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해산도 가능" 대통령·정부 강경... 난감한 여당
[곽우신 기자]
▲ 휴진한 개인 의원 대한의사협회가 예고한 의료계 집단 휴진일인 18일 오후 휴진을 한 대전 서구 한 마취통증의학과 의원에 불이 꺼져 있다. |
ⓒ 연합뉴스 |
대한의사협회가 예고한 대로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돌입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강경 발언이 쏟아졌다. 국민의힘은 현장을 직접 찾아가며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용산에서 워낙 강공 '드라이브'를 거는 바람에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여당은 이날도 별다른 뾰족한 대안도, 중재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경청하겠다"라는 답만 반복했다.
윤석열 대통령 "엄정 대처", 보건복지부 "법인 해산도 가능" 엄포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책무가 있는 만큼 환자를 저버린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할 수밖에 없다"라고 경고했다(관련기사: 윤 대통령 "불법적 진료거부, 엄정 대처할 수밖에"). "의사협회의 불법적인 진료 거부가 진행되고 있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엄정 대응'을 시사한 것.
대통령의 한마디에 정부도 보조를 맞췄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같은 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 나서며 "휴진율이 30%를 넘어가면 채증을 통해서 (병원) 업무 정지와 의사 면허 자격 정지 등으로 법대로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의협은 국민건강 증진과 보건 향상 등 사회적 책무를 부여받은 법정 단체이고, 집단 진료거부는 협회 설립 목적과 취지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목적과 취지에 위배되는 행위, 불법적 상황을 계속해 의료 이용에 불편을 초래하면 시정명령을 내릴 수도 있고, 임원을 변경할 수도 있으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법인의 해산까지도 가능하다"라고 엄포를 놓은 것.
또 "기본적으로 적법한 행정행위는 취소할 수 없다"라며 "정부가 내린 여러 명령 자체가 적법했기 때문에 정부가 취소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라고도 강조했다. 정부의 행정 명령을 '철회'가 아니라 '완전 취소'할 것을 의료계가 요구한 데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은 셈이다.
그는 "철회는 명령 위반이 있지만, 앞으로는 그 효력을 더 이상 발생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복귀하면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도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전공의들이 많이 복귀할 수 있도록 그런 여러 가지 조치를 하고 있고, 계속 고민 중"이라고 부연했다.
▲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을 방문해 이재협 병원장과 이동하고 있다. 2024.6.18 |
ⓒ 연합뉴스 |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이날 서울 보라매병원을 찾아 '의료파업 현장 긴급점검'에 나섰지만, 정부가 워낙 강경한 기조라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며칠째 의료계와 접촉하고 있지만 뚜렷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면담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추경호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시사한 '강경 대응'에 여당도 동의하는지 질문이 나오자 "기본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기조 하나가 법치주의 확립"이라며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서 대응한다'는 기조를 확인해 주신 것으로 그렇게 이해를 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것과는 별도로 지금 의료개혁특위나 의료계 현장과의 폭 넓은 그리고 심도 깊은 대화를 통해서 또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라며 "그것과는 별개로 또 정상화 방안에 총력을 기울여 나갈 생각이다. 아마 그런 취지로 말씀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강경 발언을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으로 포장하면서, 의료계와의 대화는 대화대로 이어 나가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기자들로부터 중재를 위한 여당의 노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물음도 나왔다. 추 원내대표는 "현장에 계시는 분들로부터 그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을 경청하는 과정에 있다"라며 "저희들이 충분히 실상을 파악하고 또 말씀을 듣고, 이런 걸 기초로 해서 정부와 함께 저희들이 숙의를 하면서 빨리 의료 정상화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라고 답했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따로 의료계와 접촉하면서 정치권이 통일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그는 "좀 너무 앞서간 이야기 아닌가 싶다"라며 "22대 국회가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상황이고, 여는 여대로 야는 야대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다"라고 항변했다.
"이런 문제에 관해서는 여야가 어디 있겠느냐?"라며 "함께 좋은 방안을 찾아서 또 정부와 함께 정상화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라고도 덧붙였다. 야권에서 제안한 여야정협의체 신설에 대해서는 "관련해서는 여러 대화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들이 좋은 방안, 좋은 시스템을 모색하겠다"라는 답으로만 갈음했다.
안철수 "용산 고위 관계자, 의대 비대위원장 만남 주선했지만..."
한편, 의사 출신인 안철수 국회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론화위원회'를 제안하고 나섰다. 안 의원은 "의대증원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진짜 의료대란과 의료시스템 붕괴 위기의 데드라인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며 "저는 이제껏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용산의 고위관계자와 의대 비대위원장 간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물밑에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정부의 의대증원 강행으로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오지 않으면서 우리의 의료시스템은 이제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라며 "의사협회는 한걸음 물러나서 점진적 증원은 받아들이되 내년부터 시행하는 정도로 타협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나머지 요구에 대해서는 정부의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라고도 제안했다.
안 의원은 "지난 수십년간 만들어 온 의료시스템이 무너지면 아무리 의대정원을 많이 늘려도 소용이 없다"라며 "교육제도의 혼란보다 수십년간 공들여 만든 의료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막는 것이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대안으로 "정부와 의사단체는 즉각 의정협의체를 구성하고 공식적인 대화에 착수해야 한다"라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걸린 일에 승자도 패자도 없으며, 오직 피해자는 우리 국민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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