대한 고백인지도 거듭 느껴졌다.

교육원리와 프로이트의 발달 심리학 등, 서구 사회 아동기의 성장과 변화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내가 가는 길과 전혀 다른 길이었으나 내가 갈망하던 강의를 매시간 들을 수 있어 행복했다. 우선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려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굴렁쇠>
- 김국애

88올림픽 개회 첫날
한 소년이 굴렁쇠를 굴리며
힘차게 경기장을 돌았다
경탄의 오프닝. 한 컷
팔십억을 싣고 달리는 고달픈 지구
전쟁과 천재지변의 소용돌이에
침울해지는 지구촌의 신음소리
소금 기둥으로 변해가는 비명을
지구촌 벗들이여 듣고 있는가

나는 굴렁쇠
부지런해서 얻은 별명이다
쉼 없이 움직이는 천성을 타고나
수족이 반질반질 닳아서
훤칠하게 자라지도 못했다
굴렁쇠란 일체형이다
평지라면 어디서나 굴러가는
매듭 없는 매끈한 원형이다

인류여 궁창의 빛과 같이 빛나라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사람으로 지음 받은 형제애를
매듭 없는 굴렁쇠에 엮어
지구촌이 한 묶음 되길 갈망하자
낮엔 햇빛으로 밤엔 달빛으로
외로운 자의 빛이 되자
인류를 걸머지고 굴러가는 지구.
다시 힘을 모아 굴러가자
사랑의 모형 굴렁쇠

◇김국애 원장은 서울 압구정 헤어포엠 대표로 국제미용기구(BCW) 명예회장이다. 문예지 ‘창조문예’(2009) ‘인간과 문학’(2018)을 통해 수필가, 시인으로 등단했다. 계간 현대수필 운영이사, 수필집 ‘길을 묻는 사람’ 저자. 이메일 gukae8589@daum.net
정리=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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