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가뭄’ 속에 중국 용병이 바둑리그 ‘신인상’ 수상
정규시즌 4승6패로 부진…PS 활약한 공로 인정
12승 거둔 신진서⋅변상일, 다승상 공동 수상
우승 울산 고려아연, 준우승 원익도 트로피 받아
후원사 KB국민은행 측에선 시상식 불참
21년 바둑리그 역사에 처음 보는 광경이 등장했다. 외국 용병 도입 첫 해에 중국에서 날아온 24세 용병 랴오위안허 9단이 한국바둑리그 ‘신인상’을 수상했다.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시상식이 18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개최됐다. 시상식에는 주최사인 한국기원 한상열 부총재를 비롯해 손현덕⋅김영탁 이사, 양재호 사무총장, 최훈 원익그룹 부사장, 박성웅 고려아연 본부장, 한종진 한국프로기사협회장, 대학생 서포터즈, 바둑 기자단, 수상자 및 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2023-2024시즌을 돌아보는 영상을 시작으로 문을 연 시상식은 개인전과 단체전 시상, 영상 시청, 기념 촬영 등으로 진행됐다. 개인상의 꽃인 MVP는 울산 고려아연 3지명 문민종 8단에게 돌아갔다. 문 8단은 기자단 투표 50%와 온라인 투표 50%를 합산한 결과 49.59%의 지지를 받으며 첫 MVP의 영예를 안았다.
그동안 MVP는 대체로 1⋅2지명이 수상해왔다. 3지명이 뽑힌 건 2013시즌 신안천일염 김정현 4단(당시) 이후 10년 만이다. 문민종 8단은 정규리그에서 4승6패로 부진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5전 전승하며 우승을 이끈 것이 주효했다. 문민종 8단에게는 트로피와 함께 상금 1000만원이 수여됐다.
데뷔 1년차 선수를 대상으로 한 신인상은 울산 고려아연 용병 랴오위안허 9단이 수상했다. 랴오위안허 9단은 이미 중국 갑조리그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는 정상급 기사로 신인상 수상은 다소 이례적이다.
정상급 용병 선수가 신인상을 수상한 배경에는 한국기원 소속 선수가 아무도 신인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사연이 존재한다. 신인상은 바둑리그 1년차 선수 중 정규시즌 승률 30% 이상자에 한하며, 최소 대국 수가 여섯 판 이상일 때 수상할 수 있다. 국내 선수는 아무도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신인상 후보에 중국 용병 선수 세 명이 나란히 오르는 진기한 상황을 연출했다.
그나마 신예에 가까운 랴오위안허 9단이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최악의 결과는 면했지만, 메이저 세계대회인 란커배에서 세계 최강 신진서 9단을 꺾고 우승한 중국랭킹 1위 출신 구쯔하오 9단이나, 2017년 메이저 세계대회인 LG배 우승을 차지한 당이페이 9단이 신인상을 받았다면 다소 우스운 결과로 기록될 뻔 했다. 당이페이 9단 역시 7년 전 제21회 LG배 우승 당시 준결승에서 신진서 9단, 결승에선 박정환 9단을 꺾고 올라온 저우루이양 9단을 2-0으로 완파하고 세계 챔프에 오른 바 있다.
정규 시즌 다승상은 신진서 9단과 변상일 9단이 공동 수상했다. 세계대회 일정과 겹쳐 결장이 있었던 신 9단은 13전 12승1패를 기록했고, 에이스 결정전까지 기회가 될 때마다 등판한 변 9단은 19전을 싸워 12승7패를 기록했다.
단체 시상에서는 울산 고려아연에 우승상금 2억5000만원, 원익에 준우승 상금 1억원이 수여됐다. 창단 2년 차에 팀을 우승으로 이끈 울산 고려아연 박승화 감독은 감독상 3000만원을 받았다.
한편 시상식에서 바둑리그를 타이틀 후원한 메인 스폰서 KB국민은행 관계자들의 모습을 볼 수 없던 것 또한 다소 이례적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전 회장은 재임 기간 바둑리그 시상식에 직접 와서 “짜릿한 승부로 바둑의 진짜 매력을 보여주신 선수단과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KB국민은행은 바둑의 평생 파트너로서 바둑 가족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KB국민은행이 바둑리그 후원 지속 여부를 놓고 ‘장고’에 들어간 현 시점에 관계자들이 시상식에서 모습을 감춘 탓에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8개 팀(울산 고려아연⋅원익⋅한국물가정보⋅수려한합천⋅마한의 심장 영암⋅정관장천녹⋅킥스⋅바둑메카 의정부)이 출전한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14라운드 정규리그를 거쳐 상위 4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울산 고려아연은 플레이오프에서 한국물가정보를 2-1로 꺾고 챔피언결정전 올라 정규리그 1위 원익과 3번기 끝에 2-1로 승리하면서 창단 2년 만에 챔피언에 올랐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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